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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술시장과 한국미술계

송미숙

송미숙의 미술시평(1)


몇 년 전 뉴욕에 잠깐 집안 일로 들렀을 때 평소에 친한 미국미술관의 한 큐레이터를 만났다. 화제는 자연스레 국제미술계의 추세로 좁혀졌고 이제 미술전문가들의 관심과 이목은 현대미술 축제인 비엔날레를 누가 감독과 큐레이팅을 맡고 어떤 작가가 주목을 끌었느냐가 아니라 아트페어, 미술시장으로 옮겨갔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물론 그의 진단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는다 해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비엔날레로 인해 좀 이름이 났다 싶으면 두 개 혹은 세 개 이상의 비엔날레의 감독과 큐레이터 뿐 아니라 어느 정도 역량 있는 작가들도‘겹치기 출연’이 다반사다 보니 이전의 비엔날레가 누렸던 권위나 성과 및 가치가 실추되어 관심이 희석돼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는 지난 정부의 부동산 억제정책에 갈곳 없는 잉여자금이 미술품 투자에 몰려 미술시장이 때 아닌 호황을 누려, 뉴욕 큐레이터의 진단이 맞아 떨어진 듯 했다. 어떤 인기(?) 작가는 개인전이 오픈하기도 전에 전 작품이‘매진 Sold out’되는가 하면 대학을 막 졸업해 데뷔한 작가의 작품도 상당한 가격으로 팔려나갔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한 때 엘리트 계층의 문화적 안목과 심미안, 세련미의 표상이었던 미술품은 이전에는 문외한이던 일반대중들까지도 부동산을 대체할 만한 투자대상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아침에 사서 저녁경매에 내놓는 투기꾼도 생겨났다. 그러나 이러한 호황이 반드시 미술가들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 이전에는 별로 작품가에는 신경을 쓰지 않던 작가는 물론 새내기 학생들 까지도 작품의 질적 가치보다도 금전적 대가를 먼저 따지는 양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고 전시회의 성공여부도 어떤 평가를 받았는가 보다도 얼마나 많이 매매되었는 가가 관건이 되어 버린 것이 그것이다. 
<작년 후반부터 월가의 주요 금융회사가 공중 분해되고 세계 금융계가 본격적인 침체기로 들어서면서 올해는 그 여파가 실물경제에 까지 미칠 것이라고 한다. 한국경제사정도 예외는 아니어서 1년 전만 하더라도 호황을 누리며 몸집불리기에 열심이었던 옥션이나 화랑들이 이미 다운사이징에 들어갔고 군소화랑들도 살아남기에 안간힘을 쓴다고 한다. 매진되었던 작가의 작품을 샀다가 되 팔아달라고 들고 오는 고객/컬렉터들로 어떤 화랑들은 곤욕을 치루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급변한 상황에 대해 어떤 이들은 올 것이 왔다고 반응하는가 하면 혹자는 차제에 때 아닌 호황으로 가치혼란을 겪었던 우리미술계가 제자리를 찾고 안정과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그 동안 미술계의 거의 광적인 호황은 상당한 부작용을 파생시켰던 것은 사실이며 여기에는 호황 그 자체보다도 이를 과다 선전하고 부추긴 언론미디어와 거기에 편승한 일부 기자, 미술계 인사, 화랑, 옥션회사들의 책임이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한국미술시장 전망 
며칠 전에 끝난 마이애미 바젤아트페어는 세계적인 불경기로 인해 예상했던 결과보다는 선전했으나 희망했던 목표치는 달성하지 못했다고 한다. 딜러와 컬렉터들 사이에 가격 줄다리기가 계속되어 부르는 가격보다 대체로 20~30% 싸게 경매되었다고 한다. 위험부담이 큰 신예 작가보다는 이미 사망한 블루칩작가들을 이전보다 싸게 사려는 보수적인 경향을 띤 컬렉터들이 많았고 일반적으로 예쁘고 규모가 크지 않고 재치와 약간의 블랙유머가 풍기는‘싼’작품들 (비디오와 사진을 포함한)이 대결적이고 설치 위주의 작품들을 대체했다고도 전한다. 치솟은 환율로 인해 한국 화랑들 중 몇몇은 불참했으나 다행히 한국 작가들은 괜찮은 편이었고 특히 이형구의 작품이 히트를 쳤다는 소식이다. 마이애미 바젤 아트페어의 결과는 한국미술시장에도 엇비슷하게 적용될 개연성이 크다. 컬렉터 수는 현격하게 줄어들 것이고 이들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보수적인 수집 취향을 들어낼 것이라는 점, 아울러 본격적인 컬렉터가 아니라면 대체로 소규모의 개인 취향의 부담이 적은 작품을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을 해 볼 수 있겠다. 다만 미술품에 대한 양도세 법안으로 미술계가 그러지 않아도 경기도 어려운데 더욱 위축되지 않을 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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