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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부산의 화랑미술제

오광수

화랑미술제(정식 명칭 - 2008 서울아트페어)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었다. 서울에서만 열리던 화랑미술제가 지방으로 이동해서 열린 것이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열림으로써 미술 인구의 인프라 구축이 이루어질 것이란 기대는 우리미술의 내일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된다. 부산만이 아니라 그 영역을 전국으로 확대해 앞으로 대구, 광주, 제주 같은 지방에도 열리었으면 한다.

아트페어는 주지하다시피 비엔날레와 같은 실험적인 국제전과는 그 성격을 달리 한다. 일종의 견본시다. 작품이란 상품을 직접 대중 앞에 들고 나와 선을 보이고 현장에서 판매도 하는 장터와 같은 비즈니스의 마당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아트페어를 본격적인 미술 전시로 보아서는 안 된다. 미술 시장의 현상, 유통 구조의 원활화, 새로운 경향의 추이 등 미술 작품의 상품화에 따른 제반 상황을 점검하고 대처하는 기능이면 충분하다. 아트페어는 국제적으로도 인기 있는 전시 마당이다. 작품을 수용하는 대중들이 중심이기 때문에 미술의 소통에 따른 예민한 문제들을 짚어볼 수 있는 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술계 현상을 파악하는 하나의 바로미터 역할도 한다. 어떤 작품이 최근 인기가 있고 어떤 신인이 뜨고 있는가, 외국 작품으로서 인기 품목은 어떤 것인가 하는 등 우리미술의 주소가 지금 어디쯤인지를 짚어 볼 수 있는 기능도 한다는 것이다.

이번 화랑제에서 주목되는 현상은 신진들의 대거 진출을 꼽을 수 있다. 자칫 신인들을 위한 공모전 같은 인상도 지울 수 없다.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다는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아트 페어를 통해 새로운 신인의 등장이란 하나의 관례가 만들어지는 것도 나쁠 것이 없다. 단 이들이 얼마큼 검증되었느냐는 문제는 또 다른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또 하나 지적해야 할 것은 중견층의 몰락이라는 불구적 양상이 화랑제에도 극명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곁들여 중견층의 몰락 못지않게 한국화의 쇠퇴가 우리들을 더없이 우울하게 만든다. 중견층의 몰락과 한국화의 쇠락은 최근 한국미술계가 앓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다. 화랑미술제에서의 중견층과 한국화의 배제는 확인살인과 같은 인상마저 준다.
쏠림 현상
어느 한 쪽으로의 쏠림 현상은 비단 미술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미술 쪽이 유독 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꽃 그림이 잘 팔린다니까 너나없이 꽃을 들고 나온다든지, 화사한 색채를 구사해야 인기가 있다니까 여기저기 화려한 색채가 난무한다. 쏠림현상이란 일시적인 것이다. 유행 현상 같은 것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다. 미술작품도 때로 유행을 타지만 그보다 미술은 더 큰 가치에 의해 좌우되는 정신적 산물이다. 유행을 딛고 일어서 있는 데서 참다운 예술성을 점검할 수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 화랑 저 화랑 다투어 내어놓던 중국그림이 빠르게 거품이 빠지고 있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한 동안 경매의 인기 작가로 부상했던 이대원, 김종학, 사석원, 오치균, 이우환의 작품도 뜸한 편이다. 그동안 이상 열기로 인해 불균형이 일어났던 현상들이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 않나 본다.





단순한 장 마당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격조를 지닌 유통 시장으로서의 면모는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본다. 중진 대가들의 모습이 이 구석 저 구석에 자리 잡아 지나치게 경박한 분위기를 제어해주는 역할도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김창열, 백남준, 박서보, 천경자, 이강소, 정상화 등 한국 대표적인 작가들이 어느 한 구석을 채우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본다. 이 같은 중견 대가급 작가들이 가끔 눈에 띄어야 신인들에다 키치 풍이 난무하는 전시장의 분위기를 그나마 균형 있게 조절 해줄 것이다. 아트페어는 무엇보다 다양한 층과 풍성한 내용으로 꾸며져 우선 보는 재미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 비싼 것과 싼 것들이 골고루 구비되어 있어야 다양한 고객층의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Korean Art Fair in Busan
The Korean Art Fair, usually held in Seoul, has opened in Busan this year. This will contribute to broadening the art audience in the region. Starting from Busan the Fair is hoped to be held also in the future in other regions such as Daegu, Gwangju, and Jeju.
The advancement of young artists is being watched with keen interest in this fair. It also represents the recent inactivity of middle-aged artists and the decline of Korean ink painting in our art society. Market-oriented colorful flower paintings are prevalent. Of course there could be a passing fad in our art society, but a radically unbalanced art market is undesirable. The few works of middle-aged artists in the Fair seem to only just keep the balance.

-Oh, Kwang-Su / art Cri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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