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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도라산역의 벽화

오광수

오광수 미술칼럼(58)

이반이 그린 도라산역의 벽화가 작가도 모르게 철거되었다고 한다. 이유는 보기 흉하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한 당국이 왜 작가에게 상의 한번 하지않았을까. 언젠가는 알려지게 될 것을 왜 그렇게 철거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과거에도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설치된 조형물이 헐리어지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 폐기된 채 방치한 사례가 없지 않았다. 공공조형물은 일반대중과 쉽게 만나는 장소에 설치된다. 이때 조형물은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하게 한다. 예술성과 공공성이다. 예술작품에는 그것을 창작한 예술가의 세계가 구현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예술성이라 부른다. 그에 못지않게 공공의 장소에 놓이는 예술작품인 경우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반응되느냐에 따라 공공성의 문제가 제기 될 수 있다. 때로 예술성과 공공성이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예술적으로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해도 일반 대중이 혐오하거나 불쾌감을 일으킬 때 공공성은 상실되고 만다. 예술성과 공공성이 잘 융화된다면 말할 나위도 없이 이상적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는 많은 환경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건축비의 1퍼센트를 조형물에 투자해야 한다는 건축조례가 적용된 이후 10층 이상의 건물에는 으레 조형물이 구비되고 있다. 예술가를 위해서나 도시환경을 위해서 대단히 의의있는 일이 아닐 수 없으나 애초의 취지에서 벗어난 각종 비리는 말할 것도 없고 종내는 시각적 공해물을 늘여간다는 비방의 소리도 없지 않다. 공공장소에 놓이는 환경조형물이 도시환경을 얼마나 풍요롭게 가꾸는 지에 반대로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것은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낫다.





논의없는 철거, 예술성의 침해

이반의 도라산역의 벽화가 얼마만한 예술성을 지닌 작품인지는 차치하고 이를 보는 다수의 대중들이 불편해한다면 공공성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본다. 나는 그 작품을 본적이 없다. 신문에 난 사진도판으론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비록 많은 사람들에게 시각적 공해를 일으켰다 하더라도 작가와의 논의 한 마디 없이 작품을 일방적으로 철거했다는 것은 심각한 예술성침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와 상의하지 못한 무슨사정이라도 있었던가. 대중들의반응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작가의 양해를 얻어 부분적인 수정이나 재 제작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앞으로 예술성과 공공성의 충돌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에 대한 하나의 좋은 선례는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외국의 경우에도 이같은 문제는 일어나고 있다. 예술가와 대중과의 충분한 토의가 이루어지면서 동시에 예술성도 살리고 공공성도 살리게 된다. 덮어놓고 대중이 자기 예술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예술가의 독단도 문제지만, 예술성은 상관없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저지를 일삼는 대중의 맹목도 문제다.

쉽게 이념적인 잣대로 작품의 가치를 폄하해서도 안된다. 내가 알기로는 이반은 좌도 우도 아니다. 약간 다혈질이긴하나 순수한 예술가이다. 과거‘국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실력파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추상작가로 활동해온 반면 최근 DMZ를 중심으로 한 예술운동을 펼치면서 내용상에 있어 다소 거칠은 부분도 없지 않았을 것을 감안 할 수 있다. 그가 이 작품제작을 맡았을 때 왜 처음 에스키스(esquisse)단계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의문된다.
만들기 전에 충분한 토의가 이루어졌다면 지금 와서 문제를 삼는 것은 더더구나 비상식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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