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학술(31) 제42회 한국미술사교육학회 춘계학술발표회

이현경

학술(31) 제42회 춘계학술발표회


이현경 | 미술비평


지난 2010년 3월 20일(토) 홍익대학교에서 한국미술사교육학회의 발표회가 있었다.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각 분야에서 미진했던 연구들을 새롭게 조명하고 발굴한 이번의 연구들은 골라먹는 아이스크림처럼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질의 또한 지정된 질의가 아닌 청중들에서 선정되었는데 여느 학회 같으면 사회자가 질의하라고 하면 조용히 고개를 숙이던 모습은 볼 수 없었고 발표 내용에 반하는 언급이나 매우 날카로운 질의를 해서 ‘진정’ 바람직한 모습을 보았다. 이날 밖은 매우 추웠지만 발표자들이 준비한 수많은 도판들을 보면서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박파랑(홍익대학교 박사과정)씨는 ‘동양화단의 추상-1960년대 묵림회를 중심으로’에서 1960년 초 활동하였던 ‘묵림회’라는 미술단체를 조명해보고 그 단체의 수묵 추상이 당시 우리나라 미술계의 큰 흐름이었던 앵포르멜 경향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서울대 동양화과 출신의 신진 작가들이 결성한 묵림회는 오랫동안 동양화단에서 답습된 전통을 따르지 않고 신문과 잡지를 통해 소개된 서구의 미술사조를 빠르게 받아들였다. 그로 인해 50년대 서구 모더니즘을 개별적으로 받아들였던 시도들이 집단적인 움직임을 갖게 되었다. 발표자는 이러한 묵림회의 추상화 시도들이 비록 조형의식이 부재한 양식적 시도일지라도 이를 시작으로 이후 동양화의 한국적 모더니즘을 향한 물꼬를 트게 되었다고 하였다.

김윤경(숙명여자대학교 박사과정)씨는 ‘요셉 보이스의 <무제-태양의 나라>(1974) 연구’에서 1970년대 요셉 보이스가 대중강연의 기록용 매체로 사용했던 흑판을 고스란히 작품화한 <무제-태양의 나라>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았다. 요셉 보이스는 미술의 양식적 문제가 아닌 신화나 역사ㆍ사회적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행위 자체를 미술작업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러한 강연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모든 소통의 과정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바뀌거나 변형되므로 이것을 ‘에너지 플랜’이라고 명명하였다. 그에 의하면 이러한 에너지 플랜을 통해 사람들은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으며, 그런 행위 자체가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회적 조각’이었다.


진준현(서울대학교 박물관)씨는 ‘조선 초기, 중기의 실경산수화’를 통해 우리가 겸재 정선을 위시한 화가들에 의해 조선후기에만 성행되었다고 알고 있는 실경산수화가 이미 조선 초, 중기에 다양한 기록화를 통해 활발히 실천되고 있었음을 설명하였다. 발표자는 제시한 기록화와 그 작품의 현장을 사진으로 꼼꼼히 비교하여 당시 한양의 여러 산들과 한강변, 그리고 지방의 여러 장소들이 이미 상당히 사실적으로 표현되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일부 계회도들은 조선후기 진경산수화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한 회화적 기량을 보여준다고 하였다.


최선일(문화재청)씨는 ‘파주 보광사 대웅전 목조보살입상과 조각승 영색’에서 조선후기 불상 양식의 성립기인 17세기 전반에 활동한 승려 조각가 영색의 작품과 그의 작업 활동의 계보를 추적해 보았다. 이번 발표는 회화 외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시대 조각가를 다룸으로서 또한 불교를 국가 이데올로기로 채택하지 않던 시기의 미미한 기록을 통해 한 개인 조각가를 조명해 보았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발표자에 의하면 조각승 영색은 1626년에서 1645년 사이에 파주 보광사 뿐 아니라 전국의 사찰들에서 불상을 만들었고, 주로 공동으로 이루어진 불상 작업이지만 신체에서 얼굴이 커지고 각진 모습을 한다던가 대의자락이 가슴까지 늘어지는 등 그만의 양식을 보여주었다.


이은기(목원대학교 교수)씨는 ‘중세 말 지옥의 광경-14세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에서 상공업 중심의 도시가 발달한 중세 이탈리아에서 성행한 지옥그림의 사회적 의미와 그 역할에 대해 논하였다. 중세 교회는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죄들을 현란하고 생생하게 지옥그림에 묘사함으로서 이탈리아의 상인들이 죄의식을 갖도록 조장하였고, 그 그림을 보고 참회하는 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 지옥그림을 활용하였다. 이러한 지옥그림은 당시 단테의 『신곡』과 같은 문학의 내용을 그림화 하였고, 이후 도식적인 경향이 있었지만 여러 종류의 죄를 형상화한 화가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


학술: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