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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재능과 경험이 갖는 의미

송미숙

국가를 전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약 15년 전 메가 전시에 유다른 관심을 보였던 구겐하임의 토머스 크렌스(Thomas Krens)가 ‘Against Nature’란 타이틀의 일본 전, 아프리카 전, 중국 전시를 잇달아 올렸고 여기에 자극을 받았던지 휘트니미술관에서 ‘미국의 세기 : 문화와 미술’이란 타이틀로 2차 대전의 전과 전 후로 나누어 미국전을 올렸었다.

필자가 기억하기에 단순히 미술사적, 즉 미술의 연대기적 열거보다는 한 국가의 정신과 이를 표상하는 인문학적 깊이를 가진 전시로서 인상 깊었던 전시는 단연 작고한 하랄트 제만이 올렸던 ‘오스트리아 전(Austria in the rose net)’ (1996) 이었다. 이 전시는 제만이 바로 전에 했던 스위스 전을 보고 오스트리아 측에서 그에게 제안해 기획했던 쇼였다. 제만이 기획했던 또 다른 획기적 전시였던 ‘영화 100년사’의 한국 유치를 결정하기 위해 당시 비엔나를 방문했던 삼성미술관 일행은 거기서 제만을 비롯해 토머스 크렌스를 만났고 그 자리에서 제만을 큐레이터로 하고 삼성미술관 컬렉션을 중심으로 삼성에서 기획, 구겐하임으로 순회하는 한국의 국가 전을 개최하기로 잠정적으로 합의를 보았으나 여러 이유로 이는 무산되고 말았다. (제만의 지속된 관심과 의욕에도 불구하고) 금번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올린 ‘코리안 랩소디, 역사와 기억의 몽타주(3.17-6.5)’는 이 13년 전의 일을 기억하는 필자에게는 따라서 색다른 의미로 다가왔던 전시였다.



‘코리안 랩소디’는 요약하면, 개항 이후 구한말부터 현재에 이르는 100년 간의 한국근현대사의 사건들을 적시적소에 미술작품과 다큐멘트 영상 혹은 사진기록들로 골격을 잡고 이 질곡의 역사에 대한 교육된 기억을 바탕으로 한 미술가들의 재해석으로 가미해 사실(史實)에 대한 현재의 이데올로기로 경험의 역사를 교차시켜 본 문자 그대로 한국 근현대의 정치사의 사실과 교육된 기억을 초점으로 한 전시다. 기획자의 말에 의하면 한국 근현대사의 다양한 해석과 입체적인 감상이 가능하도록 미술사의 연대기적 전시연출보다는 영화의 몽타주 기법을 차용해 이미지를 병치, 대립시켜 통시적인 의미를 산출해내어 한국근현대사를 새롭게 해석하는데 강점을 두었다고 한다. 이 기획전의 시도에 박수를 보내면서 몇 가지 지적해 볼까하는데 아마도 이는 절대적인 시간과 연구를 전제로 할 것이다.

첫째 기획자가 말하고 있는 ‘다양한 해석과 입체적인 감상’은 자칫 잘못하면 그리고 특히 역사의식과 기억이 희박한 젊은 관람객에게는 혼란만 가중시킬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둘째 역으로 기획자의 말대로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새로운 의미생산을 목표로 하였다면 보다 더 많은, 문화 인류학적·인문학적 자료의 제공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왜 우리에게는 항상 사건위주의 단선적인 정치사만 있어야하는가 라는 것이다. 특히 미래의 전망이 궁극적인 목표라면 이 조그만 나라의 민족 특유의 치열성의 근간과 정신적 맥락을 짚어보는 지혜, 인문학적 견식 또한 제시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최근 화랑가에 일종의 지각변동이 느껴진다. 옷집, 레스토랑으로 혼탁해진 사간동·소격동·삼청동 등의 북촌중심을 떠나 경복궁을 중심으로 반대편의 서촌, 진화랑 근처에 통의동, 효자동에 화랑들이 하나 둘씩 둥지를 틀기 시작하고 있는 현상이 그것이다. 아트사이드갤러리, 갤러리시몬을 비롯해 대구의 모 화랑도 곧 빌딩을 올릴 것이라고 한다. 환기미술관 근처 부암동 일대는 이미 작은 화랑들이 옹기종기 모여든지 몇 년 된 것을 감안하면 이제 북촌에서 서촌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갤러리현대·국제갤러리·학고재·선컨템포러리 중심의 북촌 화랑들이 좀 더 질 높고 참신한 전시로 분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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