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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앙트락트전, 앨리스의 거울전

송미숙

송미숙의 미술시평(9)
_막간의 이야기

사간동에 나란히 위치한 국제갤러리와 갤러리선컨템포러리는 우연찮게도 동시에 북구작가들의 작품을 선별해 보여주었다. 전시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제갤러리는 예측할 수 없고 불안정하면서도 다소 혼란스런--적어도 심리적으로--막간의 시간과 무대를 뜻하는 ‘앙트락트(7.23-8.23)’에 내러티브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에 갤러리선컨템포러리는 세명의 여성작가들의 예리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한 어린아이/소녀의 환상, 꿈, 신비의 세계를 창백한 컬러사진으로 담아낸 ‘앨리스의 거울(8.4-8.25)’로 관객을 인도한다. 줄리아 풀러턴 배튼 (Julia Fullerton-Batten)의 주제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삶의 공간에서 소녀에서 여성으로 변하는 in-between의 시기, 쏟아지는 우유, 벽에서 떨어지는 거울, 선반에서 굴러 떨어지는 책을 잡기 위해 손을 뻗으며 나는 모습으로 소녀에서 성인으로 변해가는 시기에, 그 어색함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시전체 제목의 주인공인 로비자 링보그(Lovisa Ringborg)의사진이미지는 루이스 캐롤의 주인공 앨리스가 분홍색 눈을 한 하얀 토끼를 쫓아가다 토끼 굴로 떨어진 후 경험하는 환상과 모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줄리아가 어른의 세계의 틀속에 갇혀 불안정하고 어색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면 로비자는 그 세계를 때로는 의혹에 찬 눈초리로, 때로는 두려움과 반항의 몸짓을 펼쳐 보이고있다.



1924년 르네 클레르 감독의 <휴연 Relâche>이란 연극의 막간극으로 실험제작한 ‘앙트락트(Entr’Acte)’란 초현실주의를 예시한 실험영화에서 제목을 따온 국제갤러리의 전시는 5명의 북구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 제목이 함의하고 있는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데에 주목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연장되거나 지속적인 어떤 순간과 공간, 혹은 이미 지나간 사건들이나 앞으로 다가올 미지의 것들에 관한 느낌을, 즉 연극안의 연극을 추구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풍경을 주요 소재로 기용하고있는 마르코 부오콜라(Marko Vuokola)의 2쪽자리 diptych 사진 시리즈인 <일곱 번째 파도>는 시공간의 미묘한 이동에 대한 명상적인 고찰로 간결하고 미니멀적인 통찰을 담고 있다. 그와는 달리 단순한 일상의 서사를 이른바 ‘스칸디나비아 양식’이라 일컫는 후기 모더니스트 디자인과 건축 양식과 거의 광란적인 표현주의 기법과 충돌케 함으로서겹겹이 드리워진 상상력의 어두운 그림자를 불안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끌어내고있는 카스파 보낸(Karpar Bonnen)은 또 다른 북구낭만주의의 이면이다. 상당수의 유럽작가들에게 지속적인 영감의 출처를 제공했던 공상과학 소설가 발라르(Ballard) 의 소설인 <크리스털 월드(Crystal World)>에서 제목을 따온 <앤 릴르가르드 (Ann Lislegaard)>의 세쪽 자리 triptych 애니메이션 작업은 수정계를 반영하는 것 같은 기하적 면 구조 공간에 젠더와 몸의 한계에 대한 혹은 그를 초월한 어떤 공상의 세계를 전개하고 있다. 체리나무로 프레임을 장식한 퍼 위젠(Per Wizen)의 작업공정은 복잡하고 노동 집중적이다. 그는 책 속에 담긴 미술사적 작품들--우첼로, 마사치오, 카라바조등--의복제를이용하여 콜라주를 만들어 파스티쉐해 접합한 다음 대형 시바크롬으로 인쇄해 완성하며 이때의 그의 작업은 미술사적 출처와는 무관한 듯 애매하게 엮이며 불편한 그림 속의 그림, 틀안의 틀과 같은 이미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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