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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국립현대미술관을 다시 생각한다

송미숙

송미숙의 미술시평(2)
국립현대미술관을 다시 생각한다


지난 15일 문화관광부 주최 문화예술인 초청 신년인사행사에서 이전 기무사 자리를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으로 정하고 새롭게 임용되는 미술관장이 과천 본관과 기무사분관을 운영하게 될 것이며 큰 골격은 과천이 컬렉션, 기무사분관이 기획전 중심으로 이원화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고 한다. 하루 일정을 접고 작정하고 가기 전에는 좀처럼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 있었던 국립현대미술관이 접근이 용이한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기무사 자리에 이전될 것을 염원해 왔던 미술계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통째로는 아니고 부분만이라도 말이다. 아울러 지난 정부의 코드인사로 지적받아왔던 김윤수 관장이 물러난 자리에 후임으로 3인이 경합중이며 0순위가 CEO 출신으로 미술과는 거리가 먼 부처의 장관을 지낸 배 모 씨라는 얘기도 들었다. 물론 이 글이 나갈 때면 결과가 나겠지만 미술계가 설왕설래 말이 많은 것으로 보아 누가 되든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특히 미술관 내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더욱이 기무사 분관까지 새로 생기면 풀어야할 현안 문제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필자가 관심을 갖는 것, 그리고 필자가 생각하기에 우리미술계가 돌아보고 주목해야할 사항은 새로운 공간의 확보와 관장이 누가 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보다 앞서 덕수궁에서 지금의 과천으로 자리를 옮긴 지 줄잡아 20여 년이 지난 동안의 국립현대미술관의 내용과 위상의 점검이다. <텍스트 같은 얘기겠지만 미술관의 기능은 첫째도 마지막도 문화예술 향수를 원하는 일반 대중에 대한 서비스를 기본 목적으로 하며 이 봉사의 도구며 요체는 현대미술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연구진의 역량을 바탕으로 한 컬렉션, 전시기획과 교육프로그램으로 대별된다. 컬렉션, 즉 소장품은 다시 기존 소장품을 보존 관리하고 신규소장품을 구입하는 기구로, 전시는 상설과 기획전, 교육은 봉사하는 대상에 따라 일반대중, 어린이, 애호가/전문가단위로 나뉜다. 사립미술관의 경우 교육 대상으로서 뿐 아니라 재원 확보나 기금조성에서 가장 중요한 타깃은 비/회원들이고 이들의 확보와 관리가 미술관장의 최대 관심사이며 상당수의 프로그램이 이들을 염두에 두고 운영되지만 국고로 운영되는 국공립미술관은 여기서 제외되며 오히려 주어진 예산을 어떻게 배정하고 규모 있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 우리의 국립현대미술관은 어떠한가. 우선 조직구조자체가 문광부 산하단체로서 공무원 체계 방식을 따라 전문성을 갖춘 연구 인재의 역량은 무시되거나 폄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게다가 이른바 전문 인력인 큐레이터를 뽑는 방식도 전근대적이고 이들의 역량을 진작하고 활용하는 프로그램도 거의 전무한 것이 현 실정이다. 또한 미술관의 요소들 중 가장 중요한 컬렉션은 어떠한가. 몇 년 전 필자가 주최했던 국제큐레이터 워크숍에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유명 큐레이터들이 대거 참여했었는데 이들의 당시 일정에 국립현대미술관 방문이 포함돼 있었고 이들이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이구동성으로 되뇌였던 말, 즉 어떻게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의 컬렉션, 특히 외국 현대미술 소장이 유명작가만 나열했을 뿐이지 작품의 질이 형편없으며 상설작품의 배치 또한 성격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한국현대미술에 대한 소개도 작품의 크기 중심으로 나열돼 있어서 발전의 역사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말이 미술관 컬렉션에 대한 비판이었고 이러한 비판은 지금도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비판의 화살은 그렇게 되도록 방치한 미술전문가들에게로 모아졌었고 필자도 이 표적에서 자유롭지 않았음은 물론이다.<미술관이 상업 화랑과 기본적으로 다른 특징이 컬렉션이며 소장하고 있는 컬렉션의 성격과 질적 가치는 물론 이를 위한 연구 성과가 그 미술관의 대내외적인 위상을 결정짓는다. 그렇다면 이 컬렉션의 질적가치와 내용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와 그 장치를 계획하고 운영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소장품관리 부서 직원? 학예실? 미술관장? 참고로 영국 테이트갤러리의 경우, 시로타(Serota) 관장 주재 하에 국제전문가들로 구성된 구입심의위원회가 큐레이터들이 조사하고 준비한 개개의 구입대상작품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결정짓는다고 한다. 이 발표를 위해 큐레이터들은 구입대상에 대한 상세한 이력과 자료조사, 기존 컬렉션과의 맥락과 같은 연구를 완벽하게 준비해야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언론에 발표된 기무사분관의 기능은 한시적인 특별기획전이나 예술의 전당과 같은 여타 복합 공간과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으로 정리된 것 같은데 이러한 성격 규명은 과연 미술관 내외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것인가, 아니면 정치논리로 먼저 청사진을 제시해놓고 내용은 알아서 채우라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항상 그래왔듯이 사안의 전후가 바뀐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어차피 새 미술관장을 선임하고 새 공간을 마련하려는 시제에 적어도 미술관의 소프트웨어나 펀더멘털을 먼저 체크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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