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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주학술문화재단 심포지엄

박정구

Back to the Basic, 한국미술 어디쯤 가고 있나

_ 일주학술문화재단 심포지엄



작년 11월 28일, 흥국생명빌딩 씨네큐브에서 일주학술문화재단 주최로 심포지엄 ‘Back to the Basic, 한국미술 어디쯤 가고 있나’가 열렸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한국 미술의 동태와 흐름을 분석하고, 문제제기와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전망하는 목적을 가진 것이었다. 애초, 기획이 유래없을 정도의 활황 끝자락에 있었던 올 전반기에 있었기 때문에, 일부 과열·과잉현상에 대한 우려와 함께 기왕에 조성된 분위기를 바람직하게 유지해가도록 하자는 의견들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분위기가 급전직하 하면서 IMF 체제 이래 재현된 어두운 분위기와 더불어, 정부가 주도하는 문화예술기관들에 대한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들도 함께 표출되고 논의되었다.


박천남 경희대 겸임교수의 사회로 시작된 심포지엄의 첫 발표는 ‘미술사의 역할, 그 이해와 오해’라는 주제로 김영나 서울대 교수가 맡아, 지난 20여 년간 강화된 미술의 상업화·자본화 현상이 투기·투자목적의 구매에 있음을 지적하고 건전한 미술시장 유지를 위한 미술사학자들의 역할을 제시 하였다. 첫째로, 미술에 대한 이해와 정보를 제공하는 ‘미술과 대중 사이의 중간 역할’을 꼽았다. 교양서 수준의 저서나 연구논문기고에 더하여, 옥션회사에서의 작품 감정과 설명 문제작 활동, 그리고 작가의 카탈로그 레조네 출판이 그것이다. 둘째로, 대학의 연구와 논의가 전시로 반영 되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근·현대미술품에 대한 감정·검증에 미술사학자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시스템 확충을 들었다. 끝으로, 이들 조건이 우리 미술이 선진화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전문성 확보라는 문제로 귀결되며,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발표를 마무리하였다. 질의자인 조인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시장주의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을 수 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작품의 환금성이 중요하므로 시장논리를 문제시하기보다 투명성과 신용이 중요하다면서, 상업화 우려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아울러, 미술사학자의 직접적 개입보다 직업적 분화를 통한 전문성 확보를 대안으로 의견을 요청하였다. 이에 김영나 교수는 시장 논리가 무조건 나쁘다기보다 균형과 절제가 필요하며, 직업적 분화도 시스템의 정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행될 것으로 본다고 답하였다. 


미술평론가 강수미씨는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자율성을 향하여’라는 발표에서, 소위 yKa로 불리는 작가들의 부각, 이들 후배세대의 시장지향적 동향, 이해 대한 비평의 부재, 미술 소비자와 문화 자본가의 형성 등을 축으로 1990년대 후반 이후 약 10년간의 미술계 동향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미술계가 시장과 수요 중심의 흐름을 극복하고 물질과 현재의 삶 너머를 꿈꾸게하며 공동의 이상을 지향하는 미술을 추구할 때 우리 미술이 새로운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질의자인 이준희 월간미술 기자는 자율성을 획득한 젊은 작가의 미래의 모습과, 비평·이론의 부재로 일컬어지는 오늘날 전문성과 시스템 확립을 위한 방안을 물었으며, 이에 대해 발표자는 스스로에게 필요한 제도나 시스템을 만드는 작가, 그리고 올바른 교육의 실현을 꼽았다. 


강승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관은 ‘미술관·박물관 문화의 패러다임 변화와 한국의 미술관들’을 주제로, 국립현대미술관 민영화 방안에 대하여 외국사례연구를 통해 장단점과 전제조건을 제시 하였다. 이어 여건 변화에 따른 국외의 대처방안들을 우리 문화기관의 선례로 삼으면서, 법인화에 앞서 충분한 검토와 분석, 독립기금 설치 등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며, 유연성·다양성·개방성·자율성과 같은 핵심요소를 전제로 전문화와 체질 개선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질의자인 이준 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은 성급한 법인화 추진에 우려를 표명하며 국가의 바람직한 정책과, 내부자로서 국립현대미술관의 답보상태에 대한 원인 진단을 요청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국립박물관위원회’ 구성과, 학예연구실을 포함한 전문직의 조직 내 구조적 한계에 무게를 두었다.


‘작가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견디기와 살아남기’라는 발표에서 작가 강홍구씨는 오늘날 미술이 근현대미술의 진보성과 전위성을 상실하고, 대표적 작가의 순교자·구도자·혁명가·샤먼으로서의 캐릭터 역시 자본가와 경영자의 그것으로 바뀌어 버렸음을 지적하였다. 그리하여 글로벌한 미술과 작가라는 미망을 버리고 시각적 오락으로서의 미술과 그 수준을 높이는 정도의 생산자로서의 작가를 용인하며, 구체성과 개별성으로 무장한 채 제도와의 투쟁 방식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는 작가로서의 현실 인식을 고백적으로 표명하였다. 이에 대해 노형석 한겨레신문 기자는 근대 이후 우리 작가들이 명쾌한 개성이나 긍정적 전통수립에 소홀했음을 지적하며, 작가 사회가 처세에 이중적 태도를 버리고 독창적 정체성과 가치관, 작업전통을 형성해 나감으로써 시장과 유행으로부터 주체성을 확보해야하지 않겠는가라는 제의로 물음을 대신하였다. 이후 자유토론은 그날의 발제는 물론, 국립현대미술관의 민영화를 두고 활발한 의견개진과 문답이 이루어져, 크지는 않지만 극장 좌석과 통로를 메운 청중들과 함께 오랜시간 열기를 이어갔다.



박정구(1961- ) 홍익대 미술사학 석사. 금호미술관 큐레이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역임. 현 갤러리이안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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