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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최석운 / 곁눈질로 간지럼 태우기

강철

'지금도 크게 변한 건 없지만, 이 웃기는 그림을 시작할 무렵 내 그림을 보고 사람들은 킥킥거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아직도 사람들은 그러한 행동은 신성한 작품 앞에서 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나보다. 작업을 관람하면서 시종일관 경건한 자세와 우아한 표정으로 속 시원히 크게 웃어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난 본의 아니게 예술가로 군림(?)하는 것 같아 항상 괴롭다. 그림보다도 작가를 먼저 의식하고 고상한 전시장 분위기에 억눌려 한없이 가벼운 내 그림은 전시장 문을 밖을 나설 때야 비로소 제대로 평가받는 것 같다.
나는 내 작업이 누구나 사용하는 볼펜이나 느닷없이 머리로 떨어지는 새의 배설물처럼 친근하고 때로는 황당하거나, 때로는 도저히 웃음을 참지 못해 정신 없이 웃을 수 있는 걸쭉한 육담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불 속 잠자리에 들면서 천장을 쳐다보며 피식하며 잠에 들면 좋겠다.' -작가의 생각



<지금도 크게 변한 건 없지만 작가들은 관객들을 많이 의식하는 것 같습니다. 관객들의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우쭐하기도 상처도 받지요. 만약 아무도 없는 전시장에서 관람객의 모습을 몰래 카메라로 본다 해도 반응의 솔직성은 최석운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칠 겁니다. 그게 미술관의 한계이자 특징이니까요. 그게 어른이 아이와 다른 점이죠. 어쩌면 최석운은 단체 학생 관람객들이 작품을 망쳐놨다는 동료 작가들의 하소연을 들어보지 못했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체면으로 중무장한 어른에게 아이의 순수를 요구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합니다. 그런 면에서 최석운은 틀림없는 아이인 것입니다. 그의 그림은 보통 어른 화가가 흉내 낼 수 없는 아이의 그림입니다. 어른들에게 숨어 있는 아이의 흔적을 들춰내 유쾌하고 통쾌하게 표현합니다. 실제로 그의 그림엔 오줌을 누고, 이를 쑤시고, 코딱지를 파고, 휘파람을 부는 등 본능적인 행동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평론가들은 최석운이 조선시대의 풍속화를 계승하여 놀라운 해학과 재치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홍도의 조선사람보다 최석운의 한국사람이 더 친근한 이유는 시공간적으로 가까워서도 그러하겠지만, 등장 인물이 하나같이 전형적인 째진 눈의 몽골로이드(Mongoloid)라서 그러지 않을까요? 작은 눈의 생김새와 곁눈질을 하는 행동거지 마저 너무 똑같아 그림이 주는 웃음의 향기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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