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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야나기 무네요시와 엘리자베스 키스

오광수

<문화적 기억 - 야나기 무네요시가 발견한 조선 그리고 일본>(일민미술관)전과 <푸른 눈에 비친 옛 한국, 엘리자베스 키스>(국립현대미술관)전은 이방인에 의해 우리의 문화와 예술이 어떻게 비치었는가를 보여준 흥미로운 전시였다. 야나기와 엘리자베스가 갖는 공통점은 다 같이 외국인이란 점 말고도 1920년대에 한국을 방문했다는 점과 한국의 자연과 인간 그리고 거기서 빚어진 예술에 깊은 감명을 받은 점이며 진정으로 한국을 사랑했다는 것이다. 다른 점이라면, 야나기가 지배자의 위치인 일본이었고, 엘리자베스가 보다 객관적인 타자의 입장에 있었던 영국인이었다는 점이다. 야나기가 우리의 문화와 예술을 학문적인 입지에서 접근해준 반면 엘리자베스는 그림으로 우리의 풍물을 기록했다는 차이점을 지닌다.

국운이 기우러져 가던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에 걸친 불우한 시대에 한반도를 스쳐간 이방인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이 때로는 연민의 감정으로, 때로는 안타까움의 심정으로 기술되고 있는 가운데 야나기와 엘리자베스의 눈에 비친 당시의 우리의 모습은 소박한 가운데서 풍요로움을, 간명한 양식 속에 격조를 지닌 것이었다.

야나기의 평가
야나기는 일본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불우한 한국인의 처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우리를 도우려고 하였다. “한국 문화와 전통을 마음 깊이 경애하고 그것이 일본인에게 널리 친숙해져서 한국 민의 자신감과 긍지가 되도록 평생 노력”(미무라 교꼬)하였다. 그럼에도 야나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시각에서 때로 과장되고 때로 폄하되고 있는 터이다. 총독부 청사를 짓기 위해 광화문을 허물려는 계획에 정면으로 맞선 것도 그였으며 우리의 미술 문화를 한 자리에 모은 <조선민족 미술관>을 세운 것도 그였다. “조선은 위대한 미를 낳은 나라이고 위대한 미를 가진 민중이 살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실천으로 옮긴 공적은 아무리 상찬하여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의 미를 비애의 미라고 규정한 점, 슬픈 운명의 민족이기에 피지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본 숙명론은 그 역시 지배자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계라는 지적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고구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본다. 그러나 우리의 미가 지닌 우수성을 일찍이 간파하였으며 소박한 민중의 삶과 철학에서 빚어진 민중의 예술을 자신의 평생의 작업으로 진척시켜 나간 점에선 우리에게 귀중한 이해자임이 분명하다.

그가 수집한 조선시대 백자와 문방과 생활기물은 그것이 우리 것이면서도 새삼스러운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의 깊은 혜안이 빚어낸 감정이입 때문이다.


엘리자베스의 목판화
엘리자베스는 일본과 중국을 거쳐 여러 차례 한반도를 여행하였으며 거기서 받은 감동을 채색 목판화란 양식을 통해 구현해준 화가이다. 옛 한국의 풍물과 자연에 대한 예리한 관찰과 따스한 정감은 어디에서도 엿볼 수 없는 뛰어난 것이다. 일본 우끼요에의 목판 기법에 의한 투명한 색감과 놀라운 구성력은 그의 조형작가로서의 약여한 면모를 확인시켜준 것이다. 조선의 햇살, 맑은 대기는 표현의 깊이로 해서 극명하게 구현되어지고 있다. 원산, 평양, 서울의 단편적인 풍물은 기억의 저편에서 아로새겨지는 기념비로서 빛나고 있다. 단순한 여행가로서의 호기심의 결정이 아니라 깊은 이해와 감동의 순수한 기록임을 보여준 것이었다.


Yanagi Muneyoshi & Elizabeth Keith
Two exhibitions revealing the traditional beauty of Korea through the eyes of two foreigners, and are being held. Yanagi, as an aesthetician, chose the understanding of Korean culture and letting the world know its superiority as his lifetime calling, while Keith, deeply touched by the modest yet refined life of Korean people, recorded it through the colored print technique of Ukiyoe. Yana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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