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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두 사진작가의 세계

오광수

_ 강운구와 주명덕의 작품전을 보고서

‘사진은 시간과 동시에 공간의 예술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순간 포착이란 점에서 시간의 긴장이 함축되어 있고, 특정한 장소에 대 한기억이란 점에서 공간예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사람의 사진전을 보았다. 한미사진미술관의 강운구전(2008.9.26-2008.12.6)과 대림미술관의 주명덕전(2008.11.26-2009.1.18)이다. 한미사진미술관은 애초에 사진미술관으로 출발했고 대림미술관은 개관과 더불어 사진미술관을 표방했다. 이 외에도 사진을 집중적으로 취급하는 화랑과 미술관이 있지만 한미와 대림이 대표적인 사진전시관으로 자리를 잡은 인상이다. 강운구는 주로 농촌, 시골 풍경을 주모티프로 다룬 반면, 주명덕은 도시 정경, 도시 이미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 대조적이다. 비슷한 연배의 두 중진 사진작가가 같은 시즌에 발표 전을 가졌다는 것이 우연 이긴하지만무언가사진계를풍성하게만든요인임은분명하다. 현대에 들어와 사진에 대한 관심은 대안적인 요소와 더불어 사진 고유의 회고적 속성으로 모아지고 있다. 대안적이란 시각 예술의 변화에 따른 대체 매체로서의 가능성에 기인된다. 최근 10년새 세계 주요 미술전 특히 국제 비엔날레의 상당수의 출품작들이 사진 매체란 사실이 이 점을 증명해 주고 있다. 또 다른 한 편에선 회고적 속성으로서 사진이 지닌 매력에 대한 재인식이다. 회고적이란 사진의 속성으로서의 기록이 지닌 시간의 알리바이, 먼 과거의 기억의 현재화를 지칭한다. 사진만큼 회고에 상응하는 형식의 예술도 따로 없다. 현대 사진의 추세가 다분히 대안적인 매체로서의 가능성을 추적하는 반면, 기억의 현재화로서의 사진이 갖는 매력은 또 다른 측면을 지닌다. 강운구와 주명덕의 사진은 후자에 속한다. 그러기에 기술적인 사진의 변혁보다 사진이 지닌 고유한 속성에 충실한 편이다.
강운구의 주제는 <저녁에>다.“ 이울어 가는 어떤 국면에 대한 은유”(이문재)로서의 시간대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담고 있는 정경은 우리의 시골 구석구석이다. 거기엔 분명한 장소성이 표명된다. 예컨대, 어떤 정경의 표제 대신 <문경>, <남해>, <순창> 하는 식이다. 그것은 그들 장소가 지닌 특수성을 반영하면서도 동시에 우리의 농촌 풍경 또는 시골 정경이란 보편성에 연계되어 있다. <저녁에>와 <도시정경>

<저녁에>란 빛이 사위어가는 한 때, 낮과 밤의 경계에 놓인 시점이다. 한 낮의 왕성한 대기는 찾아볼 수 없고 아스라이 남은 빛의 잔흔이 주는 연민의 정서가 잔잔하게 묻어나고 있을 뿐이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언젠가는 되돌아가려는 어떤 장소에 대한 애틋함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그리움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주명덕의 주제는 <도시정경>이다. 그런 만큼 변화하는 도시적 속성, 역동적인 이미지가 범람하는 도시의 실체를 추적한다.“ 실체가 없는 이미지로 둘러싸인 그의 도시는 역설적이게도 그의 삶이 뿌리를 내렸던 실재로서의 도시에 대한 진한 애정의또다른표현”(박주석)이다. 강운구가 바라보는 정경을 포착하고 있다면 주명덕은 그 속에 들어가 있는 시각이다. 그래서 강운구의 작품 속엔 어느 일정한 거리가 있고 언제나 바라본다는 시점이 상정되는 반면, 주명덕의 작품 속엔 거리가 지워지고 이미지들의 착종이 실체 없음의 알리바이를 만든다. 강운구가 상주, 안동, 봉화, 정읍으로 달려가는 반면, 주명덕은 신문로, 광화문, 잠실 등 도심을 누빈다. 이들이 꾸준히 사진집을 내왔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보이고 있다. 강운구가 <내설악 너와 집>, <경주 남산>, <마을 삼부작>, <자연기행> 등 우리의 자연에 대한 애착이 묻어나는 시리즈를 엮어온 반면, 주명덕은 <홀트씨-섞여진 이름들>, <잃어버린 풍경>, <도시풍경> 등 사회적 의식, 문제의식에 밀착된 인상을 준다. 대안적 예술매체로서의 사진이 주는 기계적인 건조함이 범람하는 오늘날 두 사진작가가 보여주는 사진 고유의 속성, 시간과 더불어 공간의 예술로서의 맛을 새삼 음미케 해 주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The world of two photographers
- On the exhibition of Kang, Woon-Ku and Joo, Myung-Duk The art of photography associates time and space. In the instantaneous snapshot are captured a fragment of time as well as a particular memory related to the place. Exhibitions of two photographers - Kang, Woon-Ku and Joo, Myung-Duk were held. Their works have been brought to attention in that they combine the traditional photographic method with the picturesque aspects popular totday. Kang, Woon-Ku depicts rural scenery, farms and fishing villages alike. The piece entitled <In the Evening> is a touching scene that evokes the nostalgic sentiment one would feel while reading lyrical poetry, gradually calling back the memories and the compassions of a long forgotten past. As for Joo, Myung-Duk, the artist pursues a dynamic urban image under the title of <Cityscape>. His photographs paradoxically present the actual lack of stability in an ever-changing city. The clear perspective and many years of experience make the two artists’ photographic discourse ever more intrigu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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