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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이승애 / 우리가 모르는 창조, 몬스터의 수직적 서식지

강철

“1억 3천 5백만 년 전 북아메리카와 유럽이 하나로 합쳐져 있을 때, 영혼의 푸른 연못에는 공룡처럼 생긴 몬스터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5천만 년 전 두 대륙이 분리된 뒤, 북아메리카에서는 이들이 번성했지만, 유럽에서는 오직 한 종만이 살아남았다. 그들은 거대한 동굴들을 피신처로 삼았고, 그 안에서 100년 가량을 산다고 한다. 그들의 모습은 매우 창백하다 못해 체내가 비칠 정도로 피부가 얄팍하게 변했고, 관절이 사라져 팔과 다리가 퇴화되었다. 이들은 동굴의 차가운 물에서 거의 먹지도 않고 살아가니 그럴 법도 하다. 햇볕도, 비도, 바람도 없으며, 밤도 낮도 없는 영원한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100년, 즉 36,500일의 시간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피해야 할 천적도 없으므로, 거의 방해 받지 않은 채 세월을 견디는 것일 뿐이다. 그들은 그저 멸종 대신 망각을 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몬스터들을 관찰해 보면 먹이가 그들의 모습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낙엽처럼 양분이 적고 소화시키기 어려운 먹이를 먹는 종은 비교적 골격이 작고, 힘이 약하며, 예민한 체질이다. 적은 에너지로 살아가야 하고, 먹이가 발효될 수 있는 긴 대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무껍질을 뜯어먹는 종들은 손바닥에 부드러운 솜털이 있고, 손가락이 앙상한 경우가 많다. 몬스터들은 위장이 유일한 방어 수단일 때가 많다. 몬스터의 일부가 나뭇가지, 이끼 덩어리, 뱀 껍질 등을 닮아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활공하는 몬스터들은 앞뒤다리 사이에 피부가 늘어난 비막을 지니고 있는데, 이 비막은 매우 유연한 조직이며, 양쪽으로 넓게 펼쳐진다. 그 덕분에 그들은 상당히 먼 거리까지 날아갈 수 있다. 바다 또한 많은 몬스터들이 서식하는 곳이다. 그 중에는 영원한 어둠의 심해에 잠겨 믿기 어려운 형태의 몬스터들이 살고 있다. 추측컨대 일생에 단 한번만 먹이를 먹는 몬스터도 존재할지 모른다.”

- 작가의 생각



기온이 따뜻하고, 토양이 비옥하고, 햇빛이 가득하고,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는 가장 사치스러운 에너지가 활동한다. 그러나 구름이 많고 추운 황량한 곳의 창조물은 어쩔 수 없는 생존전략을 택하게 된다. 인간의 뇌의 범위를 벗어난 시간과 공간의 사각지대에도 창조물의 생존전략은 늘 존재해왔다. 이는 예술가가 창조한 창조물의 생존전략에 대한 이야기이다.

※ 이승애 작가는 2011년 두산아트센터 뉴욕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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