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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비평의 지평 A Scene of Criticism

송미숙

송미숙의 미술시평(5)
_ 한국미술 비평의 패러다임을 드러내 보인 전시


비평가는 문자 그대로 직역하면 비평을 하는 사람이며 대체로 비평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일컫는다. 19세기 프랑스에 상당수의 문인, 저널리스트들과 역사가는 생계의 방편으로 혹은 당대의 문화사를 논하면서 비평작업에 종사했고 분류하기 즐기는 ‘Massarani’학자는 이들 비평가를 그들의 접근방식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첫째가 작품을 통해 그러나 별로 작품과는 크게 상관없이 풍부하고 번뜩이는 상상력과 감각적 문체, 세련된 문장과 어휘의 장으로 비평에 임하는 스타일리스트, 과학적이고 치밀한 분석으로 재구성에 열정을 쏟아 붓는 과학비평, 마지막으로 작품을 사유의 대상으로 삼아 영속적인 진화와 변형과정에 있는 작품의 창조에 기여한 밝혀지지 않은 영향과 기본 동기, 도덕적, 사회적 조건들을 찾아내어 시대정신의 정수를 보고자 하는 철학적 비평으로 나누었다. 물론 마사라니의 이상적인 비평가 상은 이 세 가지를 두루 갖춘 이였다. 즉 특유의 심미안으로 대중화에 기여하는 스타일리스트는 진실을 추구하는 과학비평연구가들을 배태해 냈고 철학비평가들에 자양분을 제공하며 역사는 이들 사상가의 정신으로 중요성과 과학적 당위성을 지니게 된다고 믿었다. 미술인구가 팽창하면서 비평가의 수요도 늘어나 어떤 비평가들은 화랑이나 옥션하우스에 고용되어 작가나 작품에 종속적인 입장을 어쩔 수 없이 수행하기도 하지만 미국비평계에서는 비평의 본래기능을 저해한다고 생각하는 이러한 행태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글로벌시대로 들어서면서 비평의 영역은 더욱 확장되어 오늘날의 비평가는 미술가와 그의 작품에 초점을 두기보다 오히려 미술외적인 문화담론, 사회철학과 현상이론을 미술에 적용시키는 경향을 지닌다. 이때에 미술작품은 비평가의 관점이나 사고를 표명하기 위한 수단, 하나의 사건이자 사실에 불과하다. 


지난 4월 일민미술관은‘비평의 지평’이란 타이틀의 이색적인 전시를 오픈했는데 이 전시에는 미술가 출신 중견 비평가 10인-강수미, 류병학, 고충환, 장동광, 반이정, 최금수, 서진석, 임근준, 유진상, 심상용-이 각자의 비평적 사고와 경험, 그들의 집착과 고뇌, 의혹, 입장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표명하고 있어 우리미술계의 비평의 현주소를 간파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비평의 자기분석 혹은 다른 말로 메타 비평의 담론의 장을 끌어내기 위해 심포지엄형식의 퍼포먼스로 진행되는 강수미는 전시의 틀은 자신의 비평의 전개과정과 텍스트다. 독립큐레이터 S로 가장한 류병학은 요즘 TV에서 인기 있는 범죄현장 Crime Scene을 과거의 회화작품, 전시기획자로서의 기록, 집필한 책들이 있는 자신의 서재에서의 가상의 살인사건과 오버랩 시키고 있는 무대에 관객을 참여케 하고 있다. 2층에 이르면 또 다른 풍경이 전개되며, 고충환은 엄정하고 사색적인 전시공간을 통해 진지한 인문학자, 연구가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연상시키며 장동광은 비평가보다는 전시 기획자/큐레이터로서의 오랜 경험, 고뇌를 예술의 힘에 대한 물음으로 결론짓고 있다. 반이정의 전시는 다섯 부분으로 대별되며 평론가로서의 일상을 비평의 전개과정에 비추어 드러내 보이고 있다. 개방적이고 건강한 상상력을 지닌 관람객의 시선으로 자신의 작품이 읽혀지기를 원하는 최금수는 두 개의 공간으로 구분된 설치작업으로 비평은 필경‘내용과 형식의 교란을 노리는 장치들’의 하나라고 언술하고 있는 것 같다. 90년대 한국문화와 미술의 특징을 피터팬 신드롬으로 풀이하고 있는 서진석은 그러한 현상을 발현하고 있는 오브제들을 모아 관음증 (voyeurisme)적인 시선으로 보게 하고 있다. 한편 임근준에게 평론은 예술작품을 대중과 공유하는데에 있다. 3층의 유진상과 심상용은 지금이 과거의 역사속의 에피소드(유진상의 데카메론)나 위대한 영웅들(심상용의 카미유 클로델, 프리다 칼로, 반 고흐, 자코메티 등)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평의 존재이유와 사고, 전개방식을 글로벌시대를 사는 한국의 문화현상과 현대미술상황에 비추어 글이 아니라 전시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대중과의 소통을 추구한 이번 10인 비평가들의 전시는 이 시대의 한국미술비평의 패러다임을 단적으로 드러내보인 뜻 깊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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