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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판화진흥을 위한 제언

오광수


판화예술이 극도로 위축되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즈음에 세 개의 굵직한 판화전이 잇따라 열리어 새삼 판화에 대한 관심을 모으게 한다.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린 <롭스와 뭉크, 남자와 여자>(8.10 - 10.22)전은 19세기 말의 정화라 할 수 있는 상징주의 화가 롭스와 20세기 초 북구의 표현주의 화가 뭉크의 판화를 남자와 여자란 주제 하에 한 자리에 모은 것으로 그들의 예술이 지니는 무게와 더불어 판화예술이 지니는 향기가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공간사와 서울시립미술관의 공동 주최인 <서울 공간 판화 비엔날레>(9.8 - 10. 8)는 이제 국제 유수한 판화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국제적인 호응도도 날로 높아가는 추세이며 무엇보다 판화의 전통적인 기법에 대한 엄격한 수용이 판화의 방향에 대한 하나의 지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매입상의 전략적인 증가를 통해 판화 보급의 적극성을 보인 점은 국제전으로서의 공간 판화 비엔날레의 앞날을 밝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판화미술진흥회가 벌인 <서울 국제 판화 사진아트페어 SIPA>(9.27-10.1)는 복수 예술에 대한 인식을 높여 주었을 뿐 아니라 판화 보급의 새로운 단계를 예시해주었다는 점에서 역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판화의 고급예술로서의 품격과 보편화에 대한 계기를 보여준 이들 전시를 통해 판화 예술의 진흥에 대한 보다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예술의 생활화의 첨병
판화예술의 위축은 최근에 들어와 확산되고 있는 회화의 위기와 그 괴를 같이 한다. 판화도 회화다. 단지 판이란 매개를 통한 복수성의 제작이란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매체예술의 급진적인 부상과 더불어 상대적인 전통적, 기술적 방식의 조형예술이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현상은 비단 우리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세계적인 현상으로 간주된다. 문제는 예술계 안쪽과 바깥쪽에 다 같이 있다. 전반적으로 장인적, 기술적 요건에 대한 기피현상이 판화 제작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는 기성의 작가들 뿐 아니라 신진 세대에 있어 극심한 양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판화의 전문영역에 대한 인식의 빈곤이 그 요인이다. 여기에 판화 보급에 대한 보다 철저한 전략이 수행되고 있지 못하다는 요인이 첨가된다. 판화를 취급하는 전문 화랑의 절대 부족도 판화 보급의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 과거엔 유수한 화랑들도 가끔 판화전을 기획한 바 있는데 근래에 와선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판화에 대한 일반의 이해도가 굉장히 낮다는 데도 문제가 있다. 판화를 단순한 인쇄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판화와 인쇄의 차이와 판화가 지니는 고유한 조형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다각적인 계몽의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판화 수요의 잠재성이 의외로 높다는 사실에 즈음하여 실질적인 수요의 계기를 마련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우리의 생활 구조가 점차 아파트 구조로 바뀌어져가고 있다. 아파트의 생활구조에선 판화가 가장 적절한 작품이다. 또한 오피스 건물에서도 판화의 수용은 가장 바람직하다. 저렴한 예산으로 생활공간과 작업공간을 신선하게 바꾸어놓을 수 있다. 각 화랑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판화은행 같은 것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술의 생활화에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판화 말고는 무엇이 있는가. 공, 사립 미술관의 판화 수요도 일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판화 수용을 단순한 구색용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새로 제작된 판화는 미술관이 꾸준히 수용해야 한다.


판화의 고급화에 대해
판화의 보편화와 더불어 고급화에도 일정한 관심을 기울려야 한다. 출판과 연계된 고급 판화의 보급은 미술가와 출판계가 협동해서 추진해야 한다. 판화가 첨가된 시집의 출현은 이미 19세기에서부터 활발히 이어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우, 판화가 들어간 시집의 출간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출판을 통한 판화의 적극적인 보급은 과거 <공간 >잡지와 <계간미술>이 했던 것과 같은 한정판의 삽입도 새삼 강구해볼 만한 하다. 보편화에 못지않게 판화의 고급화도 병행시켜야 한다. 판화는 덮어놓고 싼 작품이란 인식은 판화예술이 지닌 조형성을 폄하할 수 있다. 저렴하지만 뛰어난 예술이란 사실을 언제나 강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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