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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010 미술계 결산 우리는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가?

송미숙

송미숙의 미술시평(25)

새해를 목전에 두고 지난해를 돌아볼 때 시민 경제가 자못 우울했던 것을 생각하면 미술계는 그래도 괜찮지 않았었나 싶다. 물론 호황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지나치게 흥청거렸던 때 생긴 거품이 이제 좀 가라앉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근자에 세련되게 두터운 엽서로 보내기도 하지만 도록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우편함에 쌓인다. 여기 저기 특히 수도권 지자체에서 세금이 많이 걷히는지 아니면 공간이 남아도는지 창작지원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열을 올린다. 문민정부 때 대안공간이 성황을 이루었던 것과 내용상 대조를 이루는 것 같지만 수용하는 양상은 비슷하다. 미술경제사정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키아프도 우려했던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는 주최측 화랑협회의 진단이다. 그러나 한편 비단 우리 미술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여전히 미술의 상품화 쟁점은 유효하며 특히 비엔날레에서 아트페어를 운영하고 있으니 더욱 그러하지만 역으로 어느 유럽의 큐레이터가 말했듯이 어차피 미술이 오브제로 남아있는 한, 그리고 대부분의 미술가가 작품을 팔아서 생활을 영위하는 한, 상품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지난해에 가장 큰 미술계의 행사는 무엇보다도 대형 국제 현대미술이벤트가 장식했다. 광주비엔날레가 마시밀리아노 조니의 단독 큐레이터이자 감독으로 탁월한 이미지 전시를 한데에 이어 미디어 시티 서울, 부산비엔날레가 9월 내내 연이어 성황리에 개막했고 같은 달 키아프가 영국을 주빈국으로 상기한 바와 같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렀다. 특히 이번 키아프는 이전과 달리 굵직한 세계적 큐레이터들-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다니엘 비언바움, 프란시스 모리스-을 초청, 중요한 학술심포지엄을 부대행사로 개최해 키아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정된 좌석 때문에 많은 이들이 아쉽게도 놓쳤지만). 주제 중의 하나가 의미심장하게도 미술의 상품화였으나 시간상 개략적으로 끝내 못내 아쉬웠지만.



2010 주요 개인전
개인전들을 돌아보면 김범, 김수자, 김소라 등의 4,50대 작가들 뿐 아니라 임충섭, 김홍주, 정창섭, 박서보 등의 원로작가들, 특히 애석하게 한창 나이에 작고한 비디오 작가 박현기의 전시들이 주목할만 했다. 외국작가 개인전으로는 다니엘 뷔랑, 볼탕스키와 함께 프랑스 당대미술에 영향이 큰 베르트랑 라비에(아뜰리에 에르메스)와 로니 혼(국제갤러리), 만 레이 사진전(서울시립미술관) 최근의 가브리엘 오로즈코 (PKM트리니티갤러리)들이 기억될 만한 전시였으나 외국 작가들의 경우 대표작이 항상 제외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2년 간 침묵 끝에 기획한 삼성미술관리움의 ‘미래의 기억들’이란 제명 하에 그룹전은 렘 쿨하스의 박스 공간 때문이라고도 짐작되지만 기획 의도나 내용은 주목을 받았으나 방법, 특히 공간연출에 응집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외국미술관 컬렉션전(바르셀로나 MACBA의 <언어의 그늘>)은 그런 의미에서 주제의 문맥과 공간을 효율적으로 접목시켜 돋보였던 전시였다(물론 MACBA 측에서 다 했다지만). 아울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아시아 리얼리즘’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었다.

새해의 문턱에서 우리미술계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아마도 우리 사회 전반의 상황과도 맞물려 있는데 어느 정도 경제성장이나 인프라도 그만하면 어느 정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으나 아직도 정신문화의 원형이나 담론을 배태하지 못하고 현상유지나 선진 외국 것, 새로운 것을 따라잡는 데에 연연해 있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돌아볼 여유도 생기지 않았을까? 모던, 포스트모던, 얼터 모던(Alter Modern), 트랜스 모던 등의 차용하고 따라할 담론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명해가야 할, 혹은 적어도 그의 필요성은 자각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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