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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이일 앤솔로지 발간

오광수

 『이일 앤솔로지』 두권이 발간되었다(미진사, 2013). 62년부터 97년 작고하기까지 발표된 창작비평만을 묶은 것으로 약 40년에 걸친 비평가로서의 이일의 활동을 총정리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 앤솔로지 발간이 세 사람의 여성 연구자들(정연심, 김정은, 이유진)에 의해 기획, 조사, 발간되었다는 점이다. 연구기관이나 대학출판도 아닌 후학들에 의해 만만치 않은 작업이 실현되었다는 것은 찬탄과 더불어 격려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귀중한 자료의 발굴 작업과 더불어 한 비평가의 위상을 새롭게 조명해주었다는 점에서 이 작업이 지니는 의의는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일 앤솔로지』 발간은 오늘날의 미술현장에 편재해있는 비평의 부재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정연심)는 데서 오늘날 우리 미술계의 비평에 대한 안타까운 현실을 되짚어보게 한 점에선 숙연함을 느끼게 한다. “비평이 동시대 현장과 함께 호흡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미술사 일부로 평가받고 또 비평가들이 일차적으로 기록하고 관찰한 텍스트들은 1차 자료 및 원전으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자료연구는 리서치의 중요한 부분이다.”(정연심)는 연구자의 언급은 오늘날 우리 미술에 대한 연구가 미술사를 의식하지 않는 대단히 당대적인 상황에 빠지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술사는 미술가의 기록이고 그 기록은 비평으로 검증된 것이란 점에서 비평이 갖는 중요성은 결코 간과될 수 없다. 비평은 항상 당대적이지만 그것이 미술사의 기본적 자료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아무리 잘 읽히는 언술일지라도 한갓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미술사와 비평의 관계는 가치평가를 공유함으로써 정립될 수 있다.
 
이일은 50년대 말 파리비엔날레 현지 커미셔너로 참여함으로써 비평가로서의 길을 밟게 되었으며 66년 귀국해서는 홍대 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본격적인 평론가로서의 활동을 펼쳐 보였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 체류했기 때문에 국제적인 동향에 민감했으며 우리 미술의 국제화에 따른 부단한 성찰과 독려로 자신의 비평적 무게를 두었다. 어떤 점, 그야말로 우리 현대미술 특히 추상을 중심으로 한 현대미술에 깊이 관여한 이념형의 비평가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창작가와 비평가의 동지적 유대는 누구보다도 두드러졌으며 그것을 당대 비평가의 의무로 자각한 데서 이념적 실체를 엿보게 한다. “창작과 비평이 긴밀하게 상호작용하지 못하고 서로 겉도는 최근의 상황과 견주어서 이일 선생님의 생동감 있는 비평활동과 창작과 비평이 함께 동고동락했던 당시의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김정은)는 언급은 이일의 당대적 비평가로서의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지적해 보이고 있다.

 




 

세 사람 여성 연구자들의 노고
시대의 상황이 작가를 만들고 비평가를 만든다고 한다. 이일이 활동했던 시대는 그 어느 시대보다도 격심한 혼란이 이어졌었다. 무엇보다도 비전 빈곤이 현대미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내적 요인이었다. 그만큼 가치혼란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을 타개해나가는 데 있어 비평가로서의 그의 고민은 깊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비평가들이 공통으로 지닌 고충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쉽게 흥분하거나 저돌적이지 않았다. 퍽 조용하면서 한편 낙천적인 면모도 보여주었다. 앤솔로지 발간에 참여한 큰딸 이유진의 다음 언급은 인간 이일의 면모를 간명하게 기술해준 대목이다. “아버지는 당신 핏속에 흐르는 디오니소스적인 충만함으로 이 모든 것을 녹여내는 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디오니소스적인 감성은 아버지에게 있어서 영혼의 자유로움과 구속 없는 삶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고 때로는 힘겨운 현실을 도피하게 하는 기제가 됐으리라.”(이유진)

 

그가 타계한지 16년 이제야 그의 전작 비평집이 나왔다는 것이 때늦은 감은 있으나 세 사람의 여성 연구자들에 의해 발간이 실현되었다는 것은 비교할 수 없는 값진 노고임을 다시금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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