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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미술 관장직은 명예직이 아니다

오광수

제주도립미술관이 지난 6월 26일에 개관하였다. 이로써 우리나라엔 국•공립미술관이 9개로 늘어났다.(국립현대, 서울시립, 부산시립, 광주시립, 대전시립, 경기도립, 전북도립, 경남도립, 제주도립) 현재 건립이 추진 중에 있는 대구시립을 합치면 전국에 10개의 국•공립미술관이 확보된 셈이다. 미술관이 늘어난다는 것은 미술문화가 고양되고 있다는 또 다른 증좌이기도 하다. 미술관이 한, 두개였던 70, 80년대만 생각해도 그 사이 이만한 숫자의 미술관이 생겨났다는 것은 격세지감과 더불어 우리의 미술문화의 질과 규모가 엄청나게 신장되었구나 하는 자부심이 가슴을 벅차게 한다. 국•공립을 제외한 사설 미술관도 엄청나게 많이 생겨났다. 선진국으로 가는 문턱에서 당연히 갖추어야 할 조건을 구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미술관이 늘어나는 것이 더없이 반가운 현상임에도 또 한편 안타까운 일면도 없지 않다. 미술관을 건립한다는 지자체가 지나치게 서둔다는 인상과 더불어 전시용, 과시용 하드웨어에만 집착한다는 점이다. 미술관은 미술관으로서의 기능을 갖춘 건축물이 필수적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 안을 채울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점을 강조해왔고 실제 건립에 관계했을 경우에도 이 점을 강력히 주장해 온 바다. 현재 건립자문에 응하고 있는 대구 시립의 경우도 건축이 진행되는 동안 미술관에 진열된 수장품이 구입되고 미술관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갈 큐레이터들이 채용되는 등 밖의 문제에 못지않게 안의 내실을 추구하는 일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건물을 다 지어놓고 작품구입하고 사람뽑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미술관 건립이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제주도립 역시 마찬가지다. 미술관이 개관했는데도 이를 관리할 중심인 관장도 임명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그 사정이야 어떻든 미술관 운영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소치로밖에 볼 수 없다. 한동안 행정공무원이 관장이 되어야 하느냐 미술전문가가 관장이 되어야하는가로 설왕설래했던 것 같다. 관장임명이 늦어지는 것도 이와 관련이 없지 않은 것 같다. 나는 그때에도 미술관은 미술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바 있다. (제민일보, 2월 17일자)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이 문제를 진지하게 숙고해보고자 한다.

70년대 간판만 있었던 국립현대미술관은 문화부의 국장급 인사가 관장을 맡았다. 미술관으로서의 규모와 내실이 이루어지면서 미술전문가가 관장으로 영입되었다. 미술전문가 가운데는 미술사, 미술비평에 종사하는 이들과 미술창작가가 포함되었다. 최근 경영전문인이 관장으로 영입된 것은 법인화로 추진되는 미술관의 변화에 따른 경영마인드가 절실한 상황에 기인된 것으로 안다. 어떤 이들은 미술관장직은 미술사, 미술비평, 미술행정가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진국의 예는 이를 뒷받침한다. 어떤 이들은 누가하던 뛰어난 행정조직만 갖추면 되지 않느냐 한다. 두 주장이 다 일리가 있다. 미술비평, 미술사가 반드시 미술행정의 달인일수는 없으며, 미술창작가 가운데는 여러 경력을 통해 행정력이 뛰어난 이들도 없지 않은 편이다. 우리는 몇몇 예를 통해 실지 이를 경험한 적이 있지 않은가. 미술전문가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저질러 놓은 엄청난 독단의 결과가 미술계전체에 얼마나 많은 독소를 뿌려놓았는지. 독단보다는 차라리 무능했으면 좋았겠다는 비아냥이 회자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듣지 않았는가. 이럴바에야 차라리 일반행정의 전문가가 무난하지 않겠느냐가 제주도립의 행정가 출신의 관장설에 대한 명분이지 않나 본다. 행정가 출신이라고 관장직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술전문가가 반드시 일반행정가 출신보다 더 잘할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두 개의 가능성을 놓고 보았을 때 누구나가 미술관은 미술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것이 상식이다. 모든 일은 먼저 상식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에 곁들여 또 하나 짚고 갈 것이 있다. 미술창작가도 전문가인한 관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자는 창작가이기 전에 미술행정가로서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어야 한다. 뛰어난 미술행정과 뛰어난 창작은 별개의 것이다. 훌륭한 창작가가 훌륭한 행정가와는 일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장직에 열망하는 창작가가 적지 않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만년에 명예직으로 관장직을 해보겠다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의 명분인즉 마지막으로 나라와 지역에 봉사하겠다는 것이다. 창작가로서 자신의 작업에 매진하는 것이야말로 나라와 지역에 봉사하는 일임을, 자기 자신에 충실히 봉사하는 일이야말로, 그래서 뛰어난 작품을 많이 남기는 일이야말로 나라와 지역에 참답게
봉사하는 일임을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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