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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청전(靑田)과 소정(小亭)

오광수

오광수 미술칼럼(62)


이 얼마만에 듣는 이름인가. 최근 몇 곳 화랑에서(공아트스페이스, 롯데갤러리) 청전과 소정의 작품전이 기획되었다는 사실은 놀라움과 더불어 신선감마저 준다. 이미 오래전에 잊어버린 이름, 아니 시세에 밀려 거들떠보지도 않는 먼지 쌓인 창고에 처박아둔 낡은 기물마냥 우리들 뇌리에서 사라진 이름, 그 이름이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 것임에랴. 전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의 출현도 충격을 안겨주지만 오래전에 잊어버렸던 물건이 갑자기 발견되었을 때의 반가움과 놀라움은 그 자체로 신선한 충격임에 분명하다.청전과 소정의 작품은 미술관에나 가야 볼 수 있지 화랑가(몇 동양화 전문화랑을 제외하고)에선 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겨우 미술경매에 가끔 나타나는 정도다. 그것도 20대나 30대 인기 현대 작가의 작품에 도무지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낙찰되거나 아니면 대부분 유찰되는 경우다. 미술가나 미술에 관계하는 사람들도 말이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지만 어엿한 현실임에야 어찌하랴. 원인은 무엇보다 한국화(동양화)에 대한 관심의 저하에서 찾아진다. 한국화 전시는 가뭄에 콩나듯 어쩌다가 보일 뿐이고 그것도 신진이나 중견들에 의한 실험적인 작품전이 고작이고, 중진이나 작고작가의 전통적인 한국화의 모습은 눈을 비비고 찾아 보아도 없다. 관심이 없으니까 거래가 안되는 것은 물론이고, 자연 기획의 리스트에선 오르지도 못한다. 젊은 작가들도 전통적인 매재보다 서양화의 매재를 즐겨 사용하고 그래야만 현대회화로 대접 받는다. 그래서 수묵이 아크릴로 바뀌고 종이(화선지)가 캔버스 천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한국화 관심이 되살아나야 한다.
미술은 시대의 미의식을 반영한다. 한 시대의 미술양식을 보면 그 시대의 미의식이 걷잡힌다. 당연히 현대는 현대의 미의식을 드러낼 수밖에 없노라고 말할 수 있다. 서양의 매체를 선호하는 것도 이 같은 문맥으로 이해한다면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어떻게 오늘의 미술이 서양화 일색이어야만 하는가 하는 대목에선 심각한 반성을 해보지 않으면 안된다. 비단 미술영역에만 국한되지는 않지만 쏠림현상이 유독 심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쏠림현상은 균형감각을 잃고 보편적 가치를 멀리하게 됨으로써 불구적 현상, 불구적인 사회를 만드는 원인이 된다. 지금 우리 미술문화는 그러한 불구적 단계에 있다. 아니 중증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화 영역의 작가나 연구자들이 이 상황을 타개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전통적인 한국화가 어떻게 해야 이 시대에 거듭날 수 있을까를 모색하고 연구해야 한다. 자체의 노력 없이 외부의 환경에만 의존한다면 문제는 날로 심각한 측면으로 빠질 수 있다. 수묵산수나 문인화, 그리고 채색화가 새로운 모델로서 등장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청전과 소정의 이름이 화랑가에 얼굴을 내밀었다는 것은 어찌보면 한국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일각에서 되살아나고 있다는 증후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복고적인 옛날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청전과 소정에 대한 관심의 촉매가 우리의 전통적 양식에 대한 전반적인 새로운 조명이 가해져야 하고 이 시대의 살아있는 양식으로서 모습을 가다듬는 진정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곁들여 지적하고 싶은 것은 청전과 소정을 비롯한 근대의 작가들에 대한 연구 작업도 활성화를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아직도 많은 부면에 걸쳐 연구의 미담지대가 널려있는 편이다. 이 부문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이를 견인하는 새로운 모색이 가능하지 않다.
근래에 들어와 근대미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긴 하나 아직도 한국화 부분엔 많은 손이 가지 않고 있는 편이다. 청전과 소정의 연구만 해도 그렇다. 전 세대 연구자들이 해놓은 것을 답습하는 수준이지 이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화의 재생에 따른 작업은 비단 한국화 영역의 작가나 연구자들에게만 전적으로 내맡길 일도 아니라 본다. 한 시대 문화전체의 기운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않고는 안 될 일이다. 한국화의 재생은 바로 한국문화, 전통적인 문화의 르네상스의 한 결실이지 않으면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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