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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정체성

송미숙

송미숙의 미술시평(7)

필자가 제 48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았던 때의 일이다. 본 전시 오프닝을 치르고 난 직후 각 국가관 커미셔너들은 당시 본전시의 총감독이었던 고 하랄드 제만을 모시고(?) 간담회를 가졌었다. 당시 간담회는 영국 문화원 British Council 의 미술부 책임자며 영국관 커미셔너 (영국은 국가관을 영국문화원 미술부가 책임 운영한다)였던 안드레아 로즈의 발의로 이루어졌는데 주요 의제는 각 국가관 간의 친목과 앞으로의 국가관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였다. 

국제현대미술축제와 건축축제를 엇갈라 개최하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현대미술축제는 아르세날레 Arsenale와 이탈리아관을 베뉴Venue로 하는 본 전시와 자르디니 Giardini 에 자리 잡은 국가관 전시로 대별된다. 비엔날레 총감독은 본 전시의 주제와 전시기획을 책임지며 총괄하지만 국가관을 소유, 운영하고 있는 각 국가관의 전시는 국가관 커미셔너의 몫이며 경비 또한 국가관이 부담한다. 쟁점은 바로 이러한 이중 운영체제에도 불구하고 국가관은 주최자의 특권과 장소특정상 비엔날레 측의 일률적인 통제와 제약을 받을 뿐 아니라 국가관 전시 또한 본 전시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간담회를 발의한 로즈는 베니스비엔날레의 바로 이러한 이중구조에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과 국가관들이 처한 딜레마를 국가관을 운영하는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짚어보고, 가능하다면 어떤 합의점을 찾아내 국가관의 정체성은 물론 앞으로의 국가관의 운영에 바람직한 방향을 도출해 내고자 하는데 있었다. <사실 당시 한국관 커미셔너는 비엔날레 주최 측의 총감독 선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한국관 커미셔너 선정 또한 매우 늦게 이루어져 6개월전에 열렸던 프레 오픈 커미셔너 회의에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참석했었다. 회의에서 알게 된 사실은 대부분의 국가관 전시기획이 본 전시와는 별도로 이미 진행돼 있었고 그 회의는 오히려 본전시의 총감독을 소개하고 그의 계획을 듣는 자리며 아울러 국가관운영에 대한 베니스 시당국의 대처와 조치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참고로 각 국가관은 전시가 진행되지 않는 6개월 동안의 보안 및 운영을 위해 베니스 시 측에 일정비용을 지불한다) 

이러한 필자의 경험과 간담회를 통해 얻은 교훈은 국가관의 운영이 단순히 현대미술축제나 건축제에 참여하는 계기성적 차원을 넘어 국가의 문화적 정체성을 알리는 포괄적 성격으로 전환해야 하며 그러기위해서는 비엔날레에 커미셔너와 작가를 선정하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보다 근원적이고 일관성 있는 운영체제와 방향 및 그에 따른 기획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물론 한국관은 현재 문예진흥위원회 (이 전의 문예진흥원)가 운영주최로서 문진위가 하고 있는 국제적 수준의 가장 중요한 사업의 하나이긴 하지만 상황이 이전과 크게 달라져 있지는 않고 여전히 계속해서 바뀌는 담당자에 의해 현상 유지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관 운영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이양

올해의 경우 국가관의 정체성은 차치하고라도 국내외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전시기획자들이 상당수에 달하는 데도 불구하고 왜 구태여 미국인 큐레이터가 커미셔너로 선정되었는지 묻고 싶다. 또 하나의 문화사대주의 행태는 아니었는지? 그가 선정한 작가가 한국관을 대표하는 이유가 단순히 현재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수준의 작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의 작업이 서사담론은 요즘 유행하는 디아스포라적 상황과 거기서 야기되는 이종교배적 문화 충돌에서 파생되는 센티멘털리즘의 감성을 건드리지만 실제 전시의 구성은 국제미술계에 잘 알려진 몇몇 작가들의 작업을 짜깁기 해 모아놓은 것 같은 설치를 보여주고 있어 뭔가 석연치 않다. 차제에 필자는 제안하건데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인적 구성이 변하는 문진위보다는 비교적 전문성과 실전에 경험이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 한국관운영을 이양하는 것이 주체적이고 일관성 있는 기획과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지 않을 까하고. 여하간 비엔날레의 한국관운영은 우리 미술계가 고민해야할 숙제중의 하나다. 국민혈세로 운영되니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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