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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가짜의 범람

오광수

요즘 가짜를 짜가라고도 하고 짝퉁이라고도 한다. 한동안 외국 유명 상품에 대한 가짜가 많아 가짜천국이란 오명을 얻은 바도 있다. 최근 미술작품에 대한 상품적 가치가 높아갈 수록 부수되는 것이 가짜의 범람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 시장의 호황 분위기에 편승하여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위작의 횡행이다. 대체로 위작의 대상은 유명 인기 작가의 작품에 집중되어 있는 편이다. 위작의 유혹은 돈이니까 돈이 되지 않는 것은 굳이 위작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런 틈새를 노려 별로 인기는 없지만 언젠가 인기가 올라갈 것이란 짐작 하에 몇 몇 작품들이 끼어드는 수가 없지 않다. 가짜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없을 때가 없고 없는 곳이 없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가짜가 횡행하는 것만큼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부연해서 위작이 없는 작가의 작품이란 그만큼 별볼일이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위작에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은 화랑과 더불어 선의의 고객층이다.

현대작품에 대한 위작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화상의 등장 이후다. 화상을 통한 유통 시스템이 마련되면서 위작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유통 시스템이 없었던 시절 위작이 있었다면 제자가 선생의 작품을 흉내 내서 그린 정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저의가 없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도 없다. 위작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은 돈벌이를 위한 사기행각에 다름 아니다. 엄연한 범죄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초기엔 생존 작가보다 작고한 작가의 작품이 주 대상이 되었다. 현존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이 없을 뿐 아니라 가격 상승도 현저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일어난 이중섭, 박수근 위작사건이 있기 훨씬 전부터 이들의 위작이 몇 점씩 인사동 화랑가를 굴러다녔다. 당시 위작은 대부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등장하는 위작 가운데는 진작에 육박하는 높은 기술적 향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적지 않다. 안식이 높다고 하는 이들도 긴가민가할 정도로 높아졌다. 전문가도 가끔 잘 못 집는 예가 없지않다. 웃지 못할 일은 작가 자신도 잘 구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작가의 카달로그 레조네가 필요하다
위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누가 만드는가? 어떤 경로를 통해 시장에 나오는가? 는 지금쯤 심각하게 탐색해 보아야할 입지에 와 있다. 현재 위작의 수준을 감안해 볼 때 결코 개별적인 작업이 아니라 상당한 시스템에 의해 자행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몇 몇 제작자와 이를 유통시키는 조직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것도 있고 서울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서울서는 그래도 감정기구가 있고 감식안이 뛰어난 이들이 많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방의 경우는 상당한 컬렉터들이 피해를 보지 않나 생각된다.

대체로 위작일수록 그럴 듯한 사연이 작품에 따라 다닌다. 작가가 누구에게 준 것을 그 친구가 오랫동안 애장하고 있다가 갑작스레 무슨 일이 있어 급히 작품을 팔게 되었다든가, 이중섭 사건처럼 내연의 여인에게 그려준 것을 그 여인의 유족이 먼 훗날 그 여인의 유품을 정리하다 발굴된 것이라든가 하는 내용이다. 참으로 그럴 듯한 내용이다. 우리에겐 지금까지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 예컨대 작품의 족보라 할 수 있는 이동 경로라든가 소장자라든가의 기록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러기에 그럴 듯한 꾸민 이야기가 설득력을 가질 때가 있다.

현재 나도는 위작 가운데는 이중섭, 박수근 외에 김기창, 이응노, 김환기, 천경자, 도상봉, 변종하 등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군에 몰려 있는 편이다. 사인이 없는 옛날 그림에다 고희동이다 나혜석이다 하고 적당히 사인을 가미하는 것은 그래도 애교가 있다. 진작을 고스란히 베껴 내는 수준은 가장 초보적 단계다. 이미지를 이쪽저쪽에서 적당히 따 와서 하나로 합성하는 경우는 한 단계에 앞선 수준이다. 작가의 필법과 구도 등을 세심히 연구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경지는 도가 터진 위작의 수준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희대의 위작가들이 다 이 수준이기 때문이다. 진위를 판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이에 대한 연구가 쌓여가고 있는 현 단계에선 그렇게 어렵다고만 할 수 없다. 체계적인 연구와 데이터 뱅크가 마련되어 있다면 얼마든지 위작을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Flood of forgery
The soaring commercial value of art works is followed by the increasing cases of forgery. It is natural that the recent boom in the art market stimulates attempts of forgery. Forgeries are committed upon the works of celebrated artists, needless to say for money. Forgeries and imitations of Korean modern art works started in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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