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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이일 교수 10주기 추모 학술 세미나

오광수

이일 교수를 추모하고 그의 비평적 과업을 다시금 정리해보는 학술 세미나가 지난 12월 8일 홍익대에서 열렸다. 한국미술평론가협회(회장 윤진섭), 홍대 예술학과, 예술학과 동문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한 미술비평가의 생애의 행적과 우리미술에 미친 영향을 후학들이 다시 점검하고 평가하는 자리여서 그 어느 행사보다도 훈훈한 정감이 감돈 분위기였다. 내용은 발표와 질의, 그리고 종합 토론의 순으로 이어졌는데 다른 어떤 세미나보다도 충실하고 진지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서성록이 <이일 선생의 전위예술론>, 서영희가 <이일 선생의 서양미술사론>, 박남희가 <이일 비평의 방법적 언어들>이 발표의 주 내용이었다. 이일의 비평가로서의 활동 내역은 1961년 파리 청년작가 비엔날레 현지 커미셔너로 참여함으로써 시작되는데 한국 현대미술을 처음 만나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그가 작고할 때까지 동고동락을 같이 한 동지적인 유대의 최초의 해후이기도 하였다. 그는 국제무대에서 한국 현대미술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를 직접 체험했을 뿐 아니라 어디에 위상 하는가를 현장에서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 계기가 비평가로서의 그의 행로를 결정 지워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5년 귀국하면서 홍익대 교수로 시작, 작고할 무렵까지 여기에 몸담았다. 약 30년 동안 홍대 교단에서 후학을 지도하였다. 이일의 비평적 입지는 발표자 서영희의 지적에서와 같이“서양의 근, 현대미술사학에 대한 분석과 이론에 대한 이해로부터 비롯”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서구의 현대적 비평방법의 조심스런 소개와 한국의 현실과 실정에 맞게 접목시키려는데 노력하였다. 세미나의 주제로 선정된 전위예술론이나 서양미술사론, 그리고 환원과 확산이란 방법적 언술들은 그의 비평적 행각을 살피는데 주요한 논거들로 제시된다. 65년에서 97년까지의 한국미술은 형성의 단계를 지나 자기 정체성을 탐구해갔던 시점으로 그러한 시대의 한 복판에 그가 있었다는 것은 그가 한국미술에 얼마만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그는 이념형에 가까운 비평가로서의 이미지를 남기고 있기도 하다. 그가 출발할 때의 한국미술의 실험적 열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최후에까지 지속시킨 경우는 드물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현대작가들과의 동지적 유대는 이 같은 이념적 태도에서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 그것이 AG그룹의 참여에 와선 가장 구체적인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 되었다. AG를 통한 실험의 전개에 있어 주변의 작가들에게 미친 영향과 감화는 그가 작가들과의 돈독한 유대를 지닐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유재길의 다음 언급 “실제로 그는 한국 모더니즘 미술의 근본적인 개념을 서구 현대 회화의 맥락에서 규명하고 비교 분석하면서 자신의 주위에서 펼쳐지는 실험적인 무명의 모더니즘 경향의 작가들을 찾아나서는 가장 활동적인 평론가의 한 사람”이란 지적도 작가들과의 유대를 시사해주고 있다. 우리미술을 꽃 피우는 일 그가 작고한지 10년에 와서야 겨우 추모 세미나가 마련되었다는 것은 그에 대한 평가의 인색함을 그대로 들어내고 있다. 창작가나 비평가의 작고 후 그에 대한 평가나 그를 기리는 행사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우리 미술계를 더 없이 쓸쓸하게 만든다. 발판을 구축하고 맥락을 지우는 작업이 없다는 것은 전혀 형성의 내역이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선 전통도 만들어지지 않고 미술사의 틀도 만들어질 수가 없다. 현상에 급급한 소비적인 문화만이 활개를 칠뿐이다.
주요한 작가나 비평가의 행적을 정비하고 그의 공적을 제대로 평가하는 작업이 활발히 전개될 때 우리 미술은 제대로의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 자신을 가다듬는 일이고 우리의 미래를 제대로 설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미술에 주요한 역할을 하였던 이일 선생에 대한 평가 작업은 단순한 이일 개인의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고 우리 미술을 정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비단 이일 뿐 아니라 주요한 작가나 비평가에 대한 재조명 작업은 꾸준히 진척되어야 하리라 본다. 그것이 우리미술을 더욱 풍요롭게 가꾸고 꽃피우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The 10th Anniversary Academic Seminar for Professor Lee il
Working as commissioner of the 1961 young artists’ biennale in Paris, Lee il started his career as an art critic. He witnessed how Korean modern art was evaluated and positioned on the international art scene and he pursued the esthetics of his age through art criticism. From 1966 until he passed away in 1997, he dedicated himself to the education of future artists at Hongik University. He also socialized with his contemporary artists and stood as a central figure in the Korean art society. The 10th anniversary academic seminar for him held in Hongik University will be an occasion to refocus on his life as an art critic and reevaluating his critical works. This event is not about just evaluating individual accomplishment in art criticism, but is the momentum of upsurge for Korean art.


- Oh, Kwang-Su
art Critic/Emeritus Director of Lee Jungsup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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