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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충격과 파장 _ 홍대 미대 실기 고사 폐지를 듣고

오광수

홍대 미대가 입시에 실기고사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메가톤급의 충격이요, 후폭풍이 예상되는 것은 당연하다. 처음은 신선하게 받아들였다가 정신을 가다듬으면서 종전의 제도폐기에 따른 후속 조치가 과연 성공할것인가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서울대 미대가 국, 공립을 대변하는 대학이라면 홍대는 사학을 대표하는 대학이다. 지금은 그 성격이 많이 퇴색되었지만 5, 60년대만해도 서울대 미대는 국립대학으로서의 권위와 아카데믹한 교육풍토로 알려진 반면 홍대 미대는 사립대학으로서 자유분방한 재야적 성격이 두드러진 것으로 인식되었다. 해방 후 우리 미술계는 여기서 배출되는 신진세대의 공급으로 인해 균형감각을 지니면서 발전할 수 있었다. 자연이 두 아카데미가 미술교육계의 나침반역할을 해왔던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홍대 미대 입시제도의 변혁이 전체 미술교육계에 미치는 파장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란 예감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요인이 여기에 있다.
미대 입시의 실기고사는 석고데생이 중심이 되었고 디자인계열엔 구성이 첨가되는것이 일반적이었다. 석고데생은 실기의 가장 기본적 코스로 18세기이후 미술 아카데미의 기초과정으로 틀잡혀온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석고데생으로 입시 고사를 치르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 경우밖에 없다. 미대지망생들이 고1부터 석고 데생에 매달린다고 보면 2, 3년후면 눈감고도 그려낼 수 있는 수준에 기계적인 방법의 결과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를 뽑는 선정은 자연기술적 수준에 맞추어질 수 밖에 없게 되고 몇 년씩 단련된 숙련공이 무난히 입학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해방 후 미술대학이 생겨나면서 입시에서의 실기는 석고데생이란 큰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반세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변화없이 지속되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대에 와서 예술분야에 있어 가장 많은 변화를 수반한 영역이 다름아닌 미술 분야라고 한다면 이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미술아카데미의 교육 시스템만이 변화없는 안주에 자적해왔다는 사실은 이만저만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현대미술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뛰어난 묘사력이 아니라 신선한 창의력과 풍부한 상상력의 진작이다. 입학 때는 뛰어나게 잘 그리던 학생이 졸업 후에는 제대로 작가로 성장하지 못하는 예를 수 없이 보아왔다. 창조자로서보다 기술자로서 양성하기 때문이며 그 것은 입시제도에서 이미 결정되고 있는 셈이다. 창작의 즐거움이나 창작을 통한 정신의 고양은 찾을 수 없고 기계적인 숙련공만을 요구하는 환경에서 좋은예술가를 배출해 낸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일임은 자명하다.
미술에서도 유년 때 부터 천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없지않다. 물론 유년기부터 미술교육을 제대로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음악이나 무용과 같이 예민한 감각과 유연한 신체적 조건이 더불어 성숙해 가야하는 경우와 미술은 다르다. 성년이 되어서 미술가가 되는 경우도 많고 중년의 나이에 미술가로서 입신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 편이다. 뛰어난 상상력과 발상의 참신함이 진작 된다면 얼마든지 좋은 미술가가 될 수 있다. 기술은 이에 따라오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미술교육의 환경이나 입시제도가 달라져야 하는 내연이 여기에 있다. 홍대 미대의 입시고사에서 실기를 없앤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진정한 창조자로서의 예술가를 길러내겠다는 자각의 현상으로 볼 수 있으며 실기고사의 폐지는 이에 따르는 당연한 처사로 보인다. 그러나 실기고사폐지에 따른보다 분명하고 참신한 대안이 무엇인가에 대해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당장 입시에 임하는 학생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것인가의 가이드라인이라도 설정해주었으면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않고 막연히 이상적 구상에만 머물러있는수준이라면 혼란만 야기할 것이 분명하다. 기대와 아울러 우려가 겹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환영과 더불어 곤혹스러운 내면을지니게 되는 요인도 여기에 있다.Hock and Impact

- Reaction to the cancellation of talent test at Hong-ik University Hong-ik university has announced a permanent elimination of the talent test. The news comes as a shocking blow. talent test, considered for a long time as convention, had its drawbacks. Above all drawing plaster busts is an undeniably archaic way of selection, incoherent with the creative spirit of a university of fine arts. The reason some extremely talented students fail to grow into artists after graduation can be found in the contradiction between the art society and the educational system. The elimination of talent test in order to put an end to such contradiction is therefore a timely decision for Hong-ik University’s part. However, the lack of forethought concerning an alternate procedure is troubling. It is indispensable to come up with an original alternative and lessen the anxiety of candidates for future exams. The news leaves us with both expectancy and concern.


- Oh, Kwang-Su / art Cri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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