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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20세기 미술 : 철학, 미학, 미술사학, 건축학의 통섭

김승호

<2016 이탈리아-독일연구소 메라노 국제학술대회>



이탈리아 동북부에 위치한 메라노(Merano)시에서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2월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진행됐다. 알프스로 에워싸인 휴양도시에 8개국에서 18명이 참가하였다. 참가자 전원은 한 숙소에 머무르며 자연스레 깊이 있는 많은 대화가 이루어졌다.


800년이 넘는 숙소, 1963년 당시 교황이 인정한 성인의 이름인 “팔로티”와 “모든 사람은 자신만이 아닌 서로를 사랑하라”는 문구가 호텔의 정문 벽에 새겨져 있었다.



학술대회 포스터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학술재단인 훔볼트(Humboldt) 동문들이 주축이 되었고 메라노시와 국립이탈리아인문과학재단이 후원하여 개최될 수 있었다. 대회의 주제는 ‘20세기 예술: 고전과 현대 그리고 개인과 공공공간 사이’로 학회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발표와 토론은 영어, 이탈리아어, 독일어로 진행됐다. 하이데거 전공자인 이보 데 젠나로(Ivo De Gennaro, 이탈리아 보젠대 교수)는 ‘예술과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첨단통신매체인 스마트폰을 가지고 서양미학의 전통인 감성과 초감성의 이원화를 언급하였다. 이를 통해 하이데거를 이해하는 관점을 동시대 문맥에서 새롭게 펼쳐놓았다. 문장구사가 어렵기로 정평이 난 20세기 마지막 철학자인 하이데거를 새롭게 접하는 기회였다.


스위스 취리히 역전에 설치된 공공미술을 역사적인 문맥에서 읽어낸 오스카 베치만(Oskar Baetschmann , 스위스 베른대 미술사학과 교수)은 미술에서의 해석학을 창안해낸 그 예리함으로 기하학적으로 표현된 세계를 분석하는 논리와 미학적인 문헌의 문제점을 ‘세계-계란’이란 제목아래에서 짚어내었다. 국내에선 아직 번역되지 않은 그의 저서 『Einführung in die kunstgeschichtliche Hermeneutik(미술사적 해석학 입문)』에서 작품분석의 논리가 다져졌다면, 이번 발표에서는 공공미술에서 고대로, 고대에서 현대를 넘나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인문학의 자율성이 읽혀진다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8개 국어에 능통한 한스 크리스티안 귄터(Hans-Christian Günther, 프라이부르크대 교수)는 ‘신화와 모던’이란 주제로 정치와 미술, 사회와 미학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며 이번 학술대회를 관통하는 발제를 했다. 신화의 의미론이 현대에 들어와 많은 부분 변질되었기 때문에 인간에게 듣는 것과 보는 것에 대한 지식을 전하는 음악과 미술이 인류에게 남은 보루이자 세계라는 것이었다. 예술이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의 감각기관을 자극하고 나아가 판단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공감을 사고도 남는다.


중국학의 석학인 하로 폰 젱어(Harro von Senger )는 ‘중국 만화영화의 교육적인 기능’을 주제로 자신이 대만과 중국에서 수학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구의 기존 평가기준과는 다른 평가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국내에서도 번역된 그의 저서인『 속임의 미학』(2008)에서 언급되었듯이 서구인들이 생산한 현대개념이 반성과 성찰의 도구로 거듭나야 한다는 자기반성은 이번 국제학술대회의 중심내용이기도 했다.


이번 학술대회에 발표자로 나선 김승호(동아대 교수)는 ‘요셉 보이스와 아우슈비츠 이후 예술가의 책무’를 주제로 20세기 예술가의 책무를 풀어내기 위해 철학과 미학적 방법론으로 작품을 분석한 발표를 했다. 요셉 보이스는 최초로 아우슈비츠를 언급한 작가로 그의 작품에는 인간지성을 자랑하던 20세기의 종말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많이 담겨져 있다.


이외에도 ‘이미지와 창조론: 플로티누스 미학에서 예견된 현재’, ‘마르셀 뒤샹과 체스: 페인팅에서 메커니컬 아트까지’ 등 철학, 미학, 미술사학의 영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발표들이 있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adsit.org/WP/de/kunst-im-20-jahrhundert) 


통역 없이 3개 국어로 진행된 국제학술대회는 인문학의 보고이자 예술이 선사한 선물이었다. 형식보다는 내용에 충실한 객관적인 태도, 정치적인 이념을 넘어선 학문의 자율성, 현실의 문제점을 꿰뚫어볼 수 있는 안목과 자신들에게 다소 불편한 발표까지도 진지하게 경청하고 토론에 임하는 학자와 시민들에게서 그들이 추구하는 인문학의 풍요로움과 깊이를 역으로 느낄 수 있었다



김승호(1962- ) 독일 알베르트루트비히프라이부르크대 및 동대학원 미술사학 전공, 철학 박사. 독일 국립중앙미술사학연구소 국책연구원 역임, 홍익대, 이화여대, 한예종 등 출강. 헤럴드 한국문화경영대상 수상(2014).『 제3의 한국 현대미술, 그러나 어떻게?』 (한국학술정보, 2014)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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