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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비엔날레, 아트페어 그리고 옥션

오광수

한동안 비엔날레 천국이란 말이 회자되었다. 이어서 아트 페어란 말이 비엔날레를 대신해서 떠올랐다. 요즘은 옥션 천국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경매사가 우후죽순 격으로 출현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옥션이 생겨나도 문제가 없을까 하고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좋고 나쁜 것을 따지기 전에 무언가 흥청거리는 형국이어서 미술계가 그리고 미술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기대를 갖게 한다. 한동안 꽁꽁 얼어붙었다고 하던 미술시장이 해빙기를 맞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체감으로 오면서 한편으론 기대와 또 한편으론 불안이 겹쳐온다.

비엔날레와 아트 페어는 같은 전시 체제이지만 그 내용은 엄청난 차이를 지닌다. 비엔날레는 상업성이 배제된 순수한 국제전으로 대체로 한 시기의 미술 사조나 새로운 경향의 대두 같은 국제적인 동향을 가늠하는 마당이다. 미래의 방향에 대한 담론을 생산하는 기지이기도 하다. 이에 비한다면 아트 페어는 일종의 미술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지니는 체제이다. 작품을 현장에서 수수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화상끼리의 상호 정보 교환과 비즈니스를 위한 여러 가지를 실질적으로 모색하는 장과 같은 제도이다.

아트 페어가 국제적으로도 증가일로에 있는 것은 그만큼 미술 시장이 활발해져 가고 있다는 증좌이기도 하다. 옥션은 경쟁이란 채널을 통한 유통의 새로운 제도이다. 소더비니 크리스티니 하는 세계적인 옥션이 오래 전에 있어왔지만 우리나라에서 옥션이 생겨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물론 여기서의 옥션은 현대미술 작품을 대상으로 한 것을 말한다. 서울 옥션이 생겨났을 때만 해도 우리 경우처럼 얕은 미술 시장에 과연 옥션이 성공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보다는 성공적이었으며 이에 자극을 받아 K옥션이 생겨나고 한동안 경쟁 체제같이 보였으나 현재는 여기저기서 새로 생겨나는 옥션으로 인해 다변화의 체제로 진입하였다.
비엔날레, 아트 페어, 옥션 같은 기구가 생겨나면서 미술의 국제화, 미술시장의 활성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한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경기 침체가 봄눈 녹듯 서서히 풀려나는 상황을 예감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화려한 외화가 빈곤한 내연을 감추고 있는 일면도 없지 않은 편이다. 한 쪽에선 봄이 오고 있는데 한 쪽에선 아직도 겨울의 잔해가 남아있는 형국을 접한다는 것은 아직도 균형 감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증좌가 틀림없다. 한 쪽에선 휘파람을 부는데 한 쪽에선 죽겠다고 하면 이는 틀림없이 심각한 기류가 흐르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분석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최근 옥션에서의 문제점 하나가 인기 작가에의 쏠림현상을 지적하고 싶다. 인기 작가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지나치게 몇 사람의 인기 작가로 집중된다는 것은 옥션의 활성화를 위해서 결코 정상적인 현상은 아니다. 그것이 자연적인 현상이었던 인위적인 현상이었던 이를 조정하는 시스템의 가동이 필요하다. 내용에 있어서도 꽃이 집중적으로 팔린다는 것도 문제다. 많은 결과층을 만들어 시장의 폭을 넓히지 않는다면 옥션에 몰렸던 애호가들이 하루아침에 식상해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근대의 대가가, 아니 조선조의 대가가 당대의 젊은 인기 작가에게 가격이 뒤쳐진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아무리 예술적 가치와 상품적 가치가 별개의 것이라 해도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신진급의 작가가 근대의 대가나 조선조의 대가의 작품가를 앞지른 다는 것은 가치의 혼란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옥션이 지나치게 시장 논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가치체계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고양시킬 일정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몇몇 인기 작가를 제외하곤 작품 가격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작가들이 너무 많다. 이는 확실히 균형감각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 같은 불균형이 지속되는 한 한국미술의 건강한 발전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미술시장 역시 한 때의 반짝 현상이지 결코 장기적인 호황으로 이어지지는 못할 것이다.

Biennale, art fair, and art auction
Biennales used to be well known to everybody, until art fairs replaced them. And next were art auctions. How can art auctions prosper in such a small art market as that of Korea? Excess could be worse than insufficiency. Auction attracts attention because it is a system of distribution! through competition. It is natural that such attention sometimes makes certain celebrated artists. Excessively focusing on one area, however, may disturb the order of art society. Though the fact that the price of works by living artists is higher than that of old masters of modern Korea and Josun dynasty is explainable, it could cause misunderstanding of aesthetic values of Korean art. We need a more balanced sense of aesthetics in a brisk art market. The ringleaders of our art market must bear this in mind.

-Oh, Kwang-Su
art Critic / Emeritus Director of Lee Jungsup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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