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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35) 예술문화와 과학기술의 만남

이현경

학술(35) 제4회 융합과학 워크숍


이현경 | 미술비평, 77gusrud@hanmail.net


그동안 연구개발과 지원에 힘을 썼던 학술진흥재단과 과학기술협력재단이 지난 2009년 통합되면서 한국연구재단으로 새롭게 단장하였다. 인문학과 과학기술이라는 두 가지 큰 학술 기반을 통합하면서 태어난 한국연구재단은 이 성격을 반영하는 문화융복합단ㆍ융합과학단이라는 또 하나의 분야를 개설하였다. 이에 지난 6월 3일(목), 대전의 한국연구재단에서는 문화융복합단의 주관으로 장르의 벽을 넘어 타 분야의 지식을 융합하는 시대적 흐름을 살펴보는 워크숍이 열렸다. 이번에 4회째를 맞는 워크숍의 주제는 ‘예술문화와 과학기술의 만남’으로 예술과 과학의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문화비전을 도모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김승윤(한국유네스코 기획홍보실장)씨는 ‘예술과 과학의 공생’에서 우리가 통상 이질적인 영역으로 느껴왔던 예술과 과학의 영역이 역사적으로 상호 관계를 맺으며 발전하였으며 이 둘이 공생할 때 개인의 창의성 발달에 보다 큰 기여를 하게 됨을 설명하였다. 과학사를 통해 보면 음악에 깊은 조예가 있었던 아인슈타인과 회화 작업을 즐겨하였던 파스퇴르 등의 사고 과정들을 볼 때, 예술은 과학자의 창의성 형성에 기여를 하였다. 미술사에서는 다양한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작품 활동을 전개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냅 사진처럼 보이는 순간의 인상을 그렸던 인상주의, 색채를 해독하는 망막 세포기능을 흉내낸 신인상주의 등을 통해 보면 예술은 과학의 성과를 반영할 때 보다 큰 사고의 전환을 꾀할 수 있었다. 발표자는 21세기의 창조적 직관을 가진 인간은 학문 간의 칸막이를 없애고 지식의 통합을 시도하는 통섭(consilience), 종합지(synosia), 박식성(polymath), 초분야적 문화의 환경에 익숙해 질 때 잉태될 수 있다고 하였다.


김원방(홍익대학교 교수)씨는 ‘기술을 보는 예술가들의 새로운 관점들 : 인공생명에서 사이보그에 이르기까지’를 통해 최근 테크놀로지 예술의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첨단 기술을 접목시킨 예술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테크놀로지 아트는 초기 비디오 설치 작업을 통해 전자 매체를 거울처럼 활용하여 주체가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시각의 틈새를 보여주면서 인식의 전환을 꾀했다. 이 후 진짜같은 가상현실이 작업 매체로 등장하면서 생물학적인 몸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의 몸이 체험하지 못했던 감각의 확대를 가져왔다. 예를 들면 인간 눈이 감지하지 못하는 파노라마적 시각 체험이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ㆍ공간의 이동 등이 그것이다. 보다 최근의 테크놀로지 아트는 아예 인간의 몸과 기계가 결합한 사이보그적 존재를 통해 인간 몸이 제3의 영역으로 도입하였음을 암시한다. 발표자는 이제 테크놀로지의 영역은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인식과 존재 자체를 변화시키는 분리불가능한 영역일 뿐만 아니라 인공생명과 같이 생명의 탄생까지 개입하는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유원준(웹진 엘리스온 편집장)씨는 ‘디지털 문화 예술의 최전선’에서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기술이 오히려 예술 고유의 개념들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발표자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속성을 크게 복제성(reproduction), 상호작용성(interactivity), 가상성(virtuality)으로 보고, 창조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예술의 원본성이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와는 또다른 디지털적 기반에서 파괴되었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관객이 보다 작품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상호작용성에 의해 과거의 예술작품과의 정신적 교감이 물리적ㆍ감각적 교감으로 대체되었고, 가상성으로 인해 실재와 비실재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새로운 예술적 감각 체험을 유도한다고 설명하였다.


이번 워크숍은 현재진행형인 테크놀로지 아트를 다룸으로써 현재를 사는 우리들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들은 던져주었다. 유원준 발표자가 이야기 했듯이 디지털 예술은 진정한 예술적 경험인가? 이와 관련해서 한 청중이 던진 원론적 질문인 예술이 왜 아름답지 않은가? 보다 전문적 질문으로 생명공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등등의 완전 머리 복잡한 시간이었다. 이래서 그동안 단순한 필자는 디지털 예술이 가지고 있는 끝나지 않는 물음표와 자꾸 참여를 유도하는 쌍방향성이 불편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크놀로지 아트의 많은 사례들을 보면서 기존의 작품들에서 느끼지 못했던 신선한 체험과 흥미로운 개념들을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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