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66)서촌(西村)의 화랑가

오광수

오광수 미술칼럼(66)

최근 화랑가의 변모라면 서촌 화랑가의 형성이라고 할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서촌엔 진화랑과 대림미술관 정도만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2-3년 내 화랑들이 급속히 늘어가는 추세이고 보면, 북촌에 맞먹는 화랑가가 형성되지 않을까 예견된다. 현재 내가 파악한 것으로는 갤러리시몬·갤러리자인제노·갤러리차·갤러리쿤스트독·갤러리팩토리·그리다·류가헌·브레인팩토리·사루비아다방·스페이스15·아트사이드갤러리·진화랑·팔레드서울·프로젝트스페이스 등 열 몇 군데인데 이곳 화랑주들로부터 들은 바는 30개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리고 곧 모임을 갖는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경복궁을 중심으로 동편과 서편에 화랑가가 대립된 형국으로 자리잡는 것이어서 자못 흥미를 자아내게 한다. 경복궁 동편은 북촌이 중심이 된 화랑가가 8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여 지금은 서울의 굴지의 화랑가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곳의 화랑들로는 갤러리도올·갤러리베아르떼·갤러리박·갤러리서미·갤러리선컨템포러리·갤러리아트링크·갤러리인·갤러리조선·갤러리현대·국제갤러리·리씨갤러리·빛갤러리·아라리오서울·이화익갤러리·학고재 등 연조가 깊은 화랑들이 대세를 이루는 한편 아트선재센터·금호미술관 등 미술관이 자리잡고 있으며 내년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이 중심으로 들어설 예정이어서 명실상부 미술의 거리로서 풍요로움을 더해줄 것이 예상된다. 경복궁을 경계로 오른편과 왼편의 화랑가 형성은 머지않아 서울의 주요 관광지로서도 각광을 받을 것이다.

경복궁 동쪽과 서쪽의 화랑가 형성은 마치 50, 60년대(지금도 그 잔흔은 남아있지만)파리의 세느강을 경계로 우안과 좌안의 화랑가가 형성되었던 현상과 비견된다. 세느강 남쪽이 좌안인데 소르본느를 중심으로 한 학생가·생제르만데프레·몽파르나스·국립고등미술학교가 자리잡고 있는 일대를 가리킨다. 북쪽의 우안은 개선문·에뚜알광장·콩코드광장·상제리제대로·포브르생토노레·오페라좌 등이 자리한 지역이다. 좌안이 주로 신진, 무명작가들이 취급되는 화랑가이고 우안은 기성과 유명작가들이 활동하는 규모가 크고 호화로운 화랑들이 즐비한 지역이다. 좌안은 가난하나 실험적인 성격의 화랑들이 중심을 이룬다면, 우안은 돈 많은 화랑, 주로 잘 팔리는 기성대가들을 취급하는 화랑들이 진을 치고 있다. 이 같은 대비적 현상은 뉴욕에도 어느정도 적용될 것 같다. 위쪽의 57번가를 중심으로 한 고급한 화랑가에 대조적으로 아래쪽 소호나 이스트 빌리지는 가난하고 실험적인 미술가들의 활동무대가 된 것 같이 말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도 이젠 옛날이야기가 되고 말았지만.서울의 화랑가는 한동안 강북과 강남으로 구분되기도 했다. 관훈동·인사동·사간동 등을 근거로 한 강북 화랑가와 강남동·논현동·청담동·압구정동·서초동 등을 근거로 한 강남 화랑가로 나누어졌었다. 강북은 구시가지인만큼 화랑가도 다소 보수적 취향이 강했다면, 강남은 신흥도시에 걸맞게 화랑가도 훨씬 고급한 외형을 갖추었다. 80년대만 하더라도 강남 붐에 편승되어 강남의 화랑가도 상승의 기운을 탄적이 있다. 상당수의 화랑들이 강남으로 이동하는 사태도 이와 연관된다. 그러나 그것도 옛말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화랑의 전속작가 필요
작가가 개성을 갖듯이 화랑도 특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말이다. 한 작가가 구상도 했다가 추상도 했다가 하면 올바른 작가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화랑 역시 뚜렷한 성격을 지니지 못하면 작가들에게나 고객들에게 그만큼 신의를 잃게 된다. 물론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비즈니스만 된다면 어떤 것이든 취급한다는 화랑도 있을 수 있다. 스스로 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특히 우리와 같은 영세한 화랑가에선 성격이니 격조니 하는 말들은 선반에나 올려놓을 현실성이 없는 수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화랑의 성격형성에 가장 요체가 되는 것은 전속제다. 화랑이 작가를 선별해서 일정한 계약을 맺고 꾸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전속제인데 이를 실천하고 있는 화랑이 얼마나 되는가. 몇몇 유수한 화랑 외에 전속제를 실시하고 있는 화랑은 없는 실정이다. 전속이 되지 않은 작가들이 뜨내기인 것 같이 마찬가지로 화랑 역시 뜨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도 전속제에 가까운 제도를 모색해나가야 화랑도 성격화 될 것이고, 작가도 덩달아 자기 성격에 맞는 화랑을 찾아다닐 것이다. 서촌의 화랑들을 기웃거려보면, 북촌의 화랑가에서 보다 왕성하고 실험적인 경향들이 꽤 많이 등장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이 같은 기운이 하나의 성격을 만들어간다면 북촌의 화랑가와 대비되는 화랑가가 출현하지 않을까 본다. 성격은 개별적인 화랑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한 지역 전체에도 해당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보기 좋을 것인가.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