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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국가 정체성

송미숙

20세기 말에 시작된 일련의 지정학적 사건들, 러시아와 중국 대륙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체제와 이념의 붕괴는 다국적 기업에 의한 글로벌 자본주의와 소비경제를 더욱 더 급속도로 확산시켜 명실공한 글로벌리즘의 시대로 접어들며 이제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은 과거지사로 치부, G7으로 대표되었던 강대국 체제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가세해 IT와 생명공학을 핵심으로 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급속한 발전은 유목민적 생활방식과 문화, 도덕적 탈선과 생물학적 변이와 사이보그들을 양산했을 뿐 아니라 나아가 인종내지 국가개념의 쇠퇴까지 초래해 ‘내가 과연 누구인가?’ 혹은 ‘우리는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개인의 정체성, 국가 정체성의 이슈는 과거 그 어느 때 보다도 강도 높고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 정체성의 이슈는 이미 지난 세기 말 부터 대두되었으나 이제는 어떤 특정 관심과 성별 혹은 이념을 표방하는 집단이나 국가, 혹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훨씬 더 보편적인 의제로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체성 이슈의 흐름
우리는 어떠한가? 돌이켜 보면 정체성의 이슈는 1920년대 일제 강점 하에 미술의 사회적 기능과 이념을 핵심으로 했던 카프 운동을 시작으로 때로는 향토색 논쟁으로 때로는 전통 이미지나 형태에 대한 추구로 주로 ‘한국적’인 것 찾기에 초점을 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최초의 정치미술이라 할 수 있는 19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의 민중미술은 한국의 특이한 분단 상황에 주목한 주체성 이데올로기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었으나 뚜렷한 사회주의적 이상이나 유토피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민중미술은 퇴색해 갔다. 21세기도 10년을 보낸 지금의 상황을 나름대로 진단해 보면 우선 후기 민중미술의 최근의 동향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정치적 입장의 위치하기 political positioning의 방식이 눈에 띠며 다른 하나는 마음의 향수를 불러내는 사물이나 개념을 토대로 한 추상오브제들로 상실한 정신문화 정체성의 파편이나 그 흔적을 수집하는 경향, 마지막으로 불특정 개인의 배설적인 소비 여흥문화의 재현이나 모작, 가짜의 양산으로 탈 정체 화돼가는 현대인의 불안정한 모습을 꼬집는 양상으로 전개되어가고 있는 것이 근자의 한국 현대미술에서 요약될 수 있는 정체성에 대한 표현들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다. PKM에서 열린 박찬경의 전시가 첫 째 경향을 대표하는 것이었다면 주로 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며 작업하고 있는 자칭 ‘보헤미안’작가 임충섭 (학고재)의 옛 농기구들을 연상시키는 추상작품들은 두 번째 표현에 속한다. 갤러리 현대에서의 약간은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아 보이는 이른바 ‘국민화가’ 박수근의 기획전은 6.25 전쟁후의 척박했던 한국의 실제풍경과 정취를 되돌려 플레쉬 백해 주고 있지만 위의 두 전시와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5월의 미술계
최근 경제사정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은 미술계로서는 꽤 풍요한 한 달이었다. 전시도 많았지만 특히 희소식은 대림미술관, 진화랑, 김달진 자료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 통의동, 창성동 근처에도 여러 화랑들이 들어서면서 먹거리와 군소 상점들로 또 하나의 인사동거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삼청동에 버금가는 화랑거리를 조성할 전망이라는 사실이다.
강남으로 넘어가서 볼거리는 도산공원 뒤에 자리한 아틀리에 에르메스가 기획한 베르트랑 라비에 Bertrand Lavier (6월 10일까지) 전시와 프랑스에서 거의 40년을 살며 작업하고 있는 이자경 의 2회 째 국내 전(양재동, 아틀리에 705)이다. 특히 20세기 후반 프랑스 현대미술의 전개에서 다니엘 뷰렌, 크리스티앙 볼탄스키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한 라비에는 그만의 접붙이기 grafting 미학, 즉 기존의 유명 혹은 무명의 작가들의 오브제위에 또 다른 오브제를 접목시키거나 그들의 오브제를 다시 만들어 터치를 가하는 일종의 현대식 ‘레디메이드’방식을 취하고 있어 유사한 모작방식을 택하고 있는 한국작가들과 좋은 비교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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