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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픽션보다 낯선- stranger than fiction

송미숙

송미숙 미술시평(23)

비교적 젊은 작가, 젊다고 해봐야 20대는 훌쩍 넘어선 이들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우리미술계에서는 아직 젊다고 할 수 있는, 그들의 최근 작품들을 보면 대체로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두 부류는 어떤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시작해 이미지화하는 과정에서 구별되는 형태적인 요소, 가령 추상이냐 아니면 구상·사실주의로서 나뉘거나 혹은 이제는 진부해진 모더니즘, 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조를 따르고 있느냐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외견상, 즉 재료와 구성, 기술, 또는 전시방법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다르다 해도 대동소이하지만 같은 시대의 작가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좀 더 거창한 말로 표현한다면 시대정신(zeitgeist)을 이들이 공유한다고는 할 수 없는 간극이 이 두 부류에서 발견된다. 이들 중 하나가 세계 현대미술의 작금의 미술경향에서 혹은 난무하는 시각정보의 홍수에서 퍼온 현란한 스펙터클과 잡식성 위주의 하이브리디티(hybridity)성격의 작업들이다. 빈번히 이러한 경향의 작업들은 형식적 관점에서 보면 일반적으로 극사실적이고 광택나는 재질 또는 표면성을 지향한다.
다른 하나는 사회와 현실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종의 사회학적 내러티브의 문맥을 근간으로 한 작업으로 실제의 경험보다는 역사의 한 인물이나 사건, 혹은 일상의 대안장치를 끌어들여 자신의 삶의 일부와 대치시키거나 결합시켜 어떤 메시지를 끌어내려고 한다. 이때에 목표하는 진술은 의도적으로 은폐되거나 관객의 참여를 적극 개입시켜 집단의 합의를 유도한다.



김소라의 작업을 뭉뚱그려 보면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신사동 아뜰리에에르메스의 개인전(10.2 - 12.5)에서는 이전의 프로그램 기획자의 역할을 벗어던지고 어떤 전환이라 할 수 있는 일련의 신작들로 구성했다. 이전의 작업이 청소, 노래, 은행, 요리등과 같이 우리 일상의 친숙하고 유연한 항목들로 가동되는 허구적 장치들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여 일상을‘예술’로 침투시키는 시도를 해왔다면 이번 신작발표에서는 전체에 대한 방향지시나 의도적인 제약이나 질서 없이 예기치 못한 질서들이 스스로 드러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제목의‘없음’은 바로 이러한 방향성의 제시 없이 일어날 수 있는 다양성, 유연성, 자유로운 움직임과 만남, 은닉된 질서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게 해 관객과 소통하게 하려하는 김소라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자신의 감각, 단상, 만남과 기억들을 담아 낸 열다섯 조각의 길고 짧은‘노트’들은 스스로에게도 낯설은 그래서 ‘없음’이란 제목으로 존재하는 이야기들인 듯싶다. 기념비 같은 숫자들, 소리들, 쓰러진 나무와 낡은 부표, 풍상에 시달려 벗겨지고 찢어진 벽, 시멘트, 라디오와 불안정한 전류가 흐르는 전구, 그리고 네 개의 영상들은 소통이 불가능한 요소들과 상호 공존할 수 없는 관계들이 서로를 침해하거나 상관하지 않으면서도 대적하거나 우호적으로 있으면서 소멸해가며 파편화되가는 순환적인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소라가 비교적 젊은 세대의 시선을 나름대로의 서술체와 시적언어로 표현하고 있다면 지난 해 타계해 미술계에 아쉬움을 남겼던 신성희(9.10 - 10.31 갤러리현대)는 단색화의 시대의 저항하기 어려운 거센 물결에 합류, 거기서 자양분을 얻어 시작했으나 프랑스 유학을 통해 프랑스의 쉬포르-쉬르파스(Support-Surface)운동의 회화구조에 대한 분석과 해체 혹은 폰타나(Fontana)의 공간선언에서 영감을 얻어 캔버스를 해체한 다음‘한국적 방식’이라 할 수 있는 직조, 박음질, 콜라주들을 기용, 색채와 다양성을 복귀시켜 회화의 가능성을 확대해 단색화의 다음세대를 열어 갔던 작가로 1부는 그의 맥시멀리즘 경향을 2부는 그의 마대 작업이 주를 이루는 단색화 경향으로 나뉘어 전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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