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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한국큐레이터협회 학술세미나

김종길

한국큐레이터협회 학술세미나

_큐레이터쉽에 대한 재인식



2007년 8월 18일 출범한 한국큐레이터협회가 지난 12월 15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창립기념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협회의 창립을 기념할 뿐만 아니라 큐레이터쉽에 대한 재인식과 한국미술계에서 큐레이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진지한 모색과 논의를 위해 마련된 것이기도 했다. 최은주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장은 ‘공공미술관과 큐레이터’, 심상용 동덕여대 교수는 ‘큐레이터쉽의 반성적 인식’, 김은영 경기도미술관 학예팀장은 ‘큐레이터 역할의 변화와 개념정리’, 김준기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지역공립미술관의 세계화와 지역화’ 에 대해 발제했고, 조선령 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강수미 미술평론가, 박정구 전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임근혜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가 질의자로 참석했다.


최은주 분관장은 ‘잡예원’ 이라는 자조적인 단어 속에 큐레이터들의 일상이 유지되는 한국적 미술문화의 단면 속에서 이런 주제를 이슈화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되물으면서 “동류의 직업을 지닌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문제를 골똘히 생각해 봄으로써 얻어낼 수 있는 동질의 문제의식이 파생시킬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얘기했다. 또한 그는 본론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책임운영기관화와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를 소주제로 삼아 그것의 장단점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공공미술관 큐레이터들의 한계는 개인적 자질 차원을 넘어서 미술관 조직이 갖고 있는 한계와 장애물에 의해 형성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러한 질문은 조직에 종사하는 개인의 무기력함을 변론하자는 취지가 아니며, 개개 전문직들의 전문성에 대한 요구와 이의 지속적이며,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의 구축과 평가는 오히려 당연히 필요하다”고 논의를 확장시켰다. 하지만 그는 수치위주의 결과평가 효과를 의심하며, “책임운영기관이 된 후 가장 많이 늘어난 업무 중 하나인 업무평가와 관련한 계획수립과 성과실적 작성(안)인데, 우려했던 바대로(필연적으로) 모든 성과 지표는 결과론적인 계수적 평가 위주로 되어있다”는 것에 대해 토로했다.


심상용 교수는 본론에서 새로운 큐레이터쉽 담론을 위한 제언을 골자로 발표했다. 그는 “우리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허용해 왔던, 그리고 고도로 인간적이라고 간주해 왔던 이 장 자체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며 큐레이터쉽의 논의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재성찰해야 함을 주장하며, “예술이 사회의 다른 것들과 더불어 우리가 우리 자신의 시간을 찾고, 그럼으로써 시간 자체를 찾는 자유를 신장시키는 ‘작동하는 예술(L'Art pour fonction)이 되어야 하며, 또 될 수 있다”는 장 필립 도멕(Jean-Philippe Domecq)의 언급을 발제의 중요 지표로 삼았다. 그럼에도 그는 “큐레이터가 너무 많은 일을 하는 현재의 상황 때문에 더욱, 그 지식의 고유성이 자칫 도구적이고 기술적인 차원으로만 경사되기 쉽고, 또 얼마간 그래 왔던 것도 사실이다. 큐레이터는 전문 이론가나 연구자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많은 일과 다양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쟁점을 유발시켰다. 결론적으로 그의 큐레이터쉽에 대한 핵심 의제는 ‘경계 위에 선 유기적 지식인으로서의 큐레이터’가 가능한가였다.


김은영 팀장은 “현대미술관이 놓여 진 토대 위에서 조직구성과 역할업무, 규정들, 향후 국내 미술관이 나가야 할 방향설정과 함께 짜여지는  큐레이터에 대한 기대와 요건” 들에 대해 살폈다. 특히 그는 외국의 사례를 들어 미술관 운영의 변화를 언급했는데, “영국의 경우엔 1980년대 이후 기존의 국공립 뮤지엄의 민영화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1990년대 후반 일본의 박물관•미술관의 독립법인화 시행 이후 동경의 모리미술관 신미술관 등에서 보이는 철저한 복합문화공간의 경영 방식들이 이러한 추세를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라며,“새로운 마케팅사업을 창출하는 수익구조를 만든 새로운 유형의 미술관 형태”에 대해 얘기했다. 이러한 상황 인식을 통해 “미술관으로서의 전문성, 조직, 기능을 재확립해야 하는 가운데 소장품 관리 기능의 체계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에 필요한 전문성과 자원이 요구된다. 1990년대 이후 선진미술관들에 있어서 해석기능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하고 강화하는 것이 미술관 기능과 위상에서 변혁을 이루는 핵심전략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의 미술관 여건에서 큐레이터는 서구의 선진화된 미술관의 분화된 큐레이터의 직능에서 보다는 훨씬 많고 다양한 직능을 포괄하는 제너럴리스트적 성격이 두드러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기 학예연구사는 “지역 미술관은 해당 지역의 미술문화를 직조하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따라서 지역 미술관의 필요성에 대해 그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다. 그러나 어떠한 미술관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치열하고 면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역 미술관의 지위와 역할을 살피기 위해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전지구화시대의 논리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지역 미술관의 지위와 역할을 가늠하는 화두 가운데 하나로 ‘지역적 사고와 지역적 실천(think local, act local)을 견인하는 문화정치의 전략’”을 제안했다. 제안의 요지는 “전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라(think global, act local)는 언명은 지역과 세계의 유기적인 연대를 강조하고 있는 듯 하지만, 그 속에는 세계화의 위계화 전략이 숨어있다. 정치, 경제는 물론이고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들까지도 이미 전지구적 사유가 지시하는 바대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전지구화 시대의 지역적 실천을 견인할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실현할 수 없는 공허한 논의가 바로 글로컬리즘과 같은 절충주의적 시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결론에서 “한국의 지역이 21세기 한국사회, 동아시아, 나아가 전지구와 소통하는 문화생산의 전진기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의제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지식생산지로서의 미술관의 위상과 역할”을 제시했다.



김종길(1968- ) 경희대 예술경영학 석사.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평론상(2005) 수상. 모란미술관 학예연구사, 경기문화재단 전문위원 역임. 현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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