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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이응노미술관과 월전미술관

오광수

이응노미술관과 월전미술관은 지방 정부에 의해 새롭게 세워진 미술관이란 공통성을 갖는다. 이응노미술관은 대전광역시가 2005년에 기공하여 올 해 개관하였으며, 월전미술관은 이천시가 역시 올 해 월전미술문화재단과 유족으로부터 월전의 유작과 소장품을 기증받아 이천에 새롭게 개관하였다. 이응노미술관은 서울 평창동에 있던 것을 대전으로 옮긴 것이며 월전미술관 역시 서울 팔판동에 세워진 것을 이천시가 새롭게 지어 옮긴 것이다. 당대의 두 거장을 기리는 미술관이 각각 그들과 연고가 있는 지역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었다는 것은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각 지방이 자기 지방과 연고가 있는 예술가를 기리는 사업을 구체화한 사례는 이 외에도 적지 않은 편이며 점차 그 숫자가 증가하고 있어 대단히 고무적이다. 우리 문화의 성숙해가는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지방마다 문화 행사를 경쟁이라도 하듯이 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자기 고장이 배출한 예술가의 예술세계를 담는 기념관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진척되고 있는 터이다.
동양문화의 르네상스가 이를 계기로
대전시립 이응노미술관은 이응노의 예술을 건물로 외화 시키고자 한 프랑스 건축가 로랑 보두앵의 설계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뛰어난 미술관이 만들어졌다. 건축가가 이응노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그것을 기본구상에 반영하였다는 것은 회화와 건축의 행복한 만남과 결실로 평가 되어진다. 건축을 위한 건축이 범람하는 우리 풍토에 미술가의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것을 건축이란 다른 매체에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한 건축가의 높은 양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교훈이 되기에 충분하다.

디자인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미술가의 세계가 건축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한갓 진열 공간에 그칠 뿐 미술관으로서의 격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응노미술관의 설계가 뛰어나다는 것은 이응노의 작품이 갖는 구성적인 패턴과 동양적 사유의 명상적 분위기를 공간의 언어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고요한 산사에라도 와 있는 적요한 느낌과 깊은 명상세계로 이끄는 단아한 공간의 분절과 동선은 사람들로 하여금 푸근함과 편안함을 안겨준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는 것이 가장 뛰어난 존재의 방식이다. 미술관은 미술 작품을 담는 공간이란 사실이 먼저 강조되어야 한다.

월전미술관은 이미 월전 장우성의 생시에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동방예술연구회를 두어 오랫동안 미술관과 더불어 동양 예술을 위한 연구와 교육 사업을 추진해 온 터이다. 그러한 월전의 취지가 고스란히 새로운 미술관으로 연계되고 있다. 특히 월전미술상을 제정하여 역량 있는 동양화 중견 작가의 창작 의욕을 고무시키고 있는 사업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일이다.

이응노와 장우성은 우리의 근, 현대기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이응노가 혁신적인 방법을 통해 동양의 예술세계가 지닌 조형적 가능성을 확대시켰다면 장우성은 동양의 예술세계가 갖는 격조와 깊은 정신성을 천착해주었다. 내가 서양에 온 것은 서양을 배우기 위함이 아니요 동양을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갈파한 이응노의 예술이 지닌 국제적인 조형언어로서의 감각과 장우성의 동양적 사유의 깊이와 고요한 아름다움의 격조는 우리들에게 남긴 귀중한 유산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을 기리는 기념적 성격의 미술관이 건립됨으로써 이들 예술이 지닌 중요성이 더욱 인식되고 확산 될 것임은 물론이다. 특히 문화가 빈곤한 지방에 이 같은 대표적인 미술가의 기념관이 세워졌다는 것은 지방 문화를 자극하고 고양시키는 계기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기회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침체된 동양화단에 불을 지피는, 그래서 동양문화의 르네상스가 이를 계기로 일어났으면 하는 염원이다.
Ungno Lee Museum and Woljeon Museum
Recently the Ungno Lee Museum and the Woljeon Museum have opened respectively in the cities of the artists personal background. The Ungno Lee Museum in Daejeon, and the Woljeon Museum in Ichun. It is recommendable for local governments to establish museums or memorial halls of the artists who have connections with their region. It reflects the cultural maturity of our society.

Designed by the French architect Laurent Beaudouin who drew inspiration from the works of the artist, the Ungno Lee Museum has embodied a good example of the happy interface between painting and architecture. The excellence of the building lies in that the architect has successfully translated the formative patterns and the Oriental spirituality in the art of Ungno Lee into architectural languages.

The Woljeon Museum has been trying to nurture oriental culture through various educational activities. It has also encouraged Oriental painting artists by awarding the Woljeon Art Prize. Once moved to the district, it is expected to contribute to the development of local culture. Ungno Lee and Woosung Jang(Woljeon) are among the representative artists of our modern and contemporary art. We hope the inauguration of these museums will serve as a momentum to revitalize the world of Oriental painting in Korea.


-Oh, Kwang-Su
Art Critic/Emeritus Director of Lee Jungsup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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