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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대학 졸업전의 러시

오광수

한동안 뜸했던 대학 졸업전이 이 시즌 화랑가를 풍미하고 있다. 졸업을 앞두고 성과를 발표하기에 적절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12월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그 숫자는 거의 1백 건에 육박하지 않을 까본다. 벌써 50건을 넘겼으니 그런예상도 충분히 할수 있지않을까 보는 것이다. 이는 충분히 분석해 보아야 할 대상이 된다. 졸업 무렵에 졸업전을 갖는 것은 당연히 일이다. 특별한 사안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이 시즌 졸업전이 화랑가를 메우고 있는 현상은 무언가 생각케 하는 점이 없지 않다. 지금까지의 상례로 보았을 때 졸업전은 당해 대학의 교내에서 치뤄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지금도 교내에서 치르는 학교수 도 많은 편이다. 그런데왜 하필 화랑가로 진출해야만 했을까.

화랑가에 진출한 졸업전을 보면 지방 대학이 많은 편이고 서울 주변 경기 일원에 있는 대학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교내에서 치르게 되면 자연히 많은 사람들에게 보일 기회가 적을 것이란 사안을 참작할 수 있다. 특별한 연고가 없는 한 지방이나 서울을 벗어난 위치에 있는 대학 졸업전을 일부러 보러 갈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칫 자신들만의 잔치가 될 것이기에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서울 중심에서 전시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현실론은 충분히 감안할 수 있다. 졸업전 가운데는 일반에게 생소한 학과도 적지 않아 이를 홍보하는 차원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시각정보학과, 만화예술학과, 멀티미디어학과, 디지털학과, 아동미술학과 같은 학과는 극히 최근에 생겨난 것들이어서 이곳에서 배우는 과정이 어떤것인지 일반은 궁금해 할 것이고 새로운 학과에 대한 지망생들에게 그 내용을 소상히 알리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홍보의 차원에서의 효과를 충분히 기할 수 있을 것이란 것이다. 학과 뿐 아니라 대학을 알리는 홍보의 효과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대학 졸업전을 갖는 것에는 특별히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단지 그 것의 운용과 형식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교육적 입장과 예술가로서 첫 무대의 진출이 갖는 예사롭지 못한 현상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싶을 뿐이다. 졸업전은 당사자에게나 학교 당국, 담당 교수, 학부모 모두에게 주요한 대사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상업화랑가에 몰려나온 대학 졸업전의 양상이 바람직한 현상인가 했을 때 다시 한 번 숙고해 보아야하지 않을까 본다.

전시장 문화에 대한 숙고
일반 기성 미술가들의 전시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유독 대학 졸업전에 눈에 띠는 것은 수많은 화환이다. 전시장인지 꽃밭인지 분간할 수 없을 지경이다. 전시장이 잔치 분위기가 나는 것도 그들 당사자들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미술대학을 나온 신진 작가라면 전시장을 꽃밭으로 만드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임을 몰라서는 안 된다. 이미 미술가로서의 의식이 없는 것으로 낙인이 찍힐 것은 자명하다. 여기에다 거창한 오픈 파티는 기성 작가 못지않은 호화판이 적지 않다. 도무지 차분한 분위기는 기대할 수가 없다. 졸업전이면 아직도 대학의 연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학생다운 또는 신진다운 소박하고 겸허하고 진솔한 덕목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찾아온 손님에겐 간단한 음료수 한잔이나 차 한 잔이면 족하다. 오픈 행사를 마치고 뒤풀이를 다른 장소에서 벌이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제발 전시장은 대학졸업전 다운 검소하고 간결하고 재치있게 운용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미 나는 다른 자리에서 우리 미술의 단층이 요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한 적이 있다. 대학 졸업전이 우리들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이들에 의해 다음 미술의 마당이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닌 소양이 어떤 것이며 이들이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색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기성세대와는 다른, 그 다른 요소가 어떤 비전으로 우리 미술에 작동할 것인지를 예의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 본다. 그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건전한 전개를 위해서도 전시 문화의 저질화, 세속화의 옷은 벗어 던져야 할 것이 아닌가 Flooding Graduation Exhibitions of Art Colleges
Downtown galleries are being filled with graduation exhibitions of art colleges nowadays. While those exhibitions, used to be held in their campus, aim at publicizing their colleges and attracting more attention of prospective students, visitors expect simple and creative atmosphere as well as the flashing wit of the graduating art students. Regrettably, however, we find in their exhibitions the negative aspects of the exhibitions of some established artists. Furnishing the galleries with bouquets and going on a blinder in the opening party do not match with starting artists. From the start those artists need to learn the right attitudes and have a correct understanding about being a really creative artist.

- Oh, Kwang-Su
art Critic/Emeritus Director of Lee Jungsup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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