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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은영 /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강철

'사람에겐 주저하는 표정 뒤에는 항상 풀어내지 못하는 자신의 욕망이 담겨져 있다. 누가 알아차릴까 싶어 뒤돌아 얼굴을 쓱 닦아보지만 여전히 속은 쓰리고 마음은 아파만 진다. 그런 아픔 하나, 비밀 하나쯤 품고 살아가는 게 인생살이가 아닌가 싶다. 누구는 술로 달래고 누구는 앞만 보고 달려보기도 하지만 난 그림으로 달래려 한다. 입 밖으로 내밀 수 없는 은밀한 고백도 마치 고해성사의 과정을 거치면 스스로 치유되었다는 최면에 걸리 듯이 나에게 있어서 그림은 남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나만을 위한 것이다. 익숙한 것을 그리지만 그 이미지만은 익숙한 것을 쉽게 차용하고 싶지 않다. 난 이 세계의 이상향을 그리고 싶지도 않고 섣불리 희망을 말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들뜬 마음으로 여정에서 놓치고 가는 찌꺼기들을 담아두고 싶다. 그런 나의 노력에 조금이나마 눈여겨보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외로웠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 작가의 생각



<박은영의 그림은 사소한 이기심에 출발하지만 결과적으로 페미니즘이란 거창한 주제를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관찰자이자 대상인 박은영은 자신의 신체를 빌어 여성의 문제를 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본인 자신의 흔적을 그렸다고 하지만 고민의 초점이 매우 여성적이어서 사회적으로도 풍부한 해석이 가능한 그림입니다. 여성운동이란 색안경을 끼고 다른 그림을 봐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지필묵이란 전통적인 회화도구로 가장 현대적인 문제를 표현하기 때문에 그림의 묘미는 더합니다. 山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날마다 서울에서 매연가스를 마시고 사는 한국 여성의 숨소리를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동양화라는 말조차 희화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그림의 주제에 있어서 현실 도피적인 타성을 버리고 현시점의 고집과 애착이 갈수록 기대됩니다. 작가 개인의 번민이 반복되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괴로움의 깊이와 그림의 의미심장은 분명히 비례할 테니 관람자로서 난감하기만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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