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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아시아 현대미술과 한국미술

오광수

올해 들어 크리스티가‘아시아 현대미술’을 특집으로 다루었다.
그런가하면 홍콩에서도 아시아미술을 중심으로 한 옥션이 인기를 모았다는 뉴스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 미술에 쏠리는 국제적인 관심은 우리에게도 비상한 흥미와 자극을 주고 있음이 사실이다. 왜 아시아미술인가. 아시아미술이 국제 미술계에 어떤 주도권이라도 잡은 것인가. 아니면 아시아미술이 국제 미술의 대안으로서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는것인가. 예의 그 원인을 추구해보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미술이라면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한국, 일본, 대만 등 극동아시아미술을 지칭하는 것이고 거기서 조금 더 범위를 넓힌 것이 인도 현대미술까지 포함시키는 경우다. 중국의 현대미술은 80년대 개방화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온 터이며 이미 국제 사회에 상당한 위상을 정립한 것이 사실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와 미국에서의 호응도가 높은 것을 엿볼 수 있다. 문화혁명을 겪고 난 이후의 중국미술이 국제 사회의 관심의 적이 된 것은 중국이란 사회주의 사회에서의 예술 활동의 어떤 표본을 살필 수 있다는 점과 아울러 중국 특유의 희화화와 비판적 리얼리즘이 새로운 브랜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른바 중국적 팝이란 용어가 통용되면서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고 본다. 여기에다가 급성장세를 보이는 중국 경제의 추세가 견인차 노릇을 담당했다고 보면 된다. 전반적으로 불황의 늪에 허우적거리는 상황에 견주어 중국의 상승 무드는 내용을 떠나서도 중국미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충분한 함수관계를 지니고 있음은 간과할 수 없다.이에 비한다면 일본도 근래에 오면서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 호황의 무드를 타고 있음이 사실이다. 미술 영역에서도 그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극동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 가장 불리한 조건에 처한 것이 우리의 사정이다. 최근에 와서 사정이 좋아졌다고 보는 관점도 없지 않으나 반짝 경기가 아닐까 하는 관측이 농후하다. 그런 점을 감안하고서도 한국미술의 사정이 좋아졌다고 보는 낙관론은 주변 국가의 호황에 어느 정도 편승한 탓이 아닐까 본다. 한국의 화랑들이 중국에 몰려가는 요인도 직설적으로 말한다면 중국에 편승하려는 얄팍한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중국미술이 한국의 고객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이 가능한 비즈니스의 차원이지 예술적 가치에 기인된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에 편승된 한국 미술가들의 중국미술 흉내내기다. 키치풍에다 냉소적인 인물 설정, 기괴하고 거대한 캐릭터, 충격을 위한 충격 등 전반적으로 우리미술의 맥락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들이 횡행하고 있다. 특히 젊은 신인들의 작품 속에서 이 같은 요소가 많다는 것이 깊은 우려를 낳게 한다. 중국 것이 잘되니까 이에 편승된 한국 것도 덩달아 잘 될 것이라고 보는 한심한 의식이 실은 우리 미술을 심하게 병들게 하는 일이란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우리 미술 국제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의 현대미술은 이미 반세기를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내어놓아도 결코 부끄럽지 않은 수준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우리미술의 역사를 만든 것이 다름 아닌 우리의 현대 작가들에 의해서이다. 우리 같이 불리한 상황 속에서 이처럼 가꾸어온 역사란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아시아에 있어 한국의 추상미술이 갖는 아이덴티티와 깊은 정신적 내면은 우리가 소중히 가꾸어나가야 할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전통적인 수묵화의 격조를 우리만큼 간직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도 없다. 그러한 자산과 풍부한 잠재성엔 무관심하면서 어떤 맥락도 지니지 않는 아웃나라의 꽁무니만 열심히 뒤쫓고 있다는 것을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미술이 국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절호의 기회를 우리 것을 알리는 계기로 삼지 않는다면 아시아미술의 호황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기에 십상이다. 우리는 이웃의 들러리만 서다가 끝나버릴 공산이 크다. 우리가 정략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중국이나 일본과 차별되는 우리 독자적인 창작의 세계를 펼쳐 보여야 한다. 당분간 중국이나 일본에 밀리는 한이 있더라도 꾸준한 전략의 관철은 우리미술을 국제 사회에 그 정당한 가치로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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