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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기증문화와 하정웅컬렉션에 대해

오광수

지난 4월 30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된 ‘격동기의 혁신예술 - 재일작가를 중심으로’전은 재일교포 하정웅의 컬렉션전으로 2년에 걸쳐 8개 미술관을 순회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대장정의 출발이 서울전이다. 전시의 내역을 보면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한 하정웅의 컬렉션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 200점을 기본축으로 하여 각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하정웅컬렉션이 가미되면서 열린다는 것이다. 전체가 하나의 콘셉트에 의하면서도 각 미술관의 개별성이 가미되는 것으로 기획 자체가 흥미를 자아내게 한다. 이는 하정웅이 그만큼 각 미술관에 기증한 작품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국 공공미술관끼리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최초의 실험이어서 앞으로의 전국 공공미술관의 상호 긴밀한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으게 한다.
 
하정웅은 50년 동안 수집한 1만 점에 가까운 작품과 자료를 광주시립미술관을 비롯해 부산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포항시립미술관, 영암군립하미술관, 국립고궁박물관, 숙명여대 등에 기증하였다. 외국의 유수한 미술관의 경우도 자체 예산보다 기증에 의한 작품이 더 많은 예는 있지만 이렇게 많은 수의 작품이 여러 미술관에 기증된 예는 좀처럼 찾을 수 없다. 특히나 소장품이 빈약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공공미술관의 상황을 떠올려 볼 때 대단한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컬렉션은 재일동포 미술가들의 작품이 다수를 이룬다. 이 가운데는 곽인식, 곽덕준, 이우환 같은 현대작가들 작품도 포함되어있으나 중심은 디아스포라에 관여된 작품들이다. 조국을 등지고 낯선 일본 땅에 와서 삶을 꾸려야 했던 한국인들, 그 한국인자손들이 엮어낸 굴곡진 삶의 기억을, 처절한 상황의 역정을 작품화한 것들이다. 멸시당하고 핍박받던 한국인의 역사를 생생하게 또는 은유의 체계로 구현해준 것들이다. 재일동포 인권의 문제는 그들 만의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권리의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판 사회적 리얼리즘의 벤샨에서 광주 민주화 작품이 이에 속한다. 이에는 니히로 하루, 카키다 이라지로, 마리다 이수케, 도미야마 다에코 등 일본인 작가도 포함된다.

 

 




 

 

인간영혼을 씻어내는 하정웅컬렉션
재일동포 미술가들의 작품은 극소수만이 알려졌을 뿐 이 같은 소재의 작품들이 알려지게 된 것은 하정웅컬렉션에 의해서라고 할 수 있다. 미술사의 중심에서 벗어난 변방의 미술이 지닌 처절한 소외의식과 강인한 생명력은 이들 작품을 통해 다시금 우리 의식을 일깨우게 한다. 송영옥, 전화황, 김석출, 김인숙, 조양규, 손아유의 이름은 몇몇 만이 우리들에게 알려졌을 뿐 거의가 모르는 상태다. 그만큼 그들은 소외되고 있을 뿐이다. 일본의 미술계에도 우리 미술계에도, 어디에도 제대로 끼일 수 없는 존재로 망각되고 있다. 하정웅컬렉션은 이 같은 상황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컬렉션이 지니는 궁극의 지향은 단순히 기록하고 고발하는 차원을 넘어 용서하고 순화하는 치유로서의 ‘기도’로 나아가는 데 있다. 김복기는 이를 두고 “하정웅의 미술작품을 양식적인 잣대보다 인간영혼을 깨끗이 씻어 내리는 씻김굿판 같은 기능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정웅의 특별한 기증의 사례를 보면서 다시금 기증문화에 대해 생각게 한다. 미술작품은 개인의 소유에 머물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향수할 수 있는 공공의 자산이란 인식이 빈약한 것이 우리의 상황이다. 대부분의 외국의 미술관들은 기증에 의해 미술관이 출범하고 있다. 왕가의 컬렉션이나 상류계층의 컬렉션이 고스란히 미술관으로 사회에 환원된 것이다. 자신들이 애써 수집했고 오랫동안 아껴왔던 것임에도 기꺼이 기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문화는 공유하는 것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자기 만이 가지고 자기 만이 즐겨야 한다는 이기적인 마음가짐으로는 기증문화가 정착될 수 없다.
한 재일 한국인이 보여준 미술작품 기증이 우리의 기증문화를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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