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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윤형근 선생의 별세

오광수

윤형근 선생이 지난 해 연말 12월 28일 별세하셨다. 1928년생이니까 올 해 80세이다. 갑작스런 부고에 충격을 받은 외에 무엇보다 아직도 창작에 전념해야 할 나이인데 하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현대미술 진영의 기둥 하나가 뽑혀지는 느낌이다.

윤형근 선생은 독특한 풍모와 위상을 지니었던 작가였다. 현대미술 진영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했으며 자기세계를 요란스럽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분명하고도 확고한 자신의 방법을 꾸준히 지속시켰다. 조용한 가운데 당당함을 지녔으며 소박한 가운데서 세련성을 잃지 않았다. 작품이 바로 그 인간이다 란 명제에 가장 어울렸다. 그의 작품은 그 누구보다도 그의 풍모와 그의 기질을 가장 극명하게 구현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백하면서도 스케일이 큰 화면은 그의 풍모와 기질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가로서의 편력은 조숙한 편이 아니라 만성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꾸준함이란 미덕을 잃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현대작가로서의 출발은 그의 동료들에 비해 다소 늦은 편이었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야 본격적인 활동의 괘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70년대 현대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함으로써 비로소 그의 존재는 뚜렷한 것이 되었다. 이 무렵을 기해 그는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주자로서 각종 국제전과 기획전에 참여하였으며 많은 개인전을 기록하였다. 그의 예술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크게 각광을 받았으며 자기 세계에 대한 확신은 작가로서 더욱 무르익어가는 경지를 보이기도 했다.

70년대를 풍미한 단색파 가운데서도 독자적인 방법으로 인해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미묘한 변화의 차원으로 고요한 내면의 울림 그의 화면이 갖는 짙은 청색과 다갈색의 기조는 70년대부터 일관된 것이었다. 그것이 점차 다갈색으로 통일되어간 것이 만년의 작품들이다. 또 하나 그의 방법의 기조는 로우 캔버스(생 마포)를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후기 회화적 추상에서 즐겨 다루어졌던 로우 캔버스의 사용은 우리나라 몇몇 현대작가들의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으나 윤형근만큼 주조로 다룬 경우는 많지 않은 편이다. 로우 캔버스 사용은 안료와 지지체가 일체화되는 독특한 구조를 지니는 것이다. 지지체와 이 위에 시술되는 이미지가 이원화 되어 있는 서양화의 구조에서 이탈된 것으로 방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전통적인 동양화의 그것에 밀착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화선지 위에 수묵을 가하면 수묵이 종이의 조직 속으로 흡수되어가는, 그래서 표면이자 곧 그림인 것이 되는 경우 말이다.





그의 수법으로 생 마포 위에 일정한 방향 - 수직 또는 수평 – 으로 계속 색채를 가해가면 안료가 내면으로 침투되는 한편 가장자리는 미묘한 번짐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색채를 반복해서 칠해 나간다는 행위의 반복에서 오는 무상성과는 달리 가장자리의 미묘한 변화의 차원은 고요한 내면의 울림, 조용하면서도 깊은 명상의 길로 이끈다. 중후하면서도 그지없이 소박한 색채의 저 깊은 내면은 회화란 구조물을 떠나 생의 도저함에로 연결된다. 그가 생시에 자주 언급한 자연이란 화두는 회화를 통해 회화를 극복하는 그의 방법의 은유적인 표상이지 않나 생각된다.
삼가 명복을 빈다



Painter Yoon, Hyunggeun passed away December 28th last year
We have lost a great man, one of the most important artists of contemporary art. Yoon was a unique person. He firmly kept his own world of art without bragging. He was calm but dignified, simple but refined. Though he joined the art world relatively late compared to his contemporaries, he was prominent among the artists of the 1970’s. He represented Korea in various international art events and participated in numerous important exhibitions not to mention many solo exhibitions.
His canvas is characteristic of simplicity and depth. In his canvas with almost only blue and brown hues in simple forms we feel the resonance of dignity and depth. He frequently chose raw canvas. Like oriental paper it absorbs water and allows it to spread, creating a soft outline. As a result his canvas feels both massive yet light.
May he rest in peace.


-Oh, Kwang-Su│art Critic/Emeritus Director of Lee Jungseop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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