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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성능경의 <사과>가 의미하는 것

윤진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도록 표지 (부분)


대전은 대구와 함께 일찍 현대미술이 뿌리를 내린 곳이다. 1960년대 초반, 자유당의 독재에 저항하여 일어난 ‘4.19혁명’과, 이듬해에 벌어진 ‘5.16군사정변’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혼란의 와중에서 중요한 국가적 목표는 단연 ‘경제건설’이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60년대 사회를 대변하는 ‘재건합시다!’라는 표어다. 등교하는 초등학생의 가슴에 달린 흰색의 작은 리본에도, 시골 동네의 담벼락에 붙은 포스터에도 이 문구가 어김없이 적혀 있었다. 

대구는 일찍이 섬유산업이 발달한 곳이다. 그런 경제적 호황을 바탕으로 대구에는 일찍부터 컬렉터 층이 형성되었다. 현재 60여 회원사를 보유한 대구화랑협회의 존재가 말해주듯, 다른 대도시에 비해 현저히 많은 미술대학과 미술 인구가 대구를 ‘현대미술의 메카’로 각인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물론 그 단초는 1974년에 박현기, 이강소, 이현재, 김영진, 황현욱 등에 의해 창설된 ‘대구현대미술제’(1974-79)였다. 

이 짧은 지면에 대구 현대미술의 형성과정을 다 적을 수는 없다. 하지만 대전을 소개하기에 앞서 대구를 거론한 까닭은 대전 역시 소수의 선구적 작가에 의해 현대미술이 형성된 측면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교육과 과학, 교통의 도시 대전에서 실험적인 현대미술이 발아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970년대 중반부터였다. 당시 대전에는 목원대, 숭전대(한남대의 전신) 등에 미술 관련 학과가 설치돼 있어 여기에서 많은 미술인이 배출됐다. 이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온 김한(AG, 목원대), 이건용(ST, 목원대), 김수평(신체제, 한남대), 최태신(목원대) 등의 제자 세대로 70년대를 통해 전위적이며 실험적인 성격의 그룹을 결성했다. 1975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정오를 기해 대전역 광장에서 이벤트를 벌인 <19751225>그룹(정장직, 이종협, 정길호)을 필두로 1976년에 창립한 <르뽀동인회>(권영우, 박명규, 박봉춘, 신동주, 유근영), <대전 ’78세대>(강정헌, 김익규, 김철겸, 송일영, 신현태, 안치인, 이종봉, 장금자, 정상희, 지석철, 최덕희, 최병규)의 결성이 뒤따랐다. 

대전에 번듯한 현대식 미술관이 세워진 것은 1998년에 이르러서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의 개관은 대전미술의 정체성 확립과 관련, 이론과 실천의 본격적인 작업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이후 중장기 발전방안을 수립하고 전시와 학술세미나 등의 다양한 행사를 통해 실천을 도모해 나갔다. 홈페이지의 미술관 소개글에 표명된 것처럼 “아카이빙과 청년작가 발굴, 근현대미술사 정립 등 특성화 전략사업을 추진하고…실험적인 전시를 통해 급변하는 국내외 현대미술의 새로운 담론을 제시”할 것 등이 그것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기획한 ‘대전현대미술의 태동-시대정신전’(2018.1.19-3.11)은 대전미술의 아카이브를 통해 도전과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대전 현대미술 작가의 이념적 결속체인 <19751225>, <르뽀동인회>, <대전 ’78세대>, <금강자연미술제> 등 4개 그룹의 활동을 조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전시는 대전미술의 정체성과 관련, 스스로 돌아본 일종의 회고전 성격의 것으로 평면, 입체, 설치미술, 퍼포먼스를 망라하였으며, 전시에 초대된 작가 및 그룹과 관련된 활동상황을 리플렛, 도록, 사진, 인터뷰 내지는 현장 재현을 통해 입체적으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활동과 관련하여 김주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은 “대전시립미술관은 2019년부터 중장기 전략으로 실험적 경향의 대전 현대미술 지형 발굴과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배제, 서술되지 않았던 대전미술의 복원을 목표로 대전미술관 포럼, 아카이브 구축, 소장품 수집” 등의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이 소장품 수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전시했던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5.26-7.16)은 미국의 구겐하임미술관과 공동주최한 매우 중요한 전시회인데, 9월 1일부터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 도록의 표지에 선정된 성능경의 76년 작 <사과>(사진)가 바로 이 미술관의 소장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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