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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한국현대미술사 연구회 제2회 학술심포지엄

전영백

한국현대미술사 연구회 제2회 학술심포지엄

_한국현대미술 1980-90



국내 미술을 미술사의 시대, 문화적 맥락에서 연구하는 일은 중요하다. ‘지금 여기’ 라는 좌표는 다루기 어려운 지점이다. 현행 진행되는 미술이고 또 무대가 다름 아닌 ‘여기’ 이기에 서양미술사나 고전미술사와는 전혀 다른 장단점을 갖고 있다. 요컨대, 생존 작가들을 다루기에 객관성과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 당장이라도 공격이 들어올 수 있지만, 또한 반대로 오늘날의 미술현장에 직접 개입하여 그 방향성을 올바로 제시할 수 있는 연구의 영향력과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한국현대미술사연구회 제2회 학술심포지엄은 그러한 기대와 긴장감 가운데 작년 11월 24일 이화여대에서 개최되었다. 국내 현대미술 80년대를 정리하고 한국 미술사에서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학술의 장이었다. 6명의 연구자들이 70년대를 고찰했던 1회에 이어 2번째 마련한 심포지엄으로, 발표된 6편의 논문은 80년대 한국미술사에 주요 종적을 남긴 미술운동을 중심으로 다뤄졌다.


우선 80년대 한국미술에 대한 시대적 자리매김을 한 김홍희는 심포의 기조 발제로서 70년대 모더니즘과 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사이의 전환기 미술로 보는 발표자들의 공통 견해를 정리하고 이 시기 미술 전반에 대한 거시적 관점을 제시하였다. 심포지엄의 본론으로서 김재원은 민중미술의 전개와 판화운동을 다뤘고, 윤난지는 혼성공간으로서의 민중미술을, 김현주는 한국의 여성주의 미술의 지형도, 김현숙은 脫동양화(化)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전혜숙은 이 시기의 추상회화를 다루었다. 김홍희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모더니즘의 단절보다는 계승으로 파악하는 시각에서, 80년대를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전환기로 보았다. 그는 80년대를 90년대의 본격적 포스트모더니즘과의 차별성에 주목하여 극사실주의와 민중미술, 그리고 신표현주의, 설치, 퍼포먼스, 테크놀로지아트 등 80년대 대표 사조들을 정리하였다. 김홍희의 발표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뿌리를 탈모더니스트 이전, 반모더니스트들(극사실주의와 민중미술)에서 찾았다는 점이 주목되었다. 민중미술을 다룬 김재원은 특히 그 표현매체를 주목하였다. 그들이 개발한 걸개그림, 벽화, 판화 등을 새로운 형태의 적극적 소통방법을 강조하면서 여기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조형언어의 기본틀을 판화가 제공했다는 견해를 피력하였다. 그는 판화중심으로 출발한 김봉준, 이철수 등 판화작가의 80년대 이후의 작품을 조망하며 80년대 이후 민중미술의 전개상황을 살폈다. 더불어 민중미술이 우리의 현실이 미술의 주제가 되었다는 점과 자율적, 독자적 조형언어로 표현하는 전통에서 그 미술사적 의미를 찾았다. 윤난지의 경우는 민중미술을 보는 근본 시각에 관한 것으로 기존 인식틀이 가진 한계를 지적, 색다른 이론적 프리즘을 제시하였다. 그는 민중미술이 표방하는‘단일’민족 이미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단일성이 가진 허구성을 드러내었다. 그는 민중미술의 진정한 가치를 도리어 이가 당시의 사회, 정치적 맥락에서 드러내는 복합성에서 보았다. 요컨대 ‘혼성공간’ 으로서의 민중미술을 강조하고 순혈 이데올로기 이면의 혼혈 현실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이론적으로 호미 바바가 ‘제3의 공간’ 의 개념을 제시하였듯, 토착문화의 순수성이라는 허구를 해체하고 혼성적 정체를 드러내는 관계에 주목하였다. 이질적 요소들이 얽힌 시대 맥락에서 민중미술을 혼성의 현장이 빚어낸 문화적 산물이자 시대적 기호로 접근한 것이다.


한국적 현대미술로 평가되는 민중미술의 정체를 순혈을 강조하는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보다 당대 우리 사회의 생생한 혼혈의 현장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점에서 의의를 찾는다. 김현주는 역사 속에 묻혀있던 전시의 재발굴이라는 의도로 1988년‘또 하나의 문화’가 기획한 여성시화전 '우리 봇물을 트자'를 조명해 내었다. 이 전시는 윤석남, 김진숙, 박영숙, 정정엽 등 네 명의 미술가가 참여, 80년대 여성주의 문화연대의 결실을 보인 것이었다. 그러나 전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주목 받지 못했던 점에 파고들어 김현주는 80년대 여성운동 내부 문제와 미술의 남성 중심적 사고가 작용했음을 밝혔다. 그의 논문은 구체적 사례에 근거하여 여성주의 미술이 국내에 소개되는 초기 담론을 분석한 것인데, 여성주의 미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으려는 의도를 사료 탐구와 분석의 방식에 기반하여 전달하였다.


80년대 ‘脫동양화(化)’라는 제목의 김현숙의 논문은 동양화를 대신하여 ‘한국화’라는 명칭이 사용된 구체적인 시대 맥락을 짚으며 80년대 동양화단의 움직임을 분석하였다. 논문은 이 시기 한국화로의 명칭 변화를 청년 작가들의 ‘형상세대’의 수묵화 운동과 연결시켜 이들의 개혁성을 강조하였다. 격을 파괴하고 현대적 감수성에 이르고자 한 이들은 조형적 강렬함, 먹의 물성, 표현주의적 활력으로 다변화되고 즉물화된 시대적 가치를 드러냈다고 강조하였다. 김현숙은 이후 80년대 중반, 사회, 문화적 급변과 맞물린 채묵의 부상을 민화의 영향을 비롯한 화단 내부의 요인들로 분석하면서 시대적 연계성을 부각시켰다. 전혜숙의 논문은 70년대의 모노크롬 추상 이후 90년대의 포스트모던 추상 경향들에 이르는 과정에서 80년대 추상회화의 정체성 모색에 대한 탐색이었다. 그는 80년대의 추상미술에 대한 기존 인식은 정당하지 않다고 보았던 바, 이를 민중미술과 신표현주의의 열기에 밀려 침체기로만 보는 관점이나 모노크롬 추상의 전성기였던 70년대 이후 추상의 급속한 쇠퇴현상으로 진단하는 입장을 모두 견제하였다. 전혜숙의 입장은 80년대 추상을 90년대의 추상을 위한 디딤돌이라고 보는 것이었고, 당시의 다원주의 시대상황에서 추상의 정체성 추구의 과정을 개별적으로 분석, 그 의의를 모색하려 하였다. 이 시기 추상작가들의 과제는 70년대 추상의 전수와 이의 극복이었다고 강조하였다.


논문발표 후 종합토론은 발표-질의라는 학회의 기존방식을 탈피하여 당시의 미술운동을 주도하고 체험한 작가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토론의 패널에는 김정헌, 윤석남, 그리고 이철량이 참석하여 발표가 밝히지 못한 입체적이고 실제적 내용을 보충하였다. 특히 민중미술, 여성주의 미술, 그리고 수묵화 운동이 가졌던 문화운동, 사회운동으로서의 성격을 부각시켰고, 이 운동들이 미술의 표현 양식이기 이전에 절박한 리얼리티와 갖는 연계성을 강조하였다. 결론적으로, 80년대 한국미술의 기존 인식에 대한 반성적 고찰과 미술사적 재조명이라는 점에서 심포지엄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지금 여기’의 미술에 대한 심포지엄이 그렇게 우호적이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마칠 수 있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전영백(1965- ) 홍익대 미술사학 석사. 마포 문화재단 이사 역임. 현 홍익대 미술대학 예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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