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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한국현대미술의 스펙트럼

송미숙

삼성미술관리움은 지난 7월 18일 실로 오랜만에 제4회 아트스펙트럼 전시를 개최했다. 2001년 1회에 이어 2003년, 2006년에 각각 2회와 3회를 거치면서 한국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던 이 전시는 엘리트 귀족주의를 표방하며 블루칩 작가들만을 후원해 온 삼성미술관이 한국미술의 미래를 짊어질 성장 동력을 선별해 기획한 것이라 미술계는 더욱 의미부여를 했던 듯 싶다. 삼성미술관리움에 의하면 아트스펙트럼은 연령, 장르, 주제와 상관없이 아직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으며, 어떤 특정한 기법이나 소재를 따르기보다는 다각적인 방향으로 자기세계를 모색하고 있는 미래가 촉망되는 한국작가들을 선정해 보여줌으로써 이 전시가 한국현대미술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희망했다고 한다.


올해 선정된 작가들을 들여다보면, 우선 낯선 이국땅에서 겪는 개인의 정체성의 문제를 서구의 역사와 시각문화를 배경으로 타자로 대입시켜 네러티브의 반전을 꾀하고 있는가하면(배찬효) 비슷하게 본인 자신을 등장시키고 있지만 풍자와 조롱으로 한국사회의 솔직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는 옥정호가 포함돼 있다. 사물, 상황의 인식에 대한 불확실성을 카메라의 눈과 TV 노이즈 화면으로 담아 우리의 고정관념을 흔들어 놓으며(한경우), 장보윤은 파기된 사진들을 통해 공통된 기억을 더듬고 있고, 테크놀로지 시대에 사장돼 가는 장인들-줄타기 명인, 손 자수 장인, 영화간판장이-의 얘기를 통해 허망한 이상을 좇는 미술가와의 접점을 찾으려 한다(전소정). 메가 도시 서울을 사는 우리의 실존의 환경이 돼버린 끊임없는 재건축 개발현장 공사장의 무질서,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은밀한 통제와 감시를 망루라는 구조를 통해 말하고 있는 가하면 (김지은), 유학하면서 타자의 입장에서 고국의 역사를 재구성하고 있는 김아영도 있다. 그런가하면 최기창은 존재의 의미를 이유 없이, 무작위 적으로 연출한 단어나이미지의 조합을 통해 반추하려 한다.


선정된 작가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고민하고 반추하고 있는 사회/역사/개인의 현실을 다루고 있지만 아쉬운 점은 작가 모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보다 기획전시실의 강한 구조를 의식한 탓인지는 몰라도 완성된 제품(Finished product)을 만들어내는 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현대미술의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을 본다고 하면 마무리보다는 오히려 실험성, 역동성, 신선함에 더 초점을 두어야 하지 않았을까? 더불어 왜 하필이면 10인 이내로 숫자를 한정시켰어야할까라는 점도 납득하기가 어렵다.






관훈갤러리 3인전

싸구려 중국산 상품들로 범람, 오염된 지 한참 지난 인사동에 그래도 가 볼만한 전시장은 관훈갤러리이다. 지키는 사람도 없고 입장료도 무료일뿐더러 전시실이 소박해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 이 갤러리가 7월 18일 오픈한 기획전은 3인의 교수/작가인 문주, 김종구, 고경호에 집중되었고 이들은 각각 한 층의 한 개씩 작품을 전시해 타이틀이 3개의 방이었다. 오랫동안 강박관념같이 시간이라는 문제에 몰두해 온 문주는 이제 그 해답을 ‘자연의 미학’혹은 ‘자연의 전략’에서 찾은 듯 작가인 그에게 일이란 시간과 싸우는 일이며 그 일은 끝까지 해답이나 결론을 지연시키는 자연이다. 김종구의 쇳가루 산수화 또한 시간을 통해 쇳가루가 흘러내리며 산화되어 가는 과정을 동양의 산수화를 빗대어 물질이 탈 물질화돼가는 단계를 화폭에 담고 있다. 고경호의 흰 코뿔소의 방은 코뿔소가 볼록렌즈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는 작품으로 메를로 퐁티의 ‘현상적 장’의 표현으로는 그의 인식만큼이나 모호하다. 관훈 갤러리의 세작가와 삼성미술관리움 아트스펙트럼의 작가 8인의 편차는 세대

차이에서 오는 만큼 전시환경의 다름에서도 비롯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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