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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한국 조각의 단면들_김청정, 김인겸, 오인환

송미숙

송미숙의 미술시평(6)

한국추상조각의 원로인 김청정(5.6-7.5)의 신작이 학고재에서 선보였다. 미니멀적인 최소한의 형태에서 자연의 형태의 회귀로 끈질기게 형태의 실험에 몰두해왔던 그가 이제는 LED를 아크릴릭 패널의 단면에 혹은 각에 부착해 마치 형태들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것 같은 효과를 부가하여‘내면의 빛’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때의 그의 빛은 좀 진부한 표현(cliche) 같지만 ‘밝음이며 생명의 근원’으로 또 다른 근원으로 향한 추구이며 그에게 형태에 대한 천착은 여전히 기본으로 이때의 LED 광선 색채를 발산하는 또 하나의 조형 언어로 읽혀진다. 김청정과 거의 비슷한 세대에 속하는 김인겸(5.6-6.5 표화랑) 또한 관심이 공간에 집중돼 있지만 벽에 걸려있거나 바닥에 놓인 볼륨이 축소된 최소의 형태-큐브와 원, 사각형 등-를 통해 물리적 공간과 관념적 공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서로 합일되는 경지를 나타낸다. 바꾸어 말해 물리적 성질을 최소화하여 보다 내면의 정신적 영역에 다가가기 위함이다. 

김청정, 김인겸이 한국현대조각의 주류였던 모더니즘추상양식을 대표한다면 오인환(5.15-7.19 아트선재센터)의 작업은 포스트 혹은 트랜스란 접두어로 대변되는 모더니즘에 대한 도전. 반작용 혹은 대응되는 전치/전환/변형의 양상을 띤다. 오인환이 다분히 관념적이고 형식주의적 한국 현대조각의 방식과 이상에 근간한 교육을 받았으나 그것이 가지는 한계와 편견에 도전해 작업해 온 신세대의 대표적 경향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하나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정체성, 개인의 정체성, 게이 커뮤니티의 정체성으로 시작해 사회적,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이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그는 이 정체성의 화두를 텍스트, 참여퍼포먼스, 기록사진, 비디오, 사운드 등 실험적이고 개념적인 방법으로 전개한다. 전시 타이틀인‘TRAns’는 translation, transfer, transformation, transition, transmission, transposition 등의 단어를 연상시키는 접두어로서 우리가 일상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정형화한 사회/문화적 고정관념이나 현상에 도전해 그들에 의문을 던지며 이들에 대한 가변적인 해석과 사고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작가의 의도임을 반영한다. 대체로 자신이 직접 행위로 보여주기 보다는 특정한 상황을 연출 혹은 행위를 지시하고 그 결과를 기록함으로써 다양한 관객층(행인 혹은 친구)의 참여와 퍼포먼스를 유도한다. 

이러한 형식의 일련의 행위 프로젝트들은 미술뿐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맥락에 외연하는 사고체계와 방식의 동시대적 패러다임을 해체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그의 작업은 거의 전부가 일회성으로 완결되지 않고 끊임없이 지속되는 on-going, open-ended 프로젝트다. 아트센터 선재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사운드 영상작업인 <진짜 사나이>는 이번 전시의 백미다. 군가‘진짜 사나이’를 트랜스 풍으로 뒤집어 재편집하고 음악의 비트에 따라 가사를 해체해 두 쪽으로 나뉜 영상스크린에 몇 글자씩 때리다가 마지막에 전부 채워가고 있는 랜덤배열의 구성은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남성주의, 마초주의를 유머러스하게 전복시킨 작업이다. 

<한국 현대조각의 단면을 보여주는 위의 세 전시를 하나의 도식으로 구태어 구분하자면 김청정, 김인겸을 최소화한 형태와 물성으로 불가지하고 관념적인 내면 정신을 표방하고 있는 모더니즘의 추구로 묶을 수 있다면 오인환의 작업은 전세대가 집착해왔던 미학적 관념과 물성에서 벗어나 이제까지 미술이 간과하고 폄훼해 왔던 보다 현실적이고 사회문화적인 문맥에 자신과 미술을 접목시키고 소통하고자 하는 포스트 혹은 트랜스 모더니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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