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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각예술(?) 혹은 미술의 지향점

송미숙

송미숙의 미술시평(24)
미술이 화이트 박스내의 관상용의 기능에서 공간적·개념적으로 확장되면서 소통의 영역과 관객의 시야도 꽤 달라졌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이 다른 정신문화의 영역과 구별되는 특성은 미술이 미술일 수 있어야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말도 시대성을 상실한지 꽤 오래되었지만-과 함께 대두되었던 우리의 매일의 삶과 관습, 나아가사고방식이나 고정관념을 지배해왔던 개념적 틀과 행동 혹은 언술에주목하고 이를 해체하기 위해 전용했던 사회철학과 언어, 심리학, 거대 또는 소 문화담론들도 이제는 하나의 출발점이나 메시지는 될 수 있겠으나 그것을 어떻게 미술이란 언어로 발전시켜 나아갈 것인가 혹은 공간을 통해 제시하고 연출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르며 여기서 개별 미술가 혹은 그 미술가를 대변하는 큐레이터의 역량이 드러난다. 어떤 미술가·큐레이터는 바로 이 지점을 관객의 몫으로 떠넘기기도 한다.



가브리엘 오로즈코, 표현의 시적효과와 여운
멕시코의 개념미술가인 가브리엘 오로즈코(Gabriel Orozco)가 한국에서는 처음 개인전을 개최했다(10.26 - 11.30 PKM트리니티갤러리). 세속적이고 덧없는 것의 정확한 그러나 시적인 기록자로서 잘 알려진 오로즈코의 설치·레디메이드 혹은 발견된 오브제들과 사진은, 겉꾸미지는 않지만 정밀한 방식으로 공간과 시간의 이동·전치와 소멸의 순간들을 다룬다. 이런 식으로 그는 그의 조각 혹은 사물을 그것들이 속한 장소로부터 떼어내어 그들에게 영원한 마법을 건다. 아마도 그의 가장 널리 알려진 레디메이드 오브제의 전용은 한 때 프랑스의 국민차로 널리 애용되었던 시트로엥 자동차를 세로로 절단해 자동차의 가운데 3분의 1을 떼어 제거한 다음 다시 붙인 1993년의 인데 여기서 가늘게 축소시킨 처방은 시트로엥(Citroen) 차에 놀랍도록 유선형의 모양을 주어 외양으로는 본래의 차보다 훨씬 우아한 모습을 주었으나 차가 가져야 하는 속도의 기능은 상실한 결과를 낳게 했다. 아마도 여
기서 오로즈코는 미술과 테크놀로지 발전에 대한 우리의 맹신에 대해 재치 있는 논평을 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번 PKM의 오로즈코 전시는 작업테이블·숨 드로잉·데플리아주(Depliages)·원·거품·신체부분(토르소,골반, 머리 등)조각·운동선수의 숭배의식과 같은 다양한 주제를 다룬 작품뿐 아니라 그의‘모순’의 개념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개념사진도 선보였다. 이들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단연 작업테이블로 얼핏 보면 작가가 여러 풍경들에서 수집한 발견된 그러나 사소한 오브제들, 혹은 그의 조각실에서 작업하던 스케치, 미완의 모형들의 혼합물을 늘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재료들은 사물이 되기 위한 과정 혹은 오브제의 조각적 역량을 테스트하는 단계에 있는, 생산되기 전의 조각에 대한 계획이자 동시에 부정으로도 볼 수 있는 모순된 재료의 과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밖에 숨 드로잉과 데플리아주(접은 것을 펴다라는 deplier의 명사형), 신체의 일부분을 찰흙을 이용해 옮기는 작업은 멀게는 초현실주의, 보다 정확하게는 신체의 행위와 재료와의 삼투현상의 시간적 과정과 궁극적으로는 소멸해 가는 물질·신체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었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계속적으로 이동해가며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모순과 덧없음을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그의 작업이 주는 감동은 사실은 그가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에서보다는 표현의 시적 효과와 여운에서 비롯된다.

그런 의미에서 상당수의 중요한 한·중·일 3국의 동시대작가와 작품들이 나열된 국립현대미술관의‘메이드인팝랜드’는 최근 유행인 네오 팝 양식을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모아놓은 질보다는 양으로 채웠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일개 갤러리 전시였던 오로즈코 개인전과는 대조를 이루었던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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