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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지적공동체로서의 ‘미술사포럼’

오광수

60년대만 해도 젊은 미술가들 사이엔 일종의 이론학습회 같은 모임이 있었다. 논꼴, 무동인 같은 그룹이나 70년대의 S.T그룹은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현대미술에 대한 이론학습을 활발히 전개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특히 김복영을 중심으로 한 이건용, 신성희, 김홍주, 성능경, 김용민, 남상균 등의 S.T그룹의 이론수업은 곧바로 작품으로 연계되어 이론과 작업의 괴리현상을 극복하고자 한 노력이 결과적으로 우리 현대미술의 차원을 끌어올린 성과를 내었음을 회고해 볼 수 있다.

공동체적인 연구의 모임은 이 외에도 더러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으나 특정 이념에의한 학습 같은 것으로 변질하여 순수성이 많이 바래진 인상을 주었다. 섹트화나 권력화의 유혹은 순수한 연구모임의 지속을 저해한 가장 큰 요인이었다.

윤난지, 『한국현대미술 읽기』, 눈빛, 2013, p.428

최근에 발간된『한국현대미술 읽기』는 미술사학자 윤난지 교수의 지도를 받은 제자들에 의해 결속된 ‘미술사포럼’이 엮어낸 논문집으로 실로 오랜만에 지적공동체가 있다는 사실에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었다. 윤난지 교수를 포함해서 17명의 필자가 동원된 이 공동저서는 “미술사학자 윤난지의 생애에 바치는 제자들의 첫 오마주이자 읽기모임과 미술사포럼이라는 연구공동체를 통해 지난 18년간 계속 되어온 사제동행의 또 다른 결과물”이라고 밝히고 있다. 20년에 가까운 시간대를 통해 모임이 지속하였다는 사실은 이 모임이 순수한 학문적 공동체를 실현하려는 의지의 결과물임을 웅변해준다. 무엇보다 사제동행이란 결속이 아름답게 보인다. 사제지간, 선후배지간의 살벌한 인간적 배리가 우리 미술에 만연된 현실을 감안할 때 이들의 순수한 결속이 더없이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한국현대미술 읽기』가 나오기 직전『추상미술 읽기』,『현대조각 읽기』란 두 권의 공동집필서가 나왔다. 어쩌면 이 세 권의 공동집필서는 단순한 읽기의 과정을 지나 본격적인 연구에 진입했다는 사실로도 인지된다. 이미 이들 모임은『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전시의 담론』,『페미니즘과 미술』등 구미의 미술이론과 비평문을 번역하는 것으로 이론공부를 시작하였다. 현대미술의 상황파악을 답습하면서 작품의 이해로 나아갔고 종내에는 시대를 가로지르는 맥락찾기로서의 미술사로 진입된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한국사회와 미술의 관계를 시대, 장소적 특수성을 지닌 모든 맥락을 통해 바라봄으로써 기존의 한국현대미술사 연구를 반성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란 발간사의 대목은 이들의 야심 찬 결의를 반영해주고 있다. 이들 개개의 논문에 대해서는 성급하게 진단하고 평가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좀 더 이들의 활동을 지켜본 후에라야 언급하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싶다. 다만 이들의 결의대로 미술사의 풍토를 쇄신하는 대안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뿐이다.


순수한 지적공동체로서의 연구활동에 기대
미술사연구에 있어 가장 경계할 것은 독단적 가치설정이나 자만에 찬 평가라 할 수 있다. 엄격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주관적 해석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검증이 요청되는 것이 미술사 분야다. 요즘 많이 회자하는 역사 왜곡이란 말이 미술사에서도 적용된다. 편협한 리드에 의해 저질러지는 섹트화도 경계할 일이다. 자유롭고 순수한 풍토의 조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참다운 연구가 진척될 수 없다. 특히 학연에 의한 배타적 풍토는 우리가 가장 배척해야 할 부분이다. 미술계에서의 학연, 지연은 우리 미술을 병들게 하는 가장 심각한 요인이다. 

‘미술사포럼’에 기대하는 것은 성실한 연구태도를 지속하는 일이다. 지나치게 자신감을 드러내기보다 부단히 자신들을 성찰하고 진정한 대안으로서의 자신들의 결의를 지속하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일이다. 지적공동체로서의 순수성을 저버리지 않게 언제나 자신들을 가다듬는 일이다. 그것이 자신들을 성숙시킬 뿐 아니라 우리 미술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자양임을 자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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