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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관 40주년, 국립현대미술관에 바란다

송미숙

송미숙의 미술시평(12)


올해로 개관 40주년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은 그간 축적해온 과업을 돌아보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되는 때에 당면과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중심에 서울관 건립이 있다. 경복궁에 둥지를 틀었다가, 덕수궁으로 자리를 옮긴 후 1986년 새 건물을 지어 과천으로 이전해 지금에 이르는 현대미술관은 건물 자체의 폐쇄성과 공간의 비효율성 뿐 아니라 특히 관람객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문제점으로 인해 서울관 건립의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주로 미술계를 중심으로 주장되어 오다가 적절한 대상지로서 고궁과 화랑, 미술관들로 둘러싸인 기무사 자리가 거론됐었다. 그러다가 2004년 기무사이전 계획이 발표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종로구 국회의원 시절에 기무사 자리에 미술관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기무사 강당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 이곳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만들겠다고 공표하면서 서울관 건립계획은 급물살을 타게되었다. 전체부지의 35%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지구병원의 이전계획, 기무사본관이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초 한국인이 설계한 모더니즘 건축이라 하여 지난해 6월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한 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본관의 구조를 그대로 보존하고 새로운 외피로 덮을 것인가 enshrine 혹은 리모델링을 할 것인가), 지역의 고도제한 등 아직도 풀어야할 난제가 많지만 주최 측인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 건립방안을 예정대로 추진·진행할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관 건립과 동시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안부)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특수법인화 계획을 수립, 미술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그 타당성 여부를 논의에 부치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국립현대미술관이 법인화가 되면 조직의 유연성과 인사정책의 전문성이 보장될 것으로 착각하기 쉬우나 여전히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놓이며 오히려 경영마인드가 우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칫 포퓰리즘의 덫에 빠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예술의전당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사실은 왜 법인화 계획이 서울관 건립과 맞물려서 그것도 행정안전부에 의해 거론되어야 하는 가이다. 혹여 이에는 40주년을 맞는 국립현대미술관 자체의 누적된 문제점, 시스템이 엉망이거나 아니면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아왔던 것이 이유가 아닌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미술관의 수장을 맡은 역대 미술관장들은 무엇을 했는가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문가가 아닌 전직 장관이며 대기업의 CEO출신의 관장의 선임이 서울관 건립과 법인화 추진과정의 배경에 있지 않았을까 하고 진단하기도 한다.

어쨌든 서울관 건립과 법인화라는 당면 과제를 면전에 둔 이 시점에서 국립현대미술관에 바란다면 다분히 늦은 감이 없지는 않으나 원점으로 돌아가 나라를 대표하는 미술전문교육기관으로서 한국미술의 방향과 의식을 진정으로 선도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의 기본체력과 시스템 뿐 아니라 전문 인프라의 체계를 세우고 점검하여 미술관에 대한 미술가들 내지 대중들의 의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유도했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술관하면 의례 어떤 전시를 기획했는가를 가지고 평가하기가 쉬우나 전시는 소장품과 관련자료 수집, 보존, 연구, 교육, 출판, 회원관리와 운영, 홍보, 국제교류와 함께 하나의 기능이며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혹은 바꾸어 말해 전시는 그 외의 다른 기능과 프로그램들을 아우르는 프로덕션으로서의 역량과 효과로 평가해야할 것이다. 서울관에 대한 큰 그림은 퐁피두센터를 염두에 두고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안에 넣어야 할 내용이나 프로그램은 구체적인 실체가 없는 상태며 현재로서는 건립에 대한 설계방안을 수립하고 있는 정도로서 미술관의 전문 인력으로는 이를 감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아울러 고민해야할 중요한 요소는 앞으로 과천관과 덕수궁분관은 어떻게 서울관과 차별화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 미술관 소장품은 6,500점 정도며 약 100명의 인적구성은 전문인력이 학예직에 몰려있고 교육담당, 홍보, 소장품 보존과 관리, 아카이브·자료는 거의 없거나 미약하다. 게다가 멤버십부서는 미술관에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사단법인으로 별도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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