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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플랫폼 전시 : 기억의공간인가, 공간의기억인가?

송미숙

송미숙의 미술시평(10)


사무소(대표 김선정)가 기획한 플랫폼(9.3-9.25) 전시가 기무사에서 열렸다. 작년에 사간동 일대 화랑과 서울 역사 등 여러 베뉴(venue)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불편하고 혼란스러웠던데 비하면 작품들이 한군데에 모여 있어 관람의 집중과 용이함을 제공한 셈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불, 모나 하툼, 실파 굽타, 정연두, 박찬경, 우순옥, 케리 영, 아이 웨이웨이 등 개별 작가를 포함해 국내외 101개 팀이 참가, 기무사 본관 및 강당, 기사 휴게실, 지하층, 마당까지 이용해 회화, 사진, 비디오, 설치조각까지 다양하게 보여주었다. 큐레이팅 방식도 4개의 섹션으로 대별해 예술 총감독 김선정과 도쿄 모리미술관의 큐레이터 마미 가타오카가 공동으로 기획한 첫번 째 주 섹션, 9개 팀(?) 큐레이터들이 기획한 섹션, 작가가 큐레이터가 되어 추천한 작가들의 작품들의 섹션, 마지막 네 번째 섹션은 현대미술을 취급하는 외국기관들(호주의 아시아 링크, 런던의 헤이워드갤러리,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파리의 팔레 드 도쿄)을 초청해 그들이 선별한 작가들의 섹션으로 나뉘어 다양성을 모색했다. 물론 큐레이팅의 다각적인 방식은 주어진 리플렛이나 설명서를 읽지 않으면 드러나지는 않는다.

‘Void of Memory’라는 타이틀이 암시하듯이 이번 플렛폼 전시의 테마는 기무사라는 공간이 함유하고 있는 역사의 기억을 반영하고있다. 대체로 개념미술의 범주 안에 속하는 전시작품들 대부분에서 드러나고 있는 서사의 내용은 주로 억압, 고통, 거대한 사회라는 구조 또는 감시의 기능 앞에 무력한 인간, 가부장사회 속에 소외된 여성성, 유토피아의 붕괴 등 보안사·기무사라는 억압의 공간의 기능에 대한 기억과 그 기억의 환기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 같다. 이렇듯 다분히 역사·사회 비판적 기능에 입각한 작품들이 주는 무겁고 억누르는 듯 으스스한 분위기는 커졌다 꺼졌다 하는 불빛과 신음소리와 같은 음향작업에 의해 더욱 고조된다.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서라기 보다는 상상력을 통한 공간의 기억에 기초했기 때문에 또 거기에 낡고 음산한 기무사공간이 주는 분위기의 영향으로 전시에 몰입하기 보다는 보면 볼수록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방마다, 공간마다 빈틈없이 채우고 있는 공간구성 또한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예술가의 무한의 상상이 또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면 아이러니일까? 여하간 전시의 의도가 기무사라근 억압의 공간을 되살리자고 했다면 일단은 성공한 셈이다. 다만 기왕에 과거의 기억을 환기시킬 것이 목적이었다면 공간의 기무사 이전의 역사, 가령 우리나라 최초의 백신이 발명되었다고 하는 수도육군병원이라든지, 최초의 바우하우스 스타일의 건축 구조물로서의 성격, 또는 보다 이전의 경복궁과의 연계된 역사 및 앞으로 거듭 날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으로서의 비전등이 기획단계와 작가·작품 선정등의 준비과정에서 검토 되었더라면 더 좋았었을 것이라는 사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획자가 말했듯이 공간에 묻혀 있던 공통의 기억들을 되살리고 새로운(?) 기억들로 덧씌워 다시 태어나게 하고자 했던 것이 의도였다면 더욱더 숙고했어야 할 항목이라는 생각이다.

거대 도시안의 실제의 삶과 연계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실험의 장을 표방하고 있는 이번 플랫폼 행사 프로그램의 핵심 개념은 사뭇 광범하기 짝이없는 공공(public), 공간(space), 삶(life) 이다. 이러한 광범한 개념에 걸맞게 다양한 공공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새로운 ‘큐레이팅의’ 제도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문제는 주체가 되어야 할 관객·시민은 여전히 수동적인 객체 대상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제도 안팎에서, 국내외로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플렛폼의 기획자인 김선정의 이번 전시행사는 주어진 공간을 다각적으로 소화하는 능력에 새삼 놀라움과 찬사를 보내지만 아울러 그 특유의 야심과 정력에 사고의 깊이를 더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또한 남는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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