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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한국 현대조각 추상철조의 개척자 송영수의 철조

오광수

오광수 미술칼럼(60)
몇몇 다른 소재(재료)의 작품을 제외하면 철조가 태반을 이루는 송영수의 작품세계는 그가 한 방향으로 치달아왔음을 한 눈에 읽게 해준다. 송영수의 작품전은 그가 작고한 70년에서 부터 여러차례 열린 바있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주최의‘송영수, 한국추상철조각의선구자(10.12-12.26)’역시 그 중의 하나이지만 한 작가의 전체상을 회고해보는 결정판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해볼 수 있다. 가능한한 파악된 소재의 작품을 거의 모았다는 점에서도 그렇거니와 한 작가의 조형적 관심의 추이를 면밀하게 추적해주었다는 전시의 의도에서도 그렇다. 송영수(1930-1970)는 해방후 제1세대에 속하는 조각가다. 해방과 동란 그리고 수복과 정착의 시대적 질곡을 온 몸으로산 세대의 작가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은 단순한 개별의 작품으로서만이 아닌 시대의 산물이자 반영으로서의 조형이란 특별한 의미로 수렴되어진다. 그가 본격적인 작품외에 일련의 기독교적인 테마를 다룬 주문작에서도, 시대적 아픔을 순교자의 이미지로 승화시킨 점을 간과할 수 없게 한다. 어떤 연구자의 지적처럼 그의 작품에 관류되는 실존주의적 분위기 역시 이와 관계된 것일 것이다. 전시의 명제에서도 시사되었듯이 송영수하면 먼저 철조각이 떠오른다. 철조각에 있어 선구적인 존재임을 부각시키기에 충분하다. 철로 이루어진 용접조각을 처음 시도한 이는 김종영, 김정숙,송영수로 알려져 있으나 김종영은 몇 작품으로 끝냈고 김정숙은 용접철조의 방법을 교육현장에서 교수한 것에 머물러 있음에 반해 송영수는 일관되게 용접철조의 방법을 자신의 고유한 조형언어로 구현시켜 나갔다. 그의 시도가 새로운 시대의 장을 여는 역사적 계기가 되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57년에서 60년대초에이르기까지 시도된 용접철조는 당시로서는 더없이 낯설고 가늠할 수 없는 영역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그가 겪어야 했던 방법적 고뇌가 어떤것이었나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선구에만 머물지 않고 고유한 조형세계 완성
용접철조가 60년대 초반에 이르러 시대적 조형방법으로 각광을 받게 되면서 비로소그의 존재가 돋보이기 시작한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존재가 돋보인 것은 새로운 방법의 선구에만 머문 것이 아닌 자신의 고유한 조형세계의 완성에 있었던 것을 이번 회고전에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용접철조는 지금까지의 조각의 방법, 즉 목조·석조·주물에 의한 것이 아닌 제3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깎고, 쪼고 뜨내는 것이 아닌 물질을 자유롭게 용해시켜 나가는 방법이다. 그것은또다른 공간의 문제를 낳은 것이 되었다. 용접에 의한 철사나 철판의 공간적 확대는 물론이려니와 철이란 질료를 용해시켜 다양한 표정을 구현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소재들에선 기할 수 없는 풍부한 변화의 양상을 추구할 수 있었다. 60년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젊은 작가들이 이 방법에 매료된 것도 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더불어 지금까지의 방법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놀라운 조형의 자립성 때문이었다.
추상조각의 선구자라고 하지만 송영수의 작품은 구체적인 대상에서 연원하면서 압축하고 데포르시켜가는 방법에 있어 반추상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십자고상>, <순교자>, <곡예> 같은 것은 물론이지만 <새> 연작에서는 새의 형상과 비상의 의지가 압축된 조형으로 구현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인간의 형상, 새의 형상에서고뇌하는 인간상, 상승의 의지로서의 표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날카로우면서도 선적인 형상의 창조는 기념비적 내연을 간직하면서 환원의 의식을 극명하게 구현해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고뇌하는 인간상을 형상화해나가다가 종내는 물질(철조) 자체가 고뇌하는 차원에 도달되고있는 모습에서 물질을 통해 사유하는 작가의 내면을 만날 수 있었음이 이 전시에서 얻은 희열이었음을 표명하지않을 수 없다. 이어령이 그의 비문에 남긴대로 사십의 생애보다 훨씬 많은 삶을 살고 있는 그의 작품을 보면서 예술가는 누구이며 그의 예술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다시금 되뇌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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