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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글로벌 맥락에서의 아시아 미술

이현경

2013년 미술사학연구회 가을 특별 심포지엄

심포지엄에서는 세계 미술과 소통하는 아시아 미술의 실체에 접근하고자 탁상공론식의 아카데믹한 시도를 벗어나 현장과 학계, 작품(작가)과 비평, 미술사와 담론이 긴밀하게 교류하는 장을 열었다. 먼저 한국 작가들의 국제화 시도의 과정을 전시기획의 관점으로 설명한 기혜경(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원)씨는 ‘한국미술의 새로운 좌표 모색 : 90년대 개최된 두 개의 전시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또 배명지(코리아나미술관 책임큐레이터)씨는 ‘세계화 지형도에서 바라본 2000년대 한국현대미술 전시 : 이동, 사회적 관계, 그리고 현실주의’를 통해 최근의 미술은 사회, 정치를 끌어들여 세계화와 연관된다는 것을 알게 하였다. 그리고 김수현(독립큐레이터, 파리)씨는 ‘프랑스 미술계의 한·중·일 현대미술의 입지’에서 황용핑과 같은 중국 작가가 어떻게 프랑스 미술계에 이슈화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었는지를 설명하였다.

여기에 차학경, 박이소 작가처럼 미국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민영순(UC 어바인) 작가는 지난 40년간 자신의 작업을 ‘당신(우리)의 밝은 미래, 그리고 번역과 문맥의 질문들’이라는 주제로 돌아보고, 자서전적인 한국의 디아스포라(Diaspora)를 국제적 의미로 확장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크게 얻은 것은 비서구 미술을 세계화와 연관시키면서 항상 논의되는 개념들, 이를테면 문화 다원주의(Cultural Pluralism), 포스트 콜로니얼리즘(Post-colonialism), 얼터 모더니즘(Alter Modernism) 같은 개념들을 보다 구체적인 작품과 활동으로 확인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기존의 고정 관념을 벗게 해준 흥미로운 두 발표가 있어 이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미카 쿠라야(일본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수석큐레이터)씨는 ‘글로벌 맥락에서 본 일본 컨템포러리 미술 : 192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에서 일본의 동시대 미술의 현황을 1990년대 슈퍼플랫(Superflat, 초평면적) 세대로 대변되는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 1962- )와 2010년대의 타나카 코키(田中功起, 1975- )세대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세계 미술계에 일본을 널리 알린 무라카미의 작품은 반(反)원근법적으로 깊이가 없는 평면성과 만화 같은 가는 선묘가 특징인데, 이는 무라카미 이전 시대의 일본 작가들과 상통하는 계보를 가진다. 슈퍼플랫으로 일컬어지는 이 특징은 에도시대의 전위 화가 이토 자쿠츄(伊藤若冲, 1716-1800)→우키요에 작가 카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1760-1849)→애니메이터 카나다 요시노리(金田伊功, 1952-2009)→무라카미 자신으로 이어지며 이러한 일본적 화법으로 무라카미는 일본을 세계적으로 ‘디스플레이’했다. 반면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한 타나카 코키는 동일본지진이라는 재앙의 문제를 단순히 일본만의 경험이 아닌 국제적 협력의 문제로 확장한다. 지진 후의 일본이나 복잡한 상황의 아시아, 위기가 계속되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결속의 의의를 묻고 있는 EU 등 세계적으로 어떤 사건이 터진 후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은 서로 간의 협력을 요하는 문제이다. 타나카는 이처럼 ‘일본으로부터 글로벌 문제를 발화하는 것’을 통해 국제 사회 협력의 문제를 예술이 논의해 볼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타나카의 태도는 오리지널리티를 중요시하고, 역사적 문제를 꺼리는 일본 미술계에서 비교적 드문 태도이다. 발표자는 이러한 타나카의 태도를 통해 2010년대 이후 아시아 미술이 나아가야 할 바를 제시하고 있다.

전영백(홍익대)씨는 ‘여행하는 작가들과 장소성 : 경계넘기작업의 한국 작가들을 위한 이론적 모색’에서 현대미술에서 장소가 주는 의미와 그 장소성을 둘러싼 인식의 변화를 살펴보고 자 하였다. 어떤 특정 장소에는 반드시 그와 밀착된 문화적 특성이 함유되기에 그동안 미술은 장소의 이동을 곧 문화적 이동으로 인식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이동은 곧 주체를 유동적으로 만들면서 물리적 장소가 요구하는 근본적인 정체성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특정 장소가 가진 권력을 없앤다는 인식을 했다. 80년대 후반 들뢰즈에 의해 제기된 이러한 ‘노마드(Nomad)’ 개념은 발표자를 따르면 지금까지 장소와 연관된 작업이 갖는 주요 토대이다. 그런데 발표자는 이러한 노마드식 작업에서 주체가 가진 이동성이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오히려 주체가 장소에서 분리되어 주체만 남게 되었다고 하였다. 즉 동일한 주제를 장소만 바꿔서 반복하거나, 여러 장소에 설치했던 장소특정적 작품을 한 곳에 설치하는 작업은 결국 작가만 남게 되는 작가중심적인 작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발표자는 이처럼 작가 위주의, 오히려 장소성이 희미해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마드식 주체를 ‘여행자(Traveller)’의 개념으로 읽을 것을 제기한다. 왜냐하면, 노마드는 내부와 외부의 이분법에 근거하면, 언제나 외부에 그 존재의 거주를 설정하는 것에 비해, 여행자는 내부와 외부를 넘나드는 경계적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여행자는 항상 서로 다른 장소들을 연결하는 성격이 크기 때문에 장소와 장소, 도시와 도시, 문화와 문화의 관계성이 중시되는 최근의 글로벌 맥락에 더욱 적합하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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