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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미술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KIAF를 보고서

오광수

KIAF가 지난 5월 25일에서 30일까지 코엑스 태평양 홀에서 열리었다. 올해로 5회를 맞는 KIAF는 국제 아트 페어로서 장족의 발전을 거듭했다. 외국 화랑 51, 국내 화랑 99(도합 150)란 숫자는 그 성장도를 가늠케 한다. 전시 체제나 구매 실적은 차치하고라도 우선 밖으로 들어난 변화는 다름 아닌 한국미술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고 할 정도로 신진 미술가들의 대거 등장이다. 기성작가(중견, 대가급)에 비해 신진 그룹에 속하는 작가의 수가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의 비율이다.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아트 페어가 아니라도 최근 국제전의 참가 연령비가 단연 30, 40대가 중심이다. 과거 국제전이란 지명도와 완성도에 가치기준이 맞추어졌다. 대가에게 영광을 돌린다는 관례가 특히 베니스, 상파울로 비엔날레 같은 역사가 오랜 국제전에 통용되어 왔다. 대상은 으레 대가들 몫이었다. 베니스의 경우, 그 잔재가 없지 않으나 분위기는 단연 30, 40대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중심축의 이동은 국제전에 대한 시대적 성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하다. 역사에 남는 작품이 아니라 변화를 수반한 실험의 장에 관심이 추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5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까지 존속했던 파리청년작가 비엔날레가 기존의 비엔날레와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35세 미만의 젊은 작가 중심으로 구성하였는데(여기서 청년작가의 개념이 대체로 35세 미만으로 통용되기 시작), 오늘 날 거의 대부분의 국제전이 과거 파리비엔날레를 닮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아트 페어는 마케팅을 전제로 한 전시체제로 일반적인 국제전과는 그 성격을 달리 한다. 이 같은 상업성을 내세운 전시에 30대 중심의 신진 작가가 기성 작가를 수적으로 능가한다는 것은 마케팅의 그물망에 이들이 걸렸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직도 검증이 되지 않은 작가들이 구매망의 중심 부위로 떠올랐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구매층, 고객층의 변화를 수반한 것으로 보았을 때 이는 놀라운 지각변동이 아닐 수 없다.

젊은작가에 의한 지각변동
과거의 화랑들은 이미 완성된 작가를 주로 취급했다. 대중적 인기에 편승된 작가의 작품을 취급하면 그만큼 안정성이 확보되었다. 그런데, 신진 작가란 미완의 영역이다. 그러한 작가들의 작품이 실 수요층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은 고객층의 기호, 취향이 젊은 세대로 맞추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화랑은 작가를 발굴해야 된다는 애초의 역할을 새삼스럽게 자각해야 되고, 이에 따른 정보와 전략이 수집, 분석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젊은 작가들의 대거 진출과 최근 미술 경향은 흥미로운 상관관계를 띠고 있음은 물론이다. 영상 시대의 작가들답게 구체적인 이미지가 압도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구상을 연상시켜서는 안 된다. 대상으로서의 이미지가 아니라 일상에 침투된, 더불어 살아가는 이미지다. 밝고 경쾌하고 때로 시건방지고 얌채 같은(자기 본위) 속성을 풍기면서 유유자적이다. 기발하고 엉뚱한가 하면 별 것 아닌 것을 별 것으로 만드는 놀라운 연금술을 발휘하기도 한다. 여기에 익숙해진 세대들은 자동적으로 흡입될 수박에 없지 않나 본다. 비단 이 전시가 아니라도 국제적인 옥션에서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과 겹친다. 깜짝 놀랄 정도의 작품가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면서 급속한 지각변동을 예감케 한다.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가 이다. 공중으로 높이 솟아올랐다가 거꾸로 내동댕이쳐지면 재기 불능이 되기 십상이다. 작가 자신이나 화랑이 신중이 대처해야할 부분이다.

고객수준에 고르는 미술시장
아트 페어는 고급한 상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마케팅이 아니라 남대문이나 동대문과 같은 저렴한 수준에서 고급한 수준까지 폭넓게 진열되는 곳이다. 누구나 와서 자신의 수준에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게 해야 한다. 현대 작품은 너무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 고객의 저변확대의 전략이 이루어져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떠들썩한 홍보도 필요하다. 설렁한 분위기에선 구매욕이 일어나지 않는다. 물건 사지 않아도 장에 구경 가듯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와야 한다. 작품이 거래되지 않으면 모처럼 기대를 걸었던 외국 화랑들이 빠져나간다. 종내는 집안 잔치로 끝나게 된다. 또한 아트 페어는 화랑끼리의 정보 교환, 작품 상호 교환 및 작가의 교류 등 국제 교류의 매개체 역할을 하여야 한다. 적어도 아시아 존을 잇는 네트워크라도 만들어야 한다. 한국 미술이 국제 시장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전략적인 차원에서 연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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