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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창조와 융합의 모델, 백남준 작품 목록화 방법론 모색

이현경

백남준문화재단 백남준 작품 목록화사업 2014 국제학술대회






백남준문화재단에서는 지난 2013년 5월부터 작가 백남준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집대성된 기록화의 필요성에 따라 백남준 작가의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é)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비디오아트의 선구자로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백남준은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지역, 예술, 학문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활발한 작업을 펼쳤다. 그래서 이러한 작가의 예술 활동은 전통적인 기록 방식대로 처리할 수 없는 많은 논의를 안고 있다. 일례로 백남준 작품의 재료는 TV나 비디오테이프, 기계적인 부품들이 많은데, 이런 구성물들을 어떻게 보존하고 기록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 또한, 그의 퍼포먼스나 행위 음악의 비물질적인 특성은 기록의 문제를 결코 쉽지 않게 만든다.
  
한편 카탈로그 레조네는 프랑스어로 ‘믿을만한 도록(reasoned catalogue)’이라는 뜻으로 한 작가의 전체 작품에 대한 논문이자 화집이다. 한 작가에 대한 총체적인 정보를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작가의 생애, 서명, 각 작품에 대한 크기, 사진, 출처, 현재의 상태, 위치와 상황, 소장처, 연구논문, 연구자들의 언급 여부, 위작 혹은 의심되는 작품목록 등이 수록되어 있어야 한다. 한 작가의 카탈로그 레조네를 위해서는 위와 같이 다양하고 많은 정보의 수집이 필요하므로, 기록화 작업은 결코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될 수 없으며 지난한 노력이 요구된다. 꼭 학술적인 업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위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카탈로그 레조네의 필요성은 누구나 절감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이렇게 힘든 작업을 누가 떠맡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늘 따라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백남준문화재단이 큰 숙제를 맡아주었고, 이러한 숙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2월 7일
(금), 서울시립미술관 SeMA홀에서 백남준 작가에 대한 기록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논하는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백남준문화재단의 백남준 작품 목록화사업은 크게 소프트웨어적인 학술연구와 하드웨어적인 전기, 전자 부분으로 나뉘어 시행되고 있다. 이날의 학술대회에서는 먼저 이 두 분야의 경과발표가 있었다. 학술분야의 김금미(백남준문화재단 목록화 학술팀장) 씨는 「백남준 작품 목록화 사업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 백남준의 825여 점의 작품들을 시간상으로 1963년부터 2006년 이후까지 개인전과 그룹전을 기준으로 분류하고, 공간적으로는 국내외 미술기관의 소장현황을 기준으로 분류하여 하나의 지도처럼 작품 목록을 구조화하여 지금까지의 기록 작업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정성(백남준문화재단 목록화 기술팀장) 씨는 「전기, 전자 기술 측면의 백남준 작품 목록화 사업」에서 적게는 1대에서 많게는 1,003대의 모니터를 사용한 백남준 작품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환기 불량, 과도한 습기, 높은 온도 등인데, 목록화 사업을 위해 작품의 보존 상태를 실사하면서 소홀했던 부분들과 이를 보완하는 방법들을 설명하였다.
  
이어 백남준의 초기 라인란트 시절(1958-1963)에 그의 독보적인 행보에 따른 미학적 성과를 논한 수잔 레너트(Susanne Rennert, 미술사학자, 큐레이터) 씨의 「“맑은 날에 라인 강의 물결을 세어보라. 바람 부는 날에 라인 강의 물결을 세어보라” 백남준의 초기 라인란트 시절(1958-1963)」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김은지(홍익대 미대 조교수) 씨는 본인이 5년간 세계의 100여 개의 미술관을 현지 조사하고 인터뷰하면서 수집한 백남준에 대한 기록을 정리하여 「백남준과 기록화 : 왜 필요한가? 자료 기록 분석과 미술사 : 비디오 예술의 세 장르와 백남준 그리고 (국내외) 미술관」이란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앤 버틀러(Ann Butler, Bard College 큐레이터학센터 도서관 및 아카이브 실장) 씨는 「동시대 미술의 기록」에서 미술의 기록화의 형태 및 관행을 이야기하고, 최근의 기록은 예술가의 작품 활동 일부가 된다고 하였다. 또한, 기록화의 어려움은 어떤 유형의 기록이든 불완전한 부분을 추정하고 조사하는 부분인데, 백남준은 그의 예술의 복잡성을 생각할 때 이러한 어려움이 배가될 수 있으므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다비드-올리비에 라티고(David-Olivier Lartigaud, Saint-Etienne 미술디자인대 교수) 씨는 「아나카이브 백남준 프로젝트를 위한 인터페이스 연구」에서 지난 1999년부터 4년간 진행되었던 웹 버전의 백남준 카탈로그 레조네를 설명하였다. 발표자는 당시 이 프로젝트의 그래픽디자인을 담당하면서 웹상에서 백남준이라는 한 작가의 세계를 진정으로 탐구할 수 있게 하도록 그 기록을 읽는 방식을 인터렉티브하게 구성하였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저작권의 문제 때문에 중단되었지만, 이 발표에서 본 백남준의 기록은 마치 작품처럼 다감각적으로 다가왔으며, 누구에게나 흥미를 끌도록 구성되고, 작품 자체를 아예 재(再)디자인하고 있어 기록하고 읽는 것은 지루하다는 기존의 인식을 완전히 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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