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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이벤트성 전시가 갖는 문제점

오광수

95년 광주 비엔날레가 출범할 무렵 무려 10개 이상의 비엔날레가 여러 지방에서 난립되었던 사실을 아직도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많이 정비되긴 했지만 크고 작은 것을 합치면 아직도 10개 가까운 국제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현황이다. 우리 미술계 역량으로 보나 대한민국의 전체적인 문화의 규모로 보나 아무래도 이 숫자는 무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 같은 큰 나라도 국제 비엔날레란 소규모의 몇몇이 있을 뿐이고 가까운 일본 역시 마찬 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국제전 천국이라고 할 만큼 넘치는 형국이다. 먼저 규모로 보나 내용에 있어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이 광주 비엔날레와 부산 비엔날레다. 이만한 규모와 내용이라면 어디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수준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막상 내용을 들추어보면, 이거나 저거나 다를 게 무엇인가 할 정도로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주제를 내걸었지만 주제와 내용은 전혀 별개로 겉돌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다른 국제전에서 보았던 것 아니면 너무 유사해서 구분이 되지 않는 것들이 넘치고 있어 다른 것과의 차별성이란 찾을 수가 없다. 국제전의 유형엔 충실했을지라도 다른 국제전과 다른 두드러진 차별성을 찾기는 어렵다.

광주는 출범할 때 아시아에서 유일한 것이니까 아시아 성을 대변하고 여기에 특수성을 찾아야한다는 이념을 피력했다. 그러나 전시 감독이 바뀔 때마다 이 같은 애초의 이념은 팽개친 채 국제전으로서의 유형에 급급한 전시들을 만들어 내었다. 그러한 결과가 올 해 새삼스럽게 아시아 성을 강조하게 된 것인지는 모르나 아시아가 중국 중심이란 구성의 편향도 어딘가 모르게 정치적인 냄새를 풍긴다. 더더욱 남미의 반미적 주제의 기획은 너무 동떨어진 내용이다.

부산 비엔날레는 서울 미디어 비엔날레와 너무 닮았다고 할 정도로 미디어 중심이다. 이미 다른 국제전에선 반성의 차원에 들어선 미디어에의 편중은 좋게 평가해서 뒷북치기에 지나지 않는다. 두 국제전의 예산 규모는 다르지만 몇 십 억 원을 쏟아 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성격도 뚜렷치 않는 이 같은 행사에 엄청난 예산을 사용해야할 명분이 무엇인지를 지금쯤 자성해야할 때가 아닌가 본다.


작품 구입 예산의 확보
국제전은 자국의 미술역량이 국제 현대미술을 리드해갈만한 위상을 지녀야 하며 적어도 그런 위상을 갖겠다는 의욕과 치열한 실천적 의지가 동반되었을 때 가능하다. 광주가 처음 출발할 땐 그러한 의욕과 의지가 층만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미술 권력의 전리품이 되어 갔고 이 틈을 노린 외국의 거간꾼들이 한탕을 위해 기웃거렸다. 국제전은 국제교류의 마당이며 우리 미술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이어서 미술 인프라 구축의 주요 자원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가. 어떤 항목이 제대로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이들 전시가 열리는 광주와 부산의 시립미술관 작품 구입과 전시 기획의 예산이 얼마인지를 알게 되면 주객이 전도되어도 이만저만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1년간 작품 구입 예산이 1, 2억이 채 되지 않는 면에 비해 비엔날레엔 수 십 억을 쏟아 붓고 있지 않는가. 이벤트성 전시에는 그렇게 많은 예산을 투여하면서도 정작 오래 남기는 소장품을 구입하고 내실 있는 미술관을 운영하기 위한 예산은 그렇게 인색한 오늘날 우리 문화의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미술관의 자체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니까 대형의 해외 전시는 기획사에 의존하는 꼴이다. 포장만 요란했지 막상 내용은 부실한 상업주의의 브록버스트 전시 때문에 미술관은 대여 전시장으로 격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 공립 미술관이 대여 전시관으로 격하되고 있을 뿐 아니라 연쇄반응으로 미술관의 기획력이 심하게 위축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한탕주의에 병들어가는 우리 미술 문화를 재건하는 데 따른 논의가 이제금 활발히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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