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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지역미술관의 역할

오광수




최근 몇 달 사이에 지방미술관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특강과 각종 세미나의 참석이었다. 이를 기해서 지방미술관의 사정과 역할에 대해 살펴볼 기회가 된 것은 커다란 수확이었다. 전북도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제주대학, 광주시립미술관 등 주로 남녘의 미술관과 미술대학이었는데 중앙과 지역의 비교, 지역간의 비교는 흥미를 자아내었다. 전반적으로 미술환경이 좋아졌다는 점을 먼저 꼽아야 할 것 같다. 20년 전만 해도 지역엔 공공미술관이 전무했다. 92년에 광주시립미술관이 생기면서 점차적으로 지역의 공공미술관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광주에 이어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포항시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으로 늘어났다. 충북과 강원만 빼고는 전국에 걸쳐 공공미술관이 분포된 셈이다.

 

80년대 일본을 여행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이 지역마다 세워져 있는 미술관이었다. 가는 곳마다 경쟁이라도 하듯 미술관, 박물관, 또는 기념관 등이 문을 열고 있었고 또 곧 개관을 준비하는 미술관들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언제쯤 이렇게 될까 하고 맥을 놓은 적이 있는데 어느덧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 상태로 보면 우리국토의 분포나 문화환경으로 미루어 이 정도면 어느 적정 수준에는 도달하지 않았나 본다. 그러나 문제는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이다. 이들 미술관들이 제대로의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는가이다. 광주시립미술관 개관 20주년을 맞은 기념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한 김영호 교수가 우리 미술관이 극복해야 할 사안들을 짚어주었는데 그 내용인즉 다음과 같다.

 

“미술관 건축의 획일성, 소장품의 상대적 빈곤, 공무원 중심의 직제, 열악한 예산, 기획사의 전시로 채워지는 미술관 개방일수, 책임운영제의 도입 압력에 따른 위기상황 등” 정곡을 찌르고 있다. 미술관 건물은 규모에 있어 나무랄 데가 없다고 하지만 가는 곳마다 비슷한 것이 흠이다. 획일성 하니까 생각이 나는데 80년대 일본의 미술관들이 내용에 있어 지나친 획일성에 빠져있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현대적 성격의 미술관이니까 로젠버그, 앤디 워홀 등 팝아트와 칼더와 헨리 무어 등 조각이 가는 데마다 눈에 띄었다. 미술관마다 특성이 두드러진 것이 아니고 교과서적인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인상이었다. 우리는 아직 그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형편이니까 흉을 볼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미술관 건축이 보여주는 획일성을 외국인들이 본다면 무어라고 할 것인가. 소장품의 상대적 빈곤이란 미술관 건립자체가 소장품을 담기 위한 그릇으로서의 건물로 출발하지 않은 데서 연유한다. 일본은 건립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건축과 동시에 작품수집을 병행하여 미술관이 개관될 즈음이면 어느 정도 내용을 갖추게 되는데 우리는 소장품은 생각지 않고 건물부터 짓고 보자는 식이니 내용이 제대로 갖추어질 리가 없는 것이다. 여기다 열악한 예산은 작품수집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만든다. 대부분의 지방미술관의 1년 구입 예산이 10억도 안되는 형편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미술관은 연구 직능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행정중심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작품수집, 보존 연구, 기획 전시, 교육 등 대부분이 연구직이 수행하고 있음에도 관리체제 중심으로 간다는 것은 여간 모순이 아니다. 여기서 새삼 미술관 기능에 대해 구구히 늘어 놓을 생각은 없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름의 지역의 특수성에 맞는 미술관 운영을 모색하고 있음은 평가할 일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이 추진하고 있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지역의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체제로서 바람직하며, 부산시립미술관의 시민교양강좌나 어린이 미술 프로그램은 지역의 문화를 활성화시키는 첨병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각 지역이 지니고 있는 문화풍토를 가꾸어 지방의 특징을 미술관의 정체성으로 부각시키는 일이 지역미술관이 앞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역할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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