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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29) ICOM-ASPAC 일본회의

윤금진

학술(29)




윤금진 |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소장


지난 12월 7-9일 일본 동경의 국립과학박물관에서는 국제박물관협의회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의 (ICOM-ASPAC)가 개최되었다. 세계 박물관인들의 비정부 민간기구로 1946년 창립된 국제박물관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는 주제별, 국가별 위원회 외에 지역 위원회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ICOM-ASPAC (위원장 장인경)도 지역위원회 중의 하나이다.


‘아시아-태평양에서의 박물관의 중심적 가치와 지역유산에 대한 재고(再考)’ 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회의는‘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문화유산’,‘ 아시아-태평양에서의 박물관간 정보교류를 위한 네트웍 구축’그리고‘아시아-태평양에서의 윤리강령 실천을 위한 인적자원개발’등의 소주제로 나누어 3개의 세션이 진행되었으며 마지막 날에는 박물관 및 박물관 전문직이 갖춰야 할 윤리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워크숍도 개최되었다. 세션 회의에 앞서 일본 및 해외 저명학자들에 의한 기조연설에서는 각 세션별 논의를 활발히 이끌 수 있는 논지가 발표되었다. 첫 번째 기조연설자인 쯔쿠바 대학 세계문화유산프로그램 소장 히다카 켄이치로 교수는 지역유산의 보호를 위해서 세계문화유산의 척도인 보편적 가치, 즉 글로벌 표준보다는 융통성 있는 지역의 가치를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라 함)지역의 박물관들은 박물관과 지역유산을 연결짓는 체제의 일환으로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척도를 준용하는 지역유산등록체계, 아태지역 유산의 기반이 되는 아시아박물관학협회 설립, 아태 박물관 네트웍(MNAP) 구축 등을 촉구했다. 두 번째 연사인 마틴 고몬 호주 빅토리아 박물관 선임큐 레이터는 날로 발전하는 정보기술발달은 사람들에게 자연문화유산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감상할 수 있게 하지만 동시에 이를 훼손시킴으로 인해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양면성을 설명하면서 그만큼 더 자연유산에 대한 박물관의 자료화 작업 및 데이터화 된 자료의 보급이 중요해졌음을 역설했고 그 과정의 여러 문제점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버니스 머피 ICOM 윤리위원회 위원장 은 박물관에서의 윤리를 강조하였다. 실제적으로 박물관 전문직으로서 당면할 수 있는 윤리 문제는 마지막 날 워크숍에서 모든 참가자들이 심도 있게 토론하였다.


아태지역문화유산을 주제로 1부에서 일본 오키나와 근처의 작은 섬 전체를 박물관으로 개발한 사례연구는 에코 뮤지엄 개념의 도입, 관광과의 접목, 섬주민들의 참여유도 면에서 흥미로운 발표였다. 2부에서가장인상깊었던것은일본록폰기의3개 미술관이 도시 이미지에 미친 영향에 대한 발표였다. 아주 새롭거나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대학원 석사 논문을 국제회의에서 발표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린 이 어린 여학생의 당당함을 보며 잠시 우리나라 학생들의 현 모습을 생각했다. 3부에서는‘일본 박물관에 적용되는 법규, 규정및윤리’에 대한 일본측 발표와, 관람객뿐 만 아니라 박물관 전문직에 있어서의 박물관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한 베트남 대표의 발표가 있었다. 마지막 발표로 ICOM 윤리 강령의 한국어 번역과정에 대한 국립민속박물관 양종승 학예관의 사례발표가 있었는데 번역시 북한측과논의가있었느냐는질문도있었다.


이번 회의의 특징 중의 하나는 젊은 박물관 종사자와 박물관학전공자들에게 발표 기회를 주었다는 점이다. 아직 여러모로 뒤쳐져 있는 아시아 박물관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서 매우 훌륭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회의규모나 진행 면에서도 또 다른 시사점을 주었다. 주최측은 등록을 조기 마감했는데 그들이 예상한 참가인원인 160명을 넘자 더 이상 등록을 받지 않은 것이다. 국제회의를 개최하면서 회의 중간에 빠질 인력을 고려하여 수용능력보다 더 많이 등록을 받지만 통상적으로 개막식 이후 대거 사라지는 우리나라의 풍토에 익숙한 나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둘째 날 오후에도 자리는 첫 날과 거의 비슷하게 채워졌다. 160여 명이 참석한 국제회의였지만 참가 국가는 15개국을 상회한다. 1-2개국을 초청하여도 큰 호텔에서 화려하게 치르는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달랐다. 대학강의 실용의 조그만 필경대가 붙은 작은 의자는 좀 불편했던 게 사실이지만 매사에 완벽한 준비와 친절함이 불편함을 상쇄했다. 그들만의 검소하지만 알찬 행사를 치룬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박물관계에서 우리나라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일본은 개개인의 능력은 몰라도 국가적 차원에서는 이제 처음으로 국제행사를 개최했으며 중국도 내년 자국내 첫 ICOM 총회 개최를 앞두고 우리나라를 모델로 사전학습에 열심이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ICOM 총회를 치뤄 낸 노하우와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인재들을 가진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좋은 모델이 될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새 세대의 교육에도 보다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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